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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봉 Oct 31. 2024

(주니어에게) 만능 리더는 없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듯이요. 

팀장님이 너무 짜증 나요.

아끼던 후배가 참다 못한 나머지 짜증을 팍 냈다. 팀장님의 지시와 생각의 흐름, 의사결정 중 어떤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 마음은 참으로 신기해서, 한번 불만을 품기 시작하면 그 불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처음엔 그저 일을 체계 없이 던져 주고, 납득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의사결정 하는 팀장이 이해되지 않았을 뿐인데ㅡ 나중 가서는 팀장과 말도 섞고 싶지 않고,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괴로울 만큼 부정적인 감정이 커진다. 후배도 그런 상황이었다. 더 이상 팀장님을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 "난 이런 무능한 팀장 밑에서 일 할 수 없어!!"라는 마음과 함께. 


팀장에 대한 불만은 당연하다.

회사원이 겪는 고통의 최대 원인 중 하나는 단연 팀장일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CEO가 아닌 이상, 회사 내 모든 직원은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일한다. 팀장은 상무의 지시를 받고, 상무는 전무의 지시를, 전무는 사장의 지시를, 사장은 CEO의 지시를 따른다. 리더 직급이 아닌 대부분의 직원들은 팀장이 시킨 일을 실행하고 처리한 결과는 다시 팀장에게 보고하는 무한 시스템 속에서 살아간다. 끊어낼 수 없는 이 굴레 속에서 팀장에 대한 평가는 부정이든 긍정이든 피할 수 없다. 


일을 잘할수록, 불만은 활활 타오른다.

후배는 일을 참 잘했다. 4~5년 차 정도 되는 주니어였지만, 그 기간 동안 한 팀에서 한 직무만 맡았기에 실무자로서의 능력은 팀장보다도 뛰어난 경우가 많았다. 녀의 불만이 폭주하는 이유도 어쩌면, 그녀가 일을 너무 잘하기 때문이었다. 일의 시작과 끝을 매우 잘 알면서, 일에 대한 열정도 크다 보니 팀장의 부족함이 더욱 눈에 띄었던 것이다. 


팀장을 욕하는 당신 또한, 실무를 꽤나 멋지게 잘 해내고 있으며, 연차 대비 똑 부러지게 맡은 바를 수행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나 조리 있게 팀장을 욕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실무에 있어서는 당신이 팀장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팀장 역시,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실제로 무능할 지도 모른다. 당신보다 실무를 모르고 실무 경험도 덜 갖추었지만, 단지 운빨로 혹은 다른 강점으로 리더라는 직급을 달고 당신의 상사로 앉아있을 수 있다. 


완벽한 리더는 없다.

그러나 당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아끼던 후배에게도 전하고 싶었던 말이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생각을 당연하게 여기는 그녀에게 전하기를 망설이다, 결국 꾹 참고 하지 못한 말이기도 하다.


"만능 리더는 없다." 당신이 꿈꾸거나 기대하는 리더ㅡ 즉 당신보다 실무를 더 잘 알고, 누구보다 조직적으로 팀을 관리하고 이끌며, 유관 부서의 공격으로부터 팀원들을 멋지게 지켜주고, 상사에게 할 말을 다 하는ㅡ 전방위적으로 유능한 리더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일지도 모른다.


팀장의 지시를 받으며 일하는 시스템적 특성상, 팀장에 대한 완벽성을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나에게 지시를 내리는 대상은 완벽했으면 하는 기대감. 그런 리더여야 내가 기꺼이 따를 수 있다는 일종의 판타지.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인간은 누구도 완벽하지 않기에 완벽한 팀장도 불가능한 영역일 수 있다.


결국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팀장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자진해서 팀을 나갔다. 거기선 좀 더 나은 팀장을 만났을까?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전의 불만은 해결되었더라도, 또 다른 불만이 생겼을 것이다. 결국 모든 면에서 100% 만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신도 언젠가 리더가 된다. 

후배는 팀장과 자신의 위치를 너무나 분명히 했다. 다시 말해, 그녀에게는 자신이 스스로 지시를 만들 수 있다는 관점 자체가 없었다. 그녀에게 직급 구분은 마치 고정된 값처럼 서로 넘볼 수 없는 금기 같은 것이었다. 팀장은 팀장, 주니어는 주니어로 영원히 고정된 듯 했다. 그녀가 설정한 디폴트 값을 기반으로 나누는 대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직 5년 차에 불과한 그녀에게 팀장의 위치는 저 멀리 떨어져 있어 상상하기 힘든 범위에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녀도 언젠가는 리더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현재의 팀장도 당신과 같은 주니어 시절을 거쳐 그 자리에 올랐다. 매일 울며 선배와 팀장을 욕하던 3년 차 주니어 꼬맹이였던 내가 (그때는 상상도 못했지만) 이제는 10년 차 선임으로서 같은 시절을 거치고 있는 주니어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당신은 완벽한가? 그런 당신도 언젠가는 리더가 된다. 신입이든 3년 차, 5년 차 주니어든 언젠가는ㅡ당신이 그렇게 싫어하고 증오하던 선배, 리더, 상사의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다.


조금만 더 멀리 보자. 한 발자국만 앞서 보자.


팀장의 지시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영원히 주니어 연차에 머물러 단지 혼자서 욕하는 데 그치지 말고, 한 발자국 나아가 팀장에게 직접 이야기해 보는 것은 어떨까? 팀장이 지시한 업무가 불명확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명확하게 풀어내서 되 물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실무 담당으로서 팀장보다 더 많은 지식과 오너십을 가진 당신이 생각하는 주장과 근거를 차분히 전달한다면, 거기에 설득된 팀장이 당신에게 더 적합한 지시를 내릴지도 모른다.


팀장의 의사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더 나은 결정을 역으로 제안해 보는 것은 어떨까? 팀장도 결국 주니어 시절을 거쳐 그 자리에 올랐고, 당신도 언젠가는 그 자리에 오를 것이기 때문에ㅡ 당신이 한 발자국 먼저 나아가 팀장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해 보는 것을 제안한다.


만약 당신이, '아니, 팀장 월급 받고 일 하는 것도 아닌데 제가 왜 그래야하죠?' 라고 되묻는다면 나도 할 말이 없다. 받은 돈의 액수만큼 일하고자 하는 자에게 팀장의 관점에서 역으로 생각해보라는 것은 억지처럼 여겨질테니 말이다. 


그러나 당신이 리더보다 한 발 자국 더 나아가 생각하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해 제안한다면ㅡ 예상보다 더 큰 이득이 당신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 부족한 팀장보다 더 앞서서 생각하고 더 깊게 고민해주는 팀원을 미워할 팀장은 없다. 오히려 신뢰가 쌓일 것이며, 당신이 주니어라는 직급에 갇히지 않고 더 많은 기회를 얻는데 날개를 달아줄 지도 모른다. 




일을 너무 잘해서 고통 받는 당신이여,


무능한 팀장이라고 불만만 품기 보다는,


능동적으로 한 발 앞서 생각하고 행동해보란 조언이었다. 


조금만 멀리 보면 좋겠다. 


주니어인 당신도 언젠가는 팀장이 될 것이며,


한 때는 주니어였던 팀장도 완벽한 리더일 수는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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