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거긴 이렇대 저긴 이렇대, 이게 낫다 저게 낫다, 거긴 추천이고 여긴 별로고..." 수많은 말들과 기준 속에 무지하게 헷갈리는 순간 앞에서,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나 역시도 5년 전, 이러한 선택의 순간 앞에 놓인 적이 있다. 그리고 그때, 모두가 말리는 부서로의 이동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결정을 아직까지도 내 커리어 가운데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 확신한다.
오늘은 그때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적어보려고 한다. 당신이 회사 생활을 계속한다면 아마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만나게 될 비슷한 순간에, 이 글이 조금의 단서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직 개편으로 인해 내가 몸 담고 있던 팀이 1년 만에 폭파하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다음 팀에 대한 선택권이 나에게 주어졌다. 몸이 편한 곳, 사람이 좋은 곳, 하고 싶은 일을 해볼 수 있는 곳ㅡ 3가지 정도 옵션이 있었다. 각 팀의 장단점이 너무도 명확했기에 고민이 많이 됐다.
조금 더 자세히 적어보면
A팀 (동아시아권 해외 영업): "사람"이 장점이지만, "일"이 단점이었다.
장점: 멋진 팀장님과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점.
단점: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님.
직전 팀의 팀장님이 해당 팀으로 가시가 되었기에, 계속해서 팀장님과 일할 수 있는 거대한 장점이 있었다. 팀장님은 회사에서 유니콘 같은 존재였다. 위에서도 사랑받고 아래서도 존경받는 팀장님. 유능함과 따뜻한 리더십을 모두 가지신, 대단히 멋진 리더였다.
다만 사람을 빼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그 팀에 내려온 미션이 나의 신념과 맞지 않았다. 영혼이 끌리지 않는 일을 오직 사람 때문에 버티며 해나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회사에서 중요한 건 결국 사람"이라며, "일보다는 사람을 택하는 것이 옳다"고 조언했다.
B팀 (한국 사업 영업 전략 / 유통 채널 관리): "익숙함"이 장점이자 단점인 곳이었다.
장점: 익숙한 환경, 무난한 업무.
단점: 새로운 배움이 부족하고, 개인적 성장에 한계.
신입 때부터 5년 차까지 유통 채널 프랜차이즈 사업부에서 '영업 관리, 전략, 교육' 등 다양한 직무를 경험했다. 직전 팀에서는 국내 주요 채널에 브랜드를 론칭하고 상품/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메인으로 담당했다. 영업/리테일 분야에 대해서는 6년 정도의 경험을 쌓은 셈이었다. 비슷한 성격을 가진 팀으로 가면, 무난하고 무탈하게ㅡ 업무를 수행할 것이 예상됐다.
이러한 익숙함이 동시에 단점으로도 느껴졌다.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넘어가는 중요한 연차에 새로운 배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회사에서 왜 모험을 하려고 해? 가장 잘하는 익숙한 업무를 선택해서 전문성을 더 쌓아야지"라고 조언해줬다.
C팀 (상품기획/브랜딩): "하고 싶었던 일", 말고는 모두 단점이었다.
장점: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
단점: 업무 강도와 리더십에 대한 우려. 주변의 극구 반대.
개인적인 커리어 적으로만 봤을 때는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C팀으로 가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그러나 직전까지도 고민하게 만들었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의 만류 때문이었다. 주된 이유는 그 팀의 매우 빡센 업무 강도, 더 솔직하게는 리더십에 대한 우려였다. 이전에 있던 팀원들 중 대다수가 리더에 대한 불만으로 팀을 나간 상태였다. "굳이 그런 불구덩이에 왜 자진하여 들어가려고 하느냐"는 것이 나를 걱정하는 이들의 주된 생각이었다. "다음번에 더 나은 기회가 있을 거야", "꼭 여기서 그 업무를 해볼 이유는 없지 않으냐" 등등,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 주던 동료들이 발 벗고 나를 말렸다.
치열한 고민 끝 나의 선택은 C팀이었다. 해보고 싶었던 걸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일단 도전해보고 싶었다. "정 별로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지, 언제 또 기회가 올 줄 알고?"라는 생각이었다.
주변의 조언들 중 A나 B를 추천하는 의견이 더 많았음에도 이 길을 택한 건,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가장 잘 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선택도 내 몫이요 그에 따른 결과도 나의 책임이기에, 가장 중요한 건 나의 마음에 최대한 가까이 귀 기울이는 것이었다.
앞서 말했듯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C팀에 남아있으며, 그때의 선택을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리더십이나 업무 강도는 어땠냐고? 사람들이 얘기하던 것과 비슷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한 이상, 그것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은 나에게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고, 나머지 단점들은 부차적인 것들에 불과했다.
또한, 만족과 불만족은 모두 주관적인 지표이므로, 사람들이 우려하던 요소들이 나에겐 상대적으로 괜찮기도 했다. 결국 내가 직접 경험해 봐야 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만약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내 선택에 용기를 내지 못했다면, 막상 겪어보면 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것이다.
언젠가 찾아올 선택의 순간에 이런 고민들이 잇따를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vs. 잘하는 것 중에 어떤 걸 선택해야 하는지, 내 주장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 vs. 나보다 경험 많은 사람의 조언을 듣는 것 중엔 어떤 게 맞는 선택일지 등, 정답이 없는 듯한 수많은 기준들이 당신을 혼란스럽게 할지도 모른다.
그럴 때일수록 심플하게 가자.
내 마음이 끌리는 곳은 어디인가?
물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 혹은 남들이 좋다고 하니 나도 덩달아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는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모두가 말리는 선택일지라도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이라도 흔들림 없이 도전해 보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얻는 배움과 경험은 선택의 단점조차도 이겨내게 만들 것이다.
그러니 결정의 순간에는 스스로에게 귀 기울이자. 감사한 조언들은 뒤로 잠시 제쳐두고. 그리고 그 답을 믿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