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일 100개보다, 하고 싶은 일 1개를 분명히
“00님은 무슨 업무 하고 싶어요?”
“저 그런 건 없어요.”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후배나 동료들을 많이 본다. 신기하게도, 그런 사람에게는 꼭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이 배정된다.
왜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리더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어떤 일을 시켜야 할 때, 가장 부담 없이 맡길 수 있는 사람은 그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 사람이다. 싫다고 한 사람에게 억지로 맡기는 건 리스크지만, 하고 싶다고 한 사람에게 주는 건 명분 있고 안전한 선택이다.
하고 싶은 일을 말한 사람은, 기억된다
내게 첫 퇴사 욕구를 심어준 리더가 있었다. 말투가 상냥하다는 것 외에는 그다지 기억나는 장점이 없는 리더였다. 그래도 지금 돌아보면 한 가지 감사한 점이 있다. 면담 때 내가 하고 싶은 업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후 팀에서 그 일이 생길 때마다 어김없이 나에게 배정해 줬다.
그건 나에게도 팀장에게도 윈윈이었다. 나로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고 팀장 입장에서는 부담 없이 시킬 수 있는 대상이 있는 거니까. 당시 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는 점, 혹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도 그 업무를 내가 전담하는데 한몫을 했다.
리더는 누군가 어떤 일을 맡고 싶다고 한 것은 잘 기억한다. 기회가 된다면 어떤 일을 맡기기 적합한 사람에게 먼저 매칭해 주려 노력한다. 아무리 평판이 좋지 않은 리더여도, 실력이 없다고 여겨지는 리더여도 이것만은 잘해줬던 것 같다. 왜냐면 생각보다 "저 이 일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이 없으면
남들이 피한 일이 남는다.
한 친구가 기억난다. 야무지고 책임감 강한, 한마디로 일 잘하는 친구였다. 다만 본인의 능력이 뛰어난 탓인지, 마음속에 불만이 많았다. 늘 화가 나 있었고, 팀장을 향한 분노도 가득했다.
그녀에게 주어지는 건 늘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이었다. 본인에게 도움이 되거나 성장으로 이어질 만한 일들은 좀처럼 배정되지 않았다. 손도 빠르고 일 처리도 잘 해내는 그녀였기에 이런 상황이 안타깝게 여겨졌다. 혹시나 뭐라도 도움이 될만한 게 있을까 싶어 어느 날 슬쩍 물었다.
"00님은 팀에서 맡고 싶은 업무 없어요?"
"없어요. 다 싫어요."
"그럼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은 있어요?"
"없어요. 다 싫어요."
결국 그녀는 한 2년 정도, 남들이 택하지 않아 남은 재미없고 지루한 일들을 반복하게 되었다.
회사의 생리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은 계속하게 된다.
리더와의 면담이 잡혔다면, 싫고 힘든 일을 말하기 전에 하고 싶은 일부터 이야기해 보자. 나에게 자꾸만 지저분한 일, 단순 노동, 잡무가 돌아온다면 더더욱 면담 땐 좋아하는 일을 이야기해 보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내가 리더가 아니고서야 스스로 일을 고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리더에게 말해보자.
그러면 어느 날,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그게 나에게 오는 행운을 맞이할 것이다. 그걸 잘 해내자. 그럼 같은 업무는 또 주어질 것이다. 회사란 그런 곳이지 않은가. 이번이 처음일 것 같지만, 한번 해내면ㅡ 같은 업무는 결국 또다시 그 사람에게 가게 된다. 여러 사람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기보다, 한 번 잘 해낸 사람에게 다시 맡기는 것이 리스크를 덜고 효율을 높이는 길이니까.
그러니 이번 면담 때는
싫은 일 백 개보다 하고 싶은 일 하나를 명확히 말하자.
일을 고를 수는 없지만,
하고 싶은 일을 말한 사람에게 기회는 먼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