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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원썸 Mar 08. 2024

라만차의 남자, 돈키호테. 기사도 없고 사람도 없다

스페인 라만차를 가다

최근 스페인을 다녀왔다.

다리떨릴 때가 아닌 가슴떨릴 때 떠나라는 여행나이의 끄트머리에 와있는듯 여독이 쉽게 풀리지가 않는다.

갈 때 좋고 돌아오니 더 좋은게 늘 여행의 교훈같다.

스페인은 세계 52위에 해당하는 국토면적을 가졌다. 우리나라가 109위이긴하지만

그 면적의 차이는 두 배가 아닌 다섯 배에 달하니 얼마나 큰 나라인가?


끝도 없이 이어진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온통 초록색.

그 중에 일부는 풀이고 거의 대부분이 올리브다.

올리브나무가 정말 많다

누군가의 글에 "올리브를 위한 올리브에 의한 나라, 지역"이라는 표현처럼 스페인은 올리브최대생산지이다.그럼에도 마켓팅전략의 문제인지 국내에서는 스페인산을 잘 모르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결과, 올리브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한 때는 태양이 지지않는 나라라고 불리웠다는 스페인,

그 역사가 보통 흥미로운게 아니다.

크로마뇽인, 알타미라동굴회화란 고대인간, 선사문명이 있는가하면

기독교 바울로와 그 제자들이 포교활동을 한 지역이기도 하고

왕가싸움으로 변방에 신경을 못썼는지 이슬람의 점령으로 그 유명한 알함브라궁전이 들어섰고

알함브라궁전


다시 기독교로 돌아와 신성일치시대를 열고 이슬람사원이었던 것을

세비아대성당으로 개조했다.

세바아성당내부

여왕의 스폰을 받아 신대륙을 발견한 콜롬부스시대가 있었다.

신대륙을 필두로 돈되는 교역으로 짭짤히 뭔가 노다지를 캐고 식민지를 가졌던 스페인이지만

인근한 유럽국가를 위협했다가 오히려 독립국가로 키우주었는가하면

나폴레옹의 침략도 당했다.


길고 빵빵한 역사에 비함 경제여건은 우리나라와도 크게 차이나지않는 것 같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이 35,000불, 스페인은 31,000불이란다.



 

그 넓은 스페인에서 뚜벅뚜벅 걷다보니 하루 2만보는 기본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레알마드리드의 로얄(royal)을, 스페인국기에 그려져있는 석류꽃을 뜻하는 그라나다에서는 이슬람문화를 맛보았다. 세비야에서는 목이 아플 정도로 높은 위치에 있는 기독교의 위상을, 론다에서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협곡을 보며 다리가 후덜덜해지기도 했다.

론다 협곡이 아찔하다

스페인하면 세르반테스,  돈키호테다.

소설 돈키호테는 세계 최초의 근대소설이면서 오늘날 전세계 문학사를 대표하는 영향력있는 소설이지만 작가는 내내 가난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귀족출신의사였던 친부를 두었음에도 궁핍했었고 군인시절도 어려웠고 심지어 포로생활, 감옥에도 갇혔던 작가가 50줄이 훨씬 넘어 썼던 돈키호테는 출간당시 센세이션날 잇셀프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판권을 넘긴 탓에 또 가난에 허덕였다고 한다.

'지식백과'에 의하면 당시 웃거나 우는 사람들을 보면 " 미쳤거나 돈키호테를 읽는 사람이거나" 라고 했을 정도라니 그 인기가 가늠이 된다.   

언어사전에서는 돈키호테가  "허벅지안쪽을 보호하는 갑옷부위로 정력을 뜻하는 은어" 라고 나온다.

이름에서부터 풍자가 느껴진다.

그의 황당무계한 망상과 도전, 그 와중에 둘씨네아라는 이상적인 여성을 꿈꾸며 마침내 제정신이 돌아왔을 때 맞이한 허무한 최후, 이게 누군가의 실제인생이라면 뭐라고 해야할까 위로가 필요한 것인지 조언이 필요한 것인지 할 말을 잃게 만드는 클라이막스다.

뚜벅뚜벅 스페인여행중  돈키호테의 고향인 라만차에 들렀다. 앞에 다니던 왕궁이며 성당의 화려함이 무색할만큼 무언가가 있는 라마차의 분위기다.

돈키호테당시 이 라만차는 국경지역에 해당되어 기사들이 많았다고 한다.  산등성위에는 거인으로 착각할만큼 커다란 풍차가 여럿이었다.

성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마을은 너무 조용하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영화셋트장으로 착각되기도 했었다.


사람이 사는 마을인가


산등성위의 여러 풍차가운데 딱 한 곳이 열려있다.

관광상품을 파는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셋트장같은 분위기에서 현지인을 만나니 그가 아무거나 사달라고해도 그저 반갑기만하다.

" 화장실은 없어. 뭐가 문제야 여기저기"

점잖게 화장실을 찾는 우리 일행들에게 그의 시원한 해결책은 여기저기란다.

그 할아버지 역시 사람이 무척 반가웠던 모양이다.


그래봐야 풍차이고 풍차역할이 바람을 이용한 에너지창출인데 멀리서든 가까이에서든 색다른 미(美)다.

한낮에 보았으니 사진맛집이지만 깜깜한 저녁이면 돈키호테가 착각한 거인같을지도 모르겠다.

요즘같은 초겨울에는 이렇게 사람 한 명이 귀하지만 봄에는 유채꽃이 만발하고 자전거대회가 열리기도 한단다.

그나저나 이 마을, 사람이 사는 곳이 맞는 것일까

차는 띄엄띄엄 어디선가 들어오고 나가는 듯 하다.

여느 스페인지역처럼 주차장이 따로 없고 아무데나 세워도 되는 공간이 좋기는하나

이 마을, 돈키호테고향 맞나요?


" 이 곳 사람들은 가난해요. "


풍차를 뒤로 하고 식당을 찾았다. 다행히 한 식당이 운영중이다.  

아시아인 네명이 쑥 들어오자 사장님 표정이 당황이다.

" 영어 잘 못해요"

스페인메뉴는 너무 다양하고 세밀해서 주문하기가 쉽지않다. 우리의 질문에 사장님표정이 당황한 이유를 알아챘다.

사전 공부를 덜했으니 결국 알고있는 토마토 계란 대구살이 들어간 요리를 주문했다.

언어소통은 덜 되었지만 식당의 요리는 매우 훌륭했다. 가격도 너무 착해서 유럽에 없던 팁도 드리고싶어졌다.

맛있다란 표현인 rico와 엄지척을 하니 기분좋아진 사장님

왜 이렇게 사람이 없냐고 물었더니 그의 더듬더듬 대답이

" 이 곳 사람들은 가난해요" 라며 겨울에는 도시로 간다란 말도 덧붙혔다.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사람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동네로 내려오니 사람발견!!
라만차마을


라만차동네에 있는 식당, 의사소통못하면 어떠하리, 음식이 맛있는데

인근 가게를 구경하면서도 내내 느낀 것이 정말 사람사는 곳 맞을까싶은게 문닫힌 곳이 더 많았다.

'영화셋트장 맞다니깐. 이렇게 사람이 없을 수가 있어?'


그럼에도 마을광장 여기저기 사람이 모이고 다녔을 흔적은 느껴진다.

10년 전에는 100년 전에는...그러다 시간을 뒤로 돌려 돈키호테까지 올라간다.


아이들은 뛰놀고 광장은 시끌벅적

기사들은 자신의 최근 대결을 자랑했을거고

그 무용담을 두 귀에 담은 돈키호테의 가슴이 얼마나 설렜을까


" 가좌~산초야. 최선을 다하는 것이 죽지않을 수 있는 독특한 방법이다."


본인도 영감이라고 불리웠던 그 나이에 꿈을 꾸고 실현하는 과정이 예사롭다.

또한 영감의 나이니 지혜도 만만치않다.


산초야 걱정마라 사람은 원래 태양과 먹을 것이 따라다니는 법이야

임금이 그렇게 쉽게 된다면 임금의 가치가 있겠느냐

슬픔은 사람이 것이지만 슬픔을 너무 많이 느끼면 짐승이 된다

돈키호테의 허망한 꿈과 도전은 "공감꾹!" 감이긴하나 따라하고싶지않다. 대신 웃음은 주었다.

남의 인생이니 그런가보다

또한 눈물도 주었다.

인생의 후반부, 세상에서 제일 비싸다는 병상에 누운 돈키호테의 임종이 그렇다.

누군들 그 병상을 피하고싶으나 보장할 수 있는게 아니다.


한 때 넘쳐나던 기사무용담대신 최고 퀄리티의 올리브유가 이곳 라만차에서 나온다고한다.

식당주인이 이곳 사람들이 왜 가난하다고 했을까 의문스럽긴하다.

시대가 변해 기사는 커녕 군사도 필요없는 평온한 땅이 되어 새로운 가치가 그 마을을 유지시키고 있나보다.


관광자원이 넘쳐나는 스페인이지만 종교는 신념과도 같은, 쉬이 바꿀 수 없는 신념인데 기독교에서 이슬람, 이슬람에서 다시 기독교로 엎치락뒤치락하는동안 그 나라 사람들의 정신은 어떠했을까싶다.

국경을 지키는 지역, 라만차역시 종교와 나라를 지켜야하는 어수선함.

맨정신으로 살기엔 혼돈스러운 세상, 그러니 돈키호테같은 걸죽한 인물이

인기를 얻지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길 수 없는 자와 대결하고 잡을 수 없는 저 별을 잡자란 뮤지컬맨오브라만차의

'이룰 수 없는 꿈'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영감도 꿈을 꾸고 도전하는데

그보다 훨씬 젊은 나,

올해는 무엇을 꿈꾸고 누구와 싸워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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