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적으로 어린아이들과 놀이를 하다 보면 이기고 지는 형태를 많이 가지게 된다.
이긴 친구에게 즉각적인 보상이 주어지는 때가 있는가 하면 이길 때마다 스티커를 주고 자율적으로 자기 이름 옆에 붙히는 방법도 쓴다.
솔직히 이 방법을 시도한다고 할 때 주변에서 만약 져놓고도 이겼다고 우기면 어떡할 거냐란 질문이 있었다.
눈 앞의 스티커에 연연해 졌는데도 와서 달라고 하면 어쩌나 싶어 눈여겨보았지만
참 다행스럽게도 어떤 아이들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이미 내게 뛰어 와 손을 내밀 때부터 그들의 이기고 진 표정이 확연히 드러났다.
물론 열에 한 명,
"나도 받고 싶다" 라며 손을 낸 것도 아니고 안 낸 것도 아닌 어정쩡한 친구들이 있긴 하다만
" 이겼어?"라고 물어보면
" 아니요~" 라며 냅다 도망간다.
동료 선생님들과 후담을 나누던 중 이런 얘기가 나왔다.
" 도대체 사람은 몇 살부터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요?"
초등학교 3학년부터다. 말을 배우고 나서다, 나이가 아니고 상황이 불리하다 싶으면 한다 등의 다양한 경험담이 나왔다.
내가 육아를 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자기 의사표현이 서투른 영아 때부터 거짓된 표현은 있다고 본다.
눈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데 쥐어짜는 울음이 있다. 울음소리도 맥이 없이 입만 벌리고 있다.
" 어머 어머, 눈물도 안 나오면서 우네~"라고 약 올리면 그때부터 진짜 울음이 터져 나온다.
괜히 약 올려서 집안만 시끄럽게 되었다.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였나. 가기 싫다며 그 날 따라 징징대더니 누가 자기를 때린다고 하길래 안 듣는 척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선생님께 의논을 드렸더니
" 아니에요."라고 단칼에 자른다.
전후좌우를 다 살펴보니 그냥 가기 싫어서였던 거다.
내 자식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란 믿음만 있었다면 남의 자식 잡을 뻔했다.
사실 내 자식을 너무 쉽게 믿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난 거짓말에 능하지 못하다. 학교 다닐 때 남들이 다 썼다는 수법
" 참고서 사게 돈 주세요."
란 말을 나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아파서 지각했어요, 아파서 학교 못 가요란 핑계와 거짓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눈은 나보다 세 배는 더 커서 거짓말을 할 시도도 차마 못했다. 무서웠다는 표현이 맞다.
그 당시의 학교 선생님들도 거짓말하면 혼난다란 말을 몽둥이로 꼭 지키셨다.
소심했던 성격이 좋은 때도 있는 거다.
형제가 많았던 탓에 나의 부모님이 꺼내시는 육아 에피소드도 좀 많은 게 아니었다.
그중 넘버 원은 가장 머리가 좋았다는 작은 언니다.
아버지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어 쓰고는 거스름돈을 넣어두고 다음 날도 또 지폐를 몰래 꺼내 쓰고는 똑같이 거스름돈을 넣어두었다는데 주머니가 무거운 탓에 딱 걸렸다.
차라리 지폐 한 장을 다 썼더라면 완전범죄였을 텐데 애들의 머리로는 거기까지였던 거다.
그 에피소드 때문은 아니지만 여하튼 나는 거짓말을 해서 돌아오는 건 망신살, 대-박살이라고 확실이 믿는 터다.
거짓말 탐지기의 원리처럼 심장박동이 불안해지면서 빨라지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아이 컨택하지 못하고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늘 긴장해야하고 진실을 아는 누군가가 나타나면 덜덜덜 떨고
남을 믿게끔 하려면 얼마나 많은 a/s가 필요한지 그 머리와 에너지로 차라리 다른 것을 하라는 주장이다.
그런 탓이다. 자식을 쉬이 믿는 이유가.
흥행 보증수표와도 같았던 연극
" 라이어"
천 개의 표정을 가졌다는 짐 캐리 주연의 영화
" 라이어 라이어"
거짓말을 밥 먹듯이, 아니 숨 쉬듯이 하는 주인공들이 겪는 땀 삐질에 보는 이들은 박장대소를 한다.
제삼자 입장에서 들통날 듯 안 날 듯한 거짓말은 웃음을 자아낼 수 있지만 관계자가 되어 자기 눈앞에서 거짓말을 한다면 더 이상 웃음코드가 아니다.
아미튜어로 운동하는 이들이 가끔 하는 거짓말중에 하나가 경력을 속이는 거다.
" 굉장이 잘하시는데...오래되셨죠?
이 운동하신 게...?"
" 한....3..년 되었나? 아니, 중간에 많이 쉬어서
실제로는 2년도 안될걸요"
" 어머, 진짜요? 근데 디게 잘하시네요."
" (우쭐)"
수 년이 넘어도 정확히 말하지못하는 이유가 그 만큼의 실력이 나오지않는 때가 더러 있기는 하다.
어느 아마튜어 탁구시합장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 아냐 아냐, 부수를 속인거야. 4부 아니야 "
탁구는 1부가 제일 잘한다. 거의 선수급이다.
뒤로 갈수록 실력도 뒤다.
다른 부수끼리 시합하면 아래 부수가 2개,3개 정도의 핸디를 받고 시작하게 되있다.
소란의 시작은 같은 부수끼리 맞장뜨다가
"어라, 밀리는데...요것봐라"
상대방이 부수를 속였다고 생각하는 게 발단이었다.
시합장이 많지만 나오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다보니 왠만하면 서로의 실력과 부수를 대충은 안다.
안면이 있는 누군가가 태클을 걸면 참..
당황스러워지고 멘탈이 중요한 경기인 탓에
결과가 좋을 수가 없다.
토너먼트 경기중에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속한 예선조에서 다섯이 출전했다치면 승수가 높은 3명이 올라가는 데 그 중 한 명이 누가 봐도 1위였다.
속으로 떨었다.
11대 0만 아니면 좋겠다싶었다.
한 점만 내보자란 마음으로 달려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셋트를 치르는 데 너무 어려웠다.
그 힘든 한 셋트가 끝나고 자리를 바꾸는 찰나에 누군가
그 이에게 다가왔다.
"000이가 조 1위로 올라갔대. 너가 여기서 져야
000이랑 안붙어. 적당히 쳐" 란 그들의 귓속말이 컸는지
내 귀가 소머즈가 되었는지 어쨋든 내가 확실히 들은 건 "적당히 쳐라"였다.
잘하던 그이가 갑자기 못한다. 경기할 의욕이 나지않는다. 내가 이겼는데 화가 났다.
이건 아니지싶어 따졌다.
" 갑자기 못치시는 이유가 뭡니까?"
" 아휴, 본인이 잘 치시는 거죠."
내 눈을 바라보지못하는 그 이에게 한 마디 던졌다.
" 스포츠정신이 뭡니까? 운동 왜 합니까?"
그는 얼굴이 벌개져서 자리를 피했다.
나도 참 이게 뭐라고 욱-까지했을까?
알고보니, 배드민턴하는 친구네도 비슷한 사례가 있고
월드시리즈에서는 일부러 져서 쉬운 상대를 만나는 오해인지 실화인지도 있단다.
전쟁에서 일부러 져주는 것도 전술의 하나라니
내가 스포츠를 덜 이해한 탓인가보다.
거짓말보다 직언을 하는 게 나의 큰 흠이다.
" 그래도 나는 하지않았다"란 일본 영화가 있다.
지하철에서 여자에게 성추행을 했다란 정황과 본인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증인은 너무 늦게 나타나고 그것도 주인공에게 무죄를 보증하는 것도 아니다만 보는 내내 관객들은
'그는 정말 하지않았을 것이다'란 심증과 동정심을 갖게 한다. 영화는 찝찝하게 끝난다.
우리나라안에서만 보자면 요즘 거짓말탐지기가 열일하고 있다. 그런 사건, 아류 사건이 비일비재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다는 옛말이 있는 걸 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뭔가 투명하지않았다는 얘기다.
왜 이렇게 들통나는 거짓말을 많이 하는지 관련 책을 찾아봤더니 세상에... 반도때문이란다.
네덜란드의 하멜은 100년전 쯤 우리나라에 왔을 때
" 조선인은 거짓말에 능하다. 그들은 거짓말을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러워한다." 라고 기록했단다.
주변 국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반도라는 지형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사기를 잘 치지않냐를 예로 들었다.
그러나 거짓말은 반도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트럼프의 당선때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모두들 힐러리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면 뚜껑 열고보니
" 오, 샤이 트럼프 "
어느 식당에서 산타크로스와 정직한 정치인, 정직한 변호사가 밥을 먹었단다. 누가 돈을 냈을까?
답은 다 아니다. 왜냐하면 산타도 정직한 정치인도 정직한 변호사도 이 세상에 없는 존재들이기때문이란다.
영국 수상 처칠은
"정치인은 거짓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거짓말이 탄로났을 때는 그 이유를 댈 줄 알아야한다." 고 했다는데 비단 정치인에게만 부과되는 덕목이랴. 이유를 댄다고 거짓말이 용납되는 건 더더욱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듣고 싶다. 거짓말했다. 그리고 왜 거짓말을 했는지말이다.
가장 거짓말을 못하는 부류가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란다. 현실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으로는 차마 거짓말까지 못간다는데 아이러니다.
" 저는 요즘 여자도, 술도 다 끊었습니다." 란 어느 남자의 말에 옆에 있는 이가 물었다.
" 아이쿠, 그럼 무슨 재미로 사십니까?"
" 거짓말하는 재미로 삽니다"
하나의 거짓말을 위해서는 또 다른 7개의 거짓말이 필요하단다. 그게 얼마나 힘든거냐.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