王은 돈을 내지않는다 ​

by 유원썸

어느 지역으로 여행을 간다싶으면 모두들 핸드폰을 꺼내 맛집을 검색해본다. 여러 번 나온 맛집을 향해 가면서도 내심 불안하다.

정말 선한 의도로 쓰인 글이 있는가하면 업체로부터 댓가를 받고 자기 입맛만 살린 글도 있기 때문이다.

너나 나나 할 것없이 “원조, 진짜 원조, 오리지날 원조, 40년 원조, tv에 방송된 집” 이란 현수막 사이로 “tv에 한 번도 방송 안된 집” 이란 문구가 달린 식당이 있다.

저 집이 진짜 원조아닐까 강한 호기심마저 생긴다. 추천 많이 받은 집치고 다시 오고싶다란 생각을 한 식당이 거의 없으니 그렇다.


한 꼭지에 삼천원정도의 비용을 받고 업체소개를 해주는 블로거들도 있고 블랙 컨슈머라고 해서 악성댓글을 고의적으로 쓰는 고객도 있기에 그저 여행의 一味(일미)로 삼고싶은 평범한 여행은 가끔 손해를 보기도 한다.


지역주민을 통해 알게 된 한 중국집이 있는데 원조도 아니고 tv에 방송되지도 않았다, 진짜 맛있던 짜장면과 탕수육에 어째 소문이 안났을까, 사진찍는다고 까불거리자 그 식당주인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 무슨 유명 블로거라고, 소문을 내겠다 어쩐다하면서 밥값을 내지않는 이런 경우없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알려지는 것도 귀찮은 눈치였다. 소신있는 주인의 위세에 바로 깨갱했다.


“어서옵쇼, 또 오십쇼” 반갑고 신나게 인사하던 주인, 환영받는 게 싫지않은 손님, 식당이든 어디든 “ 손님은 王(왕)이다”는 흔한 문구였던 때가 있었다.

아마도 경기활성화, 소비촉진을 위함이었지싶다. 소비가 美德(미덕)이고 그 문구가 먹히던 시대였으니깐.


그러나, 왜 손님은 왕일까? 어떻게 손님은 이렇게 높은 신분을 얻게 되었을까?


처음 쓴 이는 호텔업계의 큰 손인 리츠 칼튼이며 당시 호텔이 워낙 비싸 왕의 신분정도는 되야 이용할 수 있었고 설사 신분이 왕이 아니더라도 그만큼의 지불을 낸다면 왕과 같은 대우를 해주겠다란 뜻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게 진짜 기원인지는 모르겠지만 손님입장에서는 듣기좋은 소리다.

왕이라...내가 왕이 될 像(상)인가 그러나 왕과 같은 지불이라함은 고작 일,이만원 선이 아니니 왕의 대우는 접어야겠다.


며칠 전, 공공기관 콜센타에 전화를 했었다. 직원을 기다리는 동안 통상적인 기계음이 나왔는데 마지막 멘트에 기가 찼다.

“ 폭언을 하지말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콜센타 직원들이 전화라는 특성 때문에 막말을 심하게 듣는 감정노동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고객이 두려워(?) 폭언을 삼가달라며 please를 요청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고객의 막말로 심정지를 일으키거나 정신치료를 받는 직원이 많은 현실은 서비스란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탓이다.


서비스업이라고 불리우는 몇 몇 업종에 대해 나는 반기를 들고 싶다.

서비스업은 사전적 해석으로는 비물질적인 생산품 즉 용역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상업, 운수업, 가사노동 심지어 은행보험도 도소매가 아닌 금융서비스업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내 돈을 低利(저리)에 맡기고 高利(고리)로 빌려쓰는 은행의 원래 업무성격을 볼 때 이자소득으로 얻는 일터, 일자리일뿐이다. 고객은 상품에 대한 충분한 인지를 하고 싸인을 한다. 부수적으로 은행직원이 더 친철해서 혹은 불친절해서 금리를 달리 기대하지않는다.


아마도 이 “ 서비스 ” 란 용어덕분에 운수업이든 식당이든 “손님은 왕이다”란 과장된 거래가 강요되고 누리고 싶어지는 게 아닐까


아침 아홉시는 내가 고객이지만 열시가 되면 나는 주인이 되고 고객을 맞이한다. 또 점심 열두시가 되면 나는 고객이 되고 오후 네시면 또 주인이 되어 고객을 맞이한다. 하루에 열두번도 넘게 입장은 바뀌게 된다. 연극이 아니고서야 평생 고객 역할만 할 수는 없다.


왕과 같은 대접을 받고싶다면 그와 상응한 지갑을 열어야 한다. 그 정도의 지갑을 낼 의향이 없다면 우리는 누군가와의 거래자들이다. 단지 상황이나 상대방에 따라 선택의 폭이 좀 더 다양할 뿐이다.


“폭언을 하지말아주세요”란 멘트는 비단 공공기관 콜센타만의 간절함은 아니다. 택시기사에게 동전을 던졌다는 고객이나 햄버거를 던진 고객이나 무릎을 끓게 한 백화점 고객이나 강아지를 던져 죽였다는 고객이나 그것을 관망하는 모두에게 던져지는 간절함이다.


당신은 왕입니다. 그러니 제발 폭언을 하지말아주세요......

하지만 왕은 돈을 내지않는다. 돈을 내는 우리는 절대

왕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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