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한테 개미? 개미가 뭐요?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고-첫번짹 이야기

by 유원썸

아마도 나의 책읽기속도가 겁나 빠른 것은 어릴적 만화책때문이라고 단언한다.

만화가게를 자주 드나들고 대여기간이 있는 만화책을 산더미처럼 싸들고와서는

언니, 오빠 모두 바닥에 배를 깔고 새우깡을 까먹으며

" 야, 2권어딨냐? 누가 보고있냐? 내가 먼저 보고 얼른 줄께"

언니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않으려면 페이지가 확-확 넘어가야한다.

그래도 볼 것은 다 보고 읽을 것도 다 읽는다.


이상하게도 반납일이 다가오면 꼭 만화책 한 권이 빈다.

사라진 권수는 마지막권도 아니고 꼭 중간번호여서 주인에게 백프로 들키게 되있다.

희한하다.

돈은 언니가 냈으니 심부름은 내 차지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라고 징징대어도 언니는 "잘 찾아봐"

얄미운 그 한마디뿐이다.


궁하면 통한다더니 장롱바닥을 긴 자로 훓다보면 뭔가 툭하고 걸리는 이 맛!

낚시의 손맛이라고나 할까?

딱 한 번, 대여기간을 지나 만화방 아줌마가 직접 집에 찾아 온 기억이 있다.

네비도 없던 그 시절, 아줌마는 전화번호만 가지고도 잘 찾아온다.

한 번에 50-60권을 빌리는 집이니 vip고객일텐데도 얄잘 없다.

이후 그 만화방은 out이다.

다른 만화방과 거래를 튼다.

그런 속독으로 학교공부를 했으면....


만화로 다져진 독서(?)기법은 이후 제법 꽤 많은 장편을 섭렵할 수 있는

작은 힘이 되었다. 그래서 어릴 때 만화든 뭐든 활자로 된 건 무조건 많이 대하는 게

독서습관이 된다고 믿는다.


코로나로 인한 늘어진 시간덕분에 책을 찾았다.

만화책을 읽는 속도만 믿고 노안은 까먹은 채 장편을 덥썩 잡고보니

"개미" 였다.

이런, 글씨가 개미만해보이다니!

베르베르라는 천재작가라는데 이 개미를 데뷔작이고 이것을 집필부터 출간하는데 10년이 넘게 걸렸단다.


흐미~10년!

개미입장에서는 몇 천대를 이은 집요한 관찰자이며 양육자이며 거래처였을 것 같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책의 내용은 인간다음으로 매우 기획적이며 조직적이며 집단 생존지속성의 대단함을

에드몽이란 과학자를 통해 그려지는 개미의 세계이다.


"...중략...103호 개미는 멈칫했다....중략..."

"..중략....103654호 개미는........중략...."

읽다보니 개미에게 붙혀진 번호자릿수가 길어지면서 나의 집중력도 조금씩 흩어졌다.

등장인물이 많아질 수록 긴장해야된다.

'놓치면 안돼.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이 개미가 그 개미인지 확인할 수는 없단말이야'


소설은 시작부터 급하게 달린다.

과학자 에드몽이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열거나 내려가지말라는 지하실로 내려 간 에드몽의 조카와 그 가족들의 과감한 동선덕분에 만화책을 읽듯이 확-확 넘기다보니 어느 새 뒷부분까지 와버렸다.


그런데 이후 이상한 느낌이 내 안에 스멀거린다.

내 현실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개미들이 갑자기 전투력이 상당한 적과 같은 느낌이 들었고 열심히 일하는 개미와 베짱이란 이솝우화에서 배웠던 교훈들도 싫어졌다.


꼭 그렇게까지 살아야했어? 멀리도 아니고 뻔히 문 바로 밖에서 덜덜덜 떨고 있는데말야

배부를 때 베짱이 한 번이라도 거두었으면 그 이듬해 베짱이가 달라졌을지 어떻게 알겠어?

어차피 공동생활로 얻은 재산이니 자본주의도 아니잖아

여왕개미의 사이즈는 도데체 얼마나 하길래 그 수많은 알을 낳는걸까?

바쁘게 오가는 개미들의 동선이 음흉해보일 정도였다.


소설 개미에서 개미는 저보다 훨씬 더 큰 몸통을 가진 것들에게 떼거지로 달려들고 집요하게 공격해서 원하는 것을 얻는다. 한 마리 한 마리는 그닥 영향력이 크지않은데 역시나 떼거지로 달려들면 당해 낼 자가 없어보인다.

만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 아니란다.


아는만큼 보인다더니 읽은 만큼 개미가 보인다. 너무 많이 보인다.

내 발밑에서 움직이는 그것들에게 꼭 부지런하다란 말을 붙혀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비로소 든다.

건물안으로 들어 온 개미를 발견하고는 집어서 밖으로 내보낸다. 잠시 어리둥절하드만 바로 방향을 잡는다.

이렇게 개미들은 자기들이 살 조건만 되면 어디든 누구든 상관없이 지낼 수 있다고 하니 그런 면에서는 사람보다 낫겠지만 저를 위에서 훤히 내려다보는 만물의 영장에 비교할소냐?


개미에 대한 관찰은 베르베르외에도 "살아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의 저자, 최재천교수님도 있고 모든 일개미가 다 열심히 일하는 건 아니다란 파레토의 8대 2법칙에서도 볼 수 있다. 날씬함으로 여겨지는 개미허리란 표현도 있다. 주식시장에서 개미라고 불리우는 집단, 곧 우리도 있다.


나도 개미다. 때로는 일개미고 때로는 2대8의 대충대충 하는 8에 속한 적도 있었고 주식시장에서 기관, 외인이 아니니 당연히 개미에 속한다.


코로나로 분명 많은 것이 눈에 띄는 마이너스임에도 주식장은 활활이다. 어떤 투자자의 댓글에는

"주식 무섭다. 이건 진짜 정상이 아니다" 란 표현까지 있더라.

삼성전자라는 기차에 올라타지못해

매달린 수많은 사람들를 떼어내버리는 마치 개미털기같은 사진이 돌고돌았는가하면 항상 돈 버는 것은 외인이요 기관이요 그만치 개미들의 손해가 막심이요란 기사제목도 늘 오르고 있다.

네이버이미지출처


왜 개미일까?

위키백과와 소설에서도 개미란 종족은 살아남기위해 최고의 라인업을 구성하고 조직화된 지능적인 놈들이라는데 왜 바닥에서 헤매는 개미들이라고 명명했을까? 타고난 자본이 없어서 그랬을까?

그나마 위안이 되는 표현, 수퍼개미, 부자개미, 그럼에도 여전히 개미에서 벗어나지못하는 아이러니가 있다.


아직 소설 개미의 마지막 권을 잡지못했다. 장농아래로 들어간 것도, 대여기간이 있는 것도 아니니

서두를 필요도 없겠지만 그 주저함은 따로 있다.

10년이 넘도록 왜 개미에게 그렇게 집착했는지 여전히 작가의 의도를 따라갈 수 없다.

만화에서나 일어남직한 104호 개미의 무한도전과 인간세계로 겁없이 들어오는

모양새가 섬뜩하다.

개미하나로도 그런 대단한 장편을 쓸수있는 작가에게 열등감도 느낀다.

개미가 사람처럼 티비를 보거나

사람이 개미화되는 과정이 나는 마땅치않다.

안그래도 개미라고 불리우는 처지가 못마땅한 마당이다.


심지어 우리는 개인정보조차

공개되있더라

어린 애들도 우리개미들의 주소를 다 다니깐!

개인정보가 허술하다. 너무 허술해


"허리도 가늘군 만지면 부러지리"



2편에서 계속-

#베르베르

#개미

#곤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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