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 철 반짝하는 장사중의 하나가 붕어빵이다.
가게가 있으면 바로 앞에 천막하나 치고 할 수도 있고
노점상으로 영업할 수도 있는
따끈따끈 붕어빵~
대학생 아들이 작년 이맘때 트럭음식을 할까
붕어빵 장사를 할까 알아보길래
어른 보호자 입장으로 녀석을 예의주시해보니
의외로 재미가 솔솔한 돈벌이였다.
오늘 집정리를 하다가 노~란 주전자가 있길래
작년 이맘때 추억을 더듬어본다.
보통 붕어빵을 파시는 분들의 하우스(?)를 보니 아래
"체인점모집" 이란 문구가 있다.
전화를 해보면 누가 할 것인지, 왜 할 것인지, 어디서
할 것인지를
확인한다.
대학생이라고 하니 부드러워진 목소리,
학생이 대견하네~학비도 벌 생각을 하고~
전화속의 아저씨를 만나러 동평화시장 어딘가로 가서, 학생증을 맡기고,
어디서 할 지 정하지못했다고하니
지금 비어있는 곳이 두 어개 있다며
고르라고 한다.
태어나 처음으로 낯선 장소로 안내받고 시설을 살핀다.
원래는 할아버지가 하셨던 건데
요즘 아파서 못나오신단다.
우리의 분주함에
" 오늘 붕어빵 나와요?"
바로 앞 유치원에서 나온 학부모와 아이가 얼른 물어본다.
" 할아버지가 요즘 안보이시대요"
이 동네 인심이 이렇구나...잘 되겠다....헛물을 킨다.
날씨는 추워지고 오랜 시간동안 비어놓아서
청소할 게 한가득이니
내 마음도 추워진다.
그냥 카페 알바나 하지...
좀 부지런떨어서 구청 알바나 하지
그냥 공부나 잘해서 장학금을 받지..
.뭐 이런 저런 궁시렁을 늘어놓으니
그만 가란다.
며칠 뒤 장사를 어떻게 하나 궁금해 가봤더니
고개 한 번 못들고 열일중인 사장님
자기먹을 것은 자기가 해먹는 요리 수준이다만
내가 못하는 메뉴에 놀랄 노자다.
반죽을 붓고 주걱으로 팥을 넣고 다시 반죽을 붓고
뒤집고 빈 칸에는 마아가린을 한 번 칙~
왼 손은 반죽이 담긴 주전자
오른 손은 꼬챙이
다시 왼 손은 고물
오른 손으로 한 웅큼 잘라 넣고
양손의 박자가 척척이다.
붕어가 위 아래로 뒤집었다 엎었다를 반복하면
어느 사이
진열대에 켠켠히 쌓여가는 붕어빵
고개를 들 사이가 없다.
손님이 알아서 돈통에 돈을 넣는다. 믿고 사는 사회다.
그래도 만원짜리 고액 지폐는 녀석의 돈주머니로
얼른 들어간다.
" 무조건 깨끗이 해라"
"ㅇㅇ"
" 돈 관리도 잘하고"
" ㅇㅇ"
" 재료는 어떻게 구하는거야?"
" 거기서 다 갖다줘"
" 남거나 모자르면 어떻해?"
" 다 할 때까지 파는거지. 남는 게 어딨어?
모자르면 그만하는거구"
우문에 현답이네. 재료가 없음 파장이고 재료상도
다들 전문가라 어느 정도 팔릴 지
적당량을
갖다준단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내가 나타나면 없던 손님이 생기고 그것도 줄이어 계속 들어온다며
장사하는 친구가
" 너, 손님 끄는 애다~" 란 폭풍칭찬을 해 준 적이 있다.
정작 내 장사는 해 본적이 없지만 간혹 부녀회, 자모회때 손님몰이는 비교적 잘했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큰 주문이 들어온다.
" 저 아래, 태권도장인데 한 50-60개정도 살건데..."
" 한참 기.."
" 됩니다. 배달해드릴께요~"
자신없어하는 주인을 제치고 얼른 대답하는 나는 대한민국의 아줌마다. 못할게 없다.
" 봐봐..,내가 손님끈다니깐..."
" 한 사람이 많이 가져가면 다른 손님들이 먹을 게 없어."
그 말도 일리있다. 장사를 해보면 이렇게
사고의 확장이 되나보다.
당장 줄 선 고객들에게 몇 개를 팔고 잠깐 줄이 끊어지면 겁나게 굽고
호떡집에 불나게 구우려고해도
한 개가 제품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동일하다만
최선을 다해 급배!
" 팥 좀 넉넉하게 넣어라"
" ㅇㅇ"
" 안뜨겁니?"
대답대신 화장실 갔다올테니 가게 좀 봐달란다.
가게가 어딨니??
무슨 가게??
오백원짜리 동전이 쌓이고
천 원짜리 지폐가 쌓이고
현찰이 없어도 바로 계좌이체로 구매를 미루지않는 고객들덕분에 장사는 어렵지않았다.
아니다.
하루는 도둑을 맞았단다
출근후 장사하려고 보니
어라~붕어철판이 없어졌네
그것도 두개나!
이빨빠진
붕어판에 기가 막혀서 웃음만 나왔다는데
벼룩의 간 빼먹는 꼴이다
팔다가 배고프면 하자있는 상품을 먹기도 하는 주인.
내가 먹을 것을 판다라는 정신이 좋다.
나도 얼른 한 개 집어먹어본다. 맛있다.
붕어빵의 일미는 팥이다.
슈크림도 잘 나간다. 어떤 붕어빵은 치즈도 넣는다는데 거들었더니
단 칼에 자른다.
" 이것 저것 하면 힘들어"
저녁이면 책상위에 100원짜리부터 꼬깃한 천원짜리까지 가득하다.
" 남은 것 좀 싸와"
없단다. 솔드아웃!!!
결국 식구는 주인이 해 준 붕어빵을 먹어보지못했다.
녀석의 스케쥴에 따라 한 달로 영업종료.
물론 주말은 쉬었고 너무 너무 추운 날도
안팔린다며 쉬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재료비 다 제하고
약 80만원 플러스 남짓
9-6 정규근무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점심나절 출근해서 어떤 날은
8시까지 하고 온 날도 많은데 시간당 8천원
시급은 챙긴건지 모르겠다.
공부를 안하면 여름엔 더운데서 일하고
겨울엔 추운데서 일한다란 협박을 나도 들으며 공부했고
가르치는 아이들 입에서 그 똑같은 소리를 듣기도한다.
" 우리엄마가요. 공부안하면 여름엔 더운데서....~"
" 여름은 더운거고 겨울은 추운거야. 계절에 맞지않게 일하면 면역성 떨어져"
란 농으로 녀석의 게으름을 달래며 덧붙힌다.
" 그 말은 실내서 일한다란 건데 꼭 바같에서 일한다고
나쁜 건 아니야"
준비했던 푸드트럭은 코로나로 물건너 갔다만 난 녀석의 붕어빵 장사를 충분히 응원했다.
물론 공부잘해서 장학금받는 게 학생으로야 최고다만
그게 안되어도 다른 장학금도 찾으니
많더라.
추운 날 바같에서 발이 시리게, 화장실도 못가고
일해봤으니 돈 벌기가 어디 쉬운가...
그러니 돈 쓰기는 더더욱 지혜롭게 써야지란
산 경험을 했겠지싶다.
이건 보호자급 잔소리고 녀석은 어땠을까?
" 엄마, 저 붕어빵은 한 눈에 보기에도 맛없네."
" 어떻게 아니?"
" 끝이 바삭하게 구워져야하거든. 반죽이 묽던가 덜 구워졌든가."
두 번 다시 안하겠다 소리 없는 걸 보니
비교적
편한 일자리, 편한 사장이었나보다.
겨울이면 기다려지는 붕어빵, 공부하고 전~혀 무관한 맛있는 디저트장사.
붕어배가 터질 듯 팥고물을 넣어주시던
동네 어르신이 계셨는데
몇 년 전 지병으로 작고하셨단다.
그 어르신의 붕어빵을 한 번도 안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먹고 마는 동네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겨울이면 줄 서서 기다리고 줄 서서 먹고
다 같은 마음으로 붕어가 뚤어져라 지켜보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렇게 해서 남기나 한 것일까?
남길 마음이 없었다에 한 표다.
참 장삿속 없으신 양반이지 뭔가.
그나저나 붕어빵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받자마자 한 입 베어먹다가 뜨거운 고물에
입천장이 데기도 여러 번,
금붕어 기억력이 5초를 못간다더니
누구를 두고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