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백만원으로 한달 살아보기

by 유원썸


지인의 시어른들이 필리핀에서 매년 겨울을 보내고 오시는데 이유가 따뜻하고, 싸다란 거다.

월 200만원 정도면 골프까지 칠 수 있고 난방비걱정없고 추운 한국에서 빙판에 넘어질까 조심할 필요도 없고

그런 기타등등의 장점으로 외유를 즐긴다고 하셨다.

은퇴후 부부 생활비가 최저 184만원이란 모연구소의 2018년 라이프보고서에 대입해보면

20만원 정도만 더 내면 따뜻한 겨울살이가 가능하다는 거다.


최근 대만 가오슝에서 열흘을 넘게 있어보니 월 200만원이 아닌 그 반의 금액으로 가능하지않을까

계산해보았다.


가오슝은 대만의 지도상 남서부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사시사철 덥거나 따뜻한 편이다.

어떤 이는 가오슝을 우리나라 항구도시인 부산과 비교하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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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에서 살다보면 초반에는 겁나게 했다가 차츰차츰 안하는 짓이 물가비교란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는 얼마에 파는데 여서는 더 싸다 더 비싸다를 환율계산기로 두드려보는 거다.

같은 제품을 굳이 비싸게 살 필요가 없으니 계산하는 게 무슨 죄가 되겠냐만

현지한인들은 필요하면 따지지말고 그냥 사~라고 말한다.

본인들도 따지면서 조언하기는!!!


현지인이 아닌 지나가는 행인 1의 입장에서 대만, 가오슝의 물가 특히 먹거리는 진짜 싸다.

빅맥지수로 따지면 한국이 4.03으로 18위, 대만은 2.27으로 49위로 확실히 차이가 난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별 차이가 없다. 두 나라 모두 2만불이 넘고 한국이 26위 대만이 29다)


여행지로 가는 길목, 유명하다는 만둣국을 먹었다.

완탕이란 이름인데 가격이 45,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2,000원 정도다.

사업에 밝은 사람이라면 이 맛, 이 가격 한국에 가져가는 즉시 대박나겠다. 함께 먹은 모두들 엄지척을 했다.

그러나 섣부른 시도는 말자고 했다.

대만의 딘000을 국내에 들여왔더니 너무 비싼 고급 요리집이 된 예를 들었다.

물론 대만에서도 딘000은 백화점 식당가에 있고 예약을 하고 기다려서 들어가는 곳이긴 하다만 어쨋든

현지와는 상황이 다르다.


대만 현지인이 며칠에 한 번씩 들러서 왕창 산다는 빵집을 따라갔다.

자주 올 수 없으니 냉동고에 넣어두어도 된다며 트레이에 빵을 한가득 담든다.

대만식 레드와인 컵 케이크가 40, 또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1,600원정도다.

이런 식으로 따져보니 한 끼에 대만달러로 60-80, 하루 200-250정도가 든다치면

한국돈으로 하루 8천원-1만원정도, 한달이면 맥시멈 30만원이다.

주1회는 배부르고 맛있게 먹는다쳐도 겁나게 비싼 금액은 아니다.

안먹고 굶고 그렇게 한달 살기는 의미없으니 먹는 것은 야무지게 먹어야 한다.


암모니아 냄새가 강한 삼합은 호불호가 강하고 못먹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대만 음식도 만만치 않다. 치두부라고 불리우는 이것은 분명 건강식같기는 한데

시도 두번에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햄버거가 너무 먹고싶었다.


대만은 집에서 조리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테이크아웃이나 외식이 태반이다.

신기한 광경도 있다.

아침식사를 하는 식당과 먹거리를 파는 시장은 오전 반짝했다가 신기루처럼 모두 문을 닫고 사라진다.

" 조금전까지 장사하던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지?"

비수시간대에는 집에 가서 낮잠을 자거나 저녁 장사를 준비한단다.

하루종일 문을 열어놓고 전기를 가동시키고 손님을 기다리는 우리 영업스타일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요즘에야 우리도 식당 브레이크 타임을 인정하고 주인과 직원의 휴식을 존중해주는 분위기이긴 하다만

아예 셔터까지 내리지는 않으니깐.


아무리 부자라 해도 하루 세끼 먹는 것은 같고

아무리 대만 먹거리가 싸다해도 하루 세끼이상을 먹을 필요는 없다.

먹거리 비교는 할수록 한숨이 나온다. 우리나라가 더 비싼 이유도 한숨밖에 안나온다.


금토일저녁이면 야시장이 선다. 이곳에서도 매체에 소개되는 집에 줄이 길게 선다.

야시장을 관광상품화 시키기위한 노력에 주변 학교도 동참이다. 공영주차장이 되어준다.

이건 좀 우리나라에서도 접목시켰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학생도 줄어드는 마당에 학교 앞마당을 찾아오는

외지인들에게 돈을 받고 내준다면 서로 윈윈아닌가?

휴일이니깐.


대만의 수도인 타이페이는 역시 수도답다. 가격도 서울못지않다. 굳이 비지니스가 있다면 모를까

일일생활권이 가능한 대만내에서 숙박비를 아껴서 차비에 쓰는 게 낫다싶다.


먹거리외 비용도 저렴하다. 믿기힘든 실력이긴한데 미장원의 커트 가격이 한화 3천원정도다.

급한 김에 컷트한 친구를 보니...머리는 그냥 한국의 자기 단골에서 하는 게 좋겠다.


가오슝의 숙소는 5-6평 원룸이 월 30만원 안팎으로 렌트가 가능하다.

싸면 비지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대만은 샤오헤이원이라고 불리우는 벌레가 있다. 물리면 엄청 가렵다.상처도 빨리 가라앉지않아 곤욕이다.

싸면 비지일 확률이란 건 이런 벌레라던가 전철이 멀다던가 약간 취약한 동네라던가 등등의 이유가 따라온다.

그거야 한국도 마찬가지다.


내가 묶었던 그 곳은 도보 10분 거리에 전철이 있었고 도보 10분 거리에 공원이 있었다.

한마디로 나이스한 동네였다.

무엇보다 날이 따뜻해서 오고가는데 몸이 가벼워서 좋았다. 더불어 캐리어 짐도 가뿐했다.


대만은 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많게 느껴진다. 출퇴근시간대 오토바이의 행렬은 끝도 없다. 차도는 꽉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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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 소리를 몇번 들었을까? 기억에 없다.

오토바이 헬멧도 가게도 즐비하다.

타이페이 기차역앞의 홈리스가 헬멧을 쓴 것보고 오토바이족인줄 착각 할 정도였다.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여자라이더들이 특이하게 옷을 입었다. 외투가 등이 아닌 배부분을 덮고 있다.

거꾸로 입는 이유는 먼지때문이란다.

이 나라에서 오토바이 전용 겉옷을 팔면 어떨까싶은 생각이 났다.


(대만은 신용카드만 있으면 자전거를 무료로 탈 수 있다. 30분동안이지만 거리,시간 계산을 잘하면 하루 종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는 도로 여기저기에 있다.)


제주에서 한달 살아보기가 한 때 인기였던 것처럼

가까운 동남아에서 한달 살아보기도 시도해봄직하다.

인종차별이 있고 원거리인 서구보다는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일단 맘에 안들면 컴백홈하면 된다. 2시간이면 날라올 수 있다.

같은 피부색이니 외모만 보고 차별 혹은 경계대상도 덜 될 것이고

무엇보다 한자가 70프로인 우리말의 어원을 볼 때 대만살이가 크게 애를 먹을 것 같지는 않다.

치두부를 먹을 수 있다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민이 아닌 외지에서의 short-stay는 새로운 것만 보게 하는 건 아니다.

아주 아주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낯선 음식에 대한 거부감은 혀가 기억하는 입맛을 부른다.

음식에 대한 그리움은 단순히 맛뿐이 아니다. 그 음식을 함께 먹었던 친구, 가족, 동료...

음식으로 시작된 기억은 그 사람에 대한 기억까지 가지고 온다.


그러면서 서서히 밀려드는

관계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외로움.


이래서 여행을 많이 하라는 이유인가?

외로움부터 느끼고 그리움 느끼고 익숙함에 대한 소중함 느끼라고?

그런 여행뒤에 돌아 올 내 자리가 있다는 건 신난다. 정말 좋다.

또 나갈 궁리를 하고 찬스를 노려도 그래도 좋은 건 내 자리 내 집이다.


꽃보다 할배란 프로그램 덕분에 대만 인기도 신이 난다.

다양하고 저렴한 먹거리의 나라, 국민 총생산은 비슷하지만 만만디와 같은 느리고 여유있는 삶의 자세때문인지

행복지수는 우리가 56위일때 대만은 33위였다.


열흘의 뚜벅이 여행가가 '이곳에서 1백만원으로 한달 살아봐?' 를 너무 쉽게 꿈꿀 수 있었던 건 왜일까

공茶 버블티의 매력?

딘000의 송이버섯 딤섬?

진주팩의 효과?

아니다. 그들의 표정에서 오는 여유로움과 널럴함에 탐이 났다.

뛰는이가 없고 빵빵거리는 이가 없고 어깨를 부딪히며 걸어가지않아도 되는 널럴함에 얼른 김칫국을 마신게다.




만만디.


내가 너무 만만하게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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