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그림X, 다른그림O

그대와 나는 다르다

by 유원썸

그 날은 아침 운동을 마치고 시원 개운 한 몸과 마음으로 귀가하는 길이었다.

아침부터 쇼핑할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요즘 人道(인도)의 반은 옷이며 과일이며

가게의 물건들로 지나가기조차 쉽지 않으니 그 탓에 매대 위에 누워있던 옷을 잡은 게

사단이었다.

“입어보세요”

00 옷 주인은 얼른 나와 내 발을 잡는다.


그 옷은 한철 지나 매대로 가긴 했다만 제법 고급진 색깔과 디자인이었다.

화장을 안 했으니 그 옷을 입어 보는데 문제는 없었지만 옷을 사는 데는 문제가 되었다.

얼굴은 얼굴대로 옷은 옷대로 따로 놀았기 때문이다.

다른 옷을 건네 보는 주인, 그마저도 그냥 그렇다. 매장 안의 거울은 날씬하게는 보이는 장점만 있다.


탐탁지 않는 표정을 짓는 주인이 뜬금없이 묻는다.

“ 화장을 원래 안 하고 다니세요?”

“ 지금 막 운동 끝나고 오는 길이라서요.”

“ 여자는 그러면 안돼요. 나이 팔십 넘어도 꾸며야 해요. 화장 안 하면 어떤 옷도 받혀주지 않아요”

주인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며칠 가게를 봐주는 알바라고 했다.

옷장사로 남는 이윤보다 내 얼굴에 어떤 코칭을 해주는 게 남는 거라고 여긴 듯했다.

“ 우리 엄마는 손님보다 훨씬 나이 많아도 눈뜨자마자 화장하고 머리하고 절대 맨 얼굴로 나가지 않아요. 남자들이 왜 바람을 피우는데요? 집에 있는 부인들보다 바깥에서 보는 여자들이 훨씬 더 잘 꾸미고 예쁘게 하고 다니잖아요”


한 방에 훅-들어오더니 “잽, 잽, 잽 라이트 훅~”

downloadfile-5.jpg 네이버권투이미지출처

상대방이 정신 차리지 못하게 속사포로 쏟아부으며 코너까지 몰아붙인다.

세다. 너무 세다.

나도 눈감고 한 방을 날릴 수야 있겠지만 개시할 요량으로 날 부른 걸 안 데다 욱하기보다는 차라리 뒤끝 있는 나인지라 맞대응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논리대로라면 화장을 이미 다 한 상태의 출근녀와 맨 얼굴로 다니는 동네 아줌마는 대결 급수가 다르다.

어쨌든 그녀 주장은 동네라도 여자는 맨 얼굴로 다녀서는 안 된다는 것.

옷을 안 사는 손님보다 화장하지 않은 여자가 더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까 의문의 1패다.


나도 안다.

백화점에 갈 때는 최소한 5초 가방이라도 들고 가야 직원들이 말을 걸어 준다고.

수다 떨고 에어컨 쐬러 오는 여자와 지갑을 열 여자들은 외모부터 다르다고.

나도 그렇다.

화장에 머리까지 단장한 여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를 대하는 마음자세도 다르다고.


사람 마음이 다 비슷하니 나의 맨 얼굴이 옷가게 여직원에게 무장해제를 불러일으킨 것도 그런 심리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아내들이 꾸미지 않아 남편들이 바람을 피운다는 건 아니지 싶다. 남자들을 어떻게 보는 건지, 아니 제대로 보는 것일까?

맨 얼굴로 동네 앞도 나갈 수 없다면 그건 외출이다.

화장을 해야 어울리고 안 하면 안 어울리는 옷이 문제다. 옷이 날개란 말은 땡!


탈코. “조여왔던 코르셋을 벗어던지고 본인은 물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란 이 단어를 지향하는 이들은 화장을 안 한다거나 쇼-커트 헤어스타일로 확 바꾸거나 보이시한 옷차림을 한다거나 다이어트를 거부하거나 등의 외모 변화, 혹은 그런 외모를 유지한다고 한다.


탈코와 관련한 뉴스를 보다 보니 어느 유튜버가 화장을 지우면서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란 동영상을 찍은 게 있다.

스물이 넘은 여자에게 예쁘고 날씬하고 화장하고 멋 부리고 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기에

화장을 거칠게 지우는 모션은 끝까지 볼 수 없을 정도로 짠했다.

그동안 그녀가 받았을 수많은 지적질에 대한 상처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downloadfile-7.jpg 도서 나는 예쁘지않습니다이미지출처


“살이 왜 저렇게 찐 거야, 화장을 왜 저렇게 한 거야, 저게 여자 얼굴이야, 나 같으면 아이고..”


잽 잽 잽 라이트 훅!


화장을 해아 여자이고 하지 않는다고 해서 성이 바뀌나?

탈코를 해서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대답은 땡! 타인은 외모만 건드리는 게 아니다.


그러나 인정할 부분이 있다.

화장은 “나는 준비했다” 와 “부지런함”을 보여준다. 그것은 인정!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다.

나이한 외모를 바라는 건 본능이지만 그렇다고 눈은 크게, 코는 오뚝하게, 입술은 도톰하게, 얼굴은 작게,

피부는 밝게~ 모두가 같은 화장법을 해야 하고 모두가 50kg이 되어야 하고 “나는 준비했으니 너도 똑같이 준비해라”를 강요할 수는 없는 거다.


너는 틀리다가 아닌 너와 나는 다르다. 그냥 삶의 방식이 다를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는 게 다인 우리의 시각적 판단은 또 “잽, 잽, 잽, 라이트 훅!”을 날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뒤끝 한마디,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이여, 쌩얼에 입어도 어울릴 그런 옷을 만들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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