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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말할 게 없다는 당신에게

평범한 경험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드는 STAR 기법

by 커리어포유

7월, 유난히 취업 강의가 많았다.
한여름의 더위만큼이나 치열하고 간절한 눈빛들이 강의실 안을 가득 메웠다.
에어컨 바람 속에서도 식지 않던 열기.
무언가를 간절히 붙잡으려는 손끝 같은 시선들.


나는 취업강의 때 단순히 자소서 작성법이나 면접 스피치 스킬만을 알려주진 않는다.
코칭을 기반으로 '나'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내 이야기'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꺼낼 수 있을지를 함께 탐색하는 데 더 중점을 둔다.


우리는 누구보다 나 자신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막상 말로 꺼내려하면 자신 없어지고,

'이걸 말해도 될까' 망설이게 된다.

나는 그 마음의 벽을 함께 넘고 싶다.



청년 인턴들과의 수업 중,

성취와 실패 경험에서 배운 교훈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모두가 워크시트를 열심히 채워나가고 있었지만

한 교육생만이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펜이 멈춰 있었다.

조심스레 다가가자 그가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저는 딱히 말할 게 없어요.

남들처럼 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도 없고, 인턴 경험도 없고...
그냥 평범하게 학교 다니고, 알바만 조금 해봐서 뭔가 내세울 만한 게 없어요."

비교의식과 자책,

그리고 혹시라도 자신이 '하찮아 보일까' 걱정하는 마음이 어색한 웃음 뒤에 숨어 있었다.

나는 조용히 물었다.

"끝까지 해낸 일,

스스로 대견했던 순간,

아무도 몰라줬지만 나만은 알고 있는 변화...

뭐 그런 게 정말 하나도 없었을까요?"




말할 경험이 없는 게 아니다.

그 경험을 어떻게 꺼내고,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모를 뿐이다.

혹은 '별거 아닌 일'이라 여겨 스스로 덮어두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면접, 자소서, 발표에서 중요한 건 '어떤 경험을 했는가'보다 '그 경험을 어떻게 풀어내는가'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흩어진 경험을 선명하게 정리하고, 감정을 흐름으로 엮어내는 말의 구조,

STAR 기법이다.


STAR 기법이란?

S (Situation)
: 사건이 일어난 구체적인 상황.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있었는가?

T (Task)
: 내가 맡았던 과제와 책임.
그 상황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가?

A (Action)
: 내가 실제로 취한 행동.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행동했는가?

R (Result)
: 그 행동의 결과와 느낀 점.
무엇이 달라졌고, 나는 무엇을 배웠는가?


이건 단순히 순서대로 말을 나열하는 기술이 아니다.

그 안에는 맥락이 있고, 감정이 있고, 의미가 담겨야 한다.

그래서 STAR 기법은

작고 평범한 경험조차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로 바꾸는 힘을 가진다.




요즘 많은 기업이 '경험 기반 면접'을 본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했나요?"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을 말해주세요."
"협업이 잘 이뤄졌던 순간이 있었나요?"

이 질문들의 핵심은 행동 너머의 태도와 가치관이다.

즉,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은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일을 주도적으로 맡아본 경험이 있나요?"

라는 질문에

"대학교 축제 준비위원회에서 총무 역할을 맡아, 예산을 편성하고 부스별 물품 요청을 취합했습니다.

공급업체를 비교·선정해 예산 범위 내에서 물품을 효율적으로 조달했으며, 행사 당일에는 물품 분배와 현장 지원을 총괄했습니다. 이후 지출내역을 정리해 재무보고서를 작성하고 마무리까지 책임졌습니다."

라고 답한다면 면접관의 질문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이 질문의 핵심은 단순히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다.

그 일을 어떻게 주도했는가,

문제 상황을 어떻게 해결했는가,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즉, 단순한 사실 나열이 아닌 당신의 태도와 역량을 보여주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원한다는 뜻이다.


그 안에서 어떤 문제에 직면했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으며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STAR 구조로 풀어낼 수 있다면

단 한 줄의 경험도 충분이 깊이 있는 답변이 된다.


대학교 3학년 때, 축제 준비위원회에서 총무를 맡은 적이 있습니다. (S)
당시 저는 전체 예산이 전년 대비 30% 줄어든 상황에서, 15개 학과 부스의 다양한 물품 요청을 예산 내에서 조율해야 했습니다. (T)
우선 필수 물품과 선택 항목을 분류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다섯 곳의 업체를 비교해 묶음 구매 방식으로 단가를 낮췄습니다. (A)
그 결과 예산을 초과하지 않으면서도 대부분의 요청을 충족시킬 수 있었고, 축제 당일에는 현장 인력 배치와 물품 분배까지 총괄하며 행사를 원활히 마무리했습니다. 이후 담당 교수님과 학과 대표들로부터 "꼼꼼한 예산 운영과 협업이 인상적이었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한정된 자원 속에서도 우선순위를 정하고 실행 방안을 찾는 문제해결력이 저의 강점임을 확인했습니다.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판단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R)


STAR기법을 활용할 때는 다음을 기억하면 좋다.


막연한 표현 대신 구체적인 상황을 말한다.
"열심히 했습니다."(X)
→ “예산이 부족했지만, 우선순위를 조정해 필수 물품을 중심으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결과는 수치나 감정으로 표현한다.
"성과가 있었습니다."(X)
→ "예상보다 30% 저렴하게 물품을 조달했고, 팀원들로부터 꼼꼼하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배운 점'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계획의 유연함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고, 지금도 일을 시작할 땐 항상 A안과 B안을 함께 마련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경험을 구조화하면,

평범한 아르바이트, 동아리 활동, 수업 프로젝트도 충분히 훌륭한 답변 소재가 된다.
중요한 건 크고 대단한 경험이 아니라, 그 안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했는 가다.




마지막 모의면접 시간.

그 교육생은 '갈등 상황에서의 대처 경험'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먼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제 감정을 조율하는 데 집중합니다.
예전에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매니저의 실수로 손님에게 음료가 잘못 나간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매니저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저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제대로 응대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손님의 화는 더 커졌고, 본사 항의로까지 이어졌는데요. 이후 매장에서 상황 보고가 올라갔고, 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좀 억울하긴 했지만 제가 잘 대처하지 못한 부분도 있으니까 그냥 맡은 역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그날 마감까지 책임졌습니다.
그 일을 통해 저는 '책임감'은 단지 실수를 수습하는 차원을 넘어서 감정이 얽힌 상황에서도 자리를 지켜내는 태도라는 걸 배웠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떤 갈등이 생겨도 피하지 않고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하며 신뢰를 지키려는 자세로 매사에 임하고 있습니다."


'말할 게 없다'라고 했던 사람이,

평범한 아르바이트 경험 안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 경험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 말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중요한 건

경험의 '크기'가 아니라

그 경험을 바라보는 '시선'과 풀어내는 '이야기력'이다.


작은 경험도, 나의 언어로 정리되고 연결되는 순간

그것은 나만의 강점이 된다.

그 이야기를 발견해 내는 힘, 꺼내는 용기, 그리고 전하는 기술.

그것이 내가 수업에서 함께 나누고자 했던 진짜 목표였다.




누구나 말할 이야기는 있다.

다만 그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느냐가 다를 뿐이다.

살아온 날들 속에는

말하지 못했을 뿐 당신만이 알고 있는 선택의 순간들이 있고,
아무도 몰라줬지만 스스로 대견했던 장면들이 있다.

그 기억들이 당신을 설명해 줄 가장 진실한 언어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그 이야기를 꺼내보자.

말할수록, 당신은 분명 더 선명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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