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시작, 아이컨택(eye contact)
선생님, 저는 발표할 때 사람들 눈을 못 마주치겠어요. 눈을 보면 더 떨려요.
강의 중에 자주 듣는 말이다.
그 말에는 단순한 긴장을 넘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 있다.
누군가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본다는 건, 그만큼 내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뜻이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을 말할까'에는 집중하지만,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말보다 먼저 전달되는 건 눈빛이다.
입이 열리기 전, 우리의 시선은 이미 마음을 말하고 있다.
스피치의 목적은 결국 '전달’'
그리고 그 전달의 궁극적인 목표는 '설득'이다.
그렇지만 말이 아무리 유려해도, 청중이 내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그건 혼잣말에 불과하다.
설득은 집중에서 시작된다.
그 집중을 끌어오는 첫 번째 열쇠가 바로 눈 맞춤, 즉 아이컨택(eye contact)이다.
눈 맞춤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다.
청중에게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있어요."라는 말을 대신해 주는 또 다른 언어다.
시선이 닿는 순간, 말은 '소리'에서 '감정'으로 바뀌고, 청중은 '대상'이 아니라 '상대'가 된다.
그 짧은 눈빛 하나가 발표의 공기를 바꾸고, 이야기의 온도를 달리 만든다.
관련해서 강의를 할 때 내가 강조하는 문장이 있다.
"One sentence, one person."
한 문장을 말하는 동안 한 사람과 눈을 맞추는 것.
이 단순한 원칙 하나만으로도 전달력과 설득력은 놀랍게 달라진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눈을 마주치는 대신 눈동자만 굴리거나, 시선을 허공에 던져버린다.
혹은 한 사람을 너무 오래 바라보다 상대가 불편해질 때도 있다.
시선은 ‘강요’가 아니라 ‘교감’이어야 한다.
마주침 속에서 흐르는 건 단순한 시선이 아니라, '당신에게 마음을 열고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다.
가장 이상적인 눈 맞춤의 길이는 3~4초 정도다.
그 정도면 상대가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표정으로 반응할 여유가 생긴다.
그 짧은 시간 안에서 서로의 리듬이 맞춰지고, 소통의 템포가 만들어진다.
눈을 너무 자주 깜빡이거나 시선을 급하게 옮기면 불안해 보인다.
반대로 한 사람만 오래 바라보면 도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가끔은 청중 중에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듯, 눈싸움을 걸어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눈 맞춤은 '기술'이면서 동시에 '태도'다.
1:1 대화라면 상대의 두 눈을 번갈아 보되, 정면 응시가 부담스럽다면 양쪽 눈과 입술을 잇는 역삼각형 존을 바라보라.
상대는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나에게는 훨씬 편안한 거리감이 생긴다.
청중이 많은 강연이라면 시선을 Z자나 S자 또는 W자 형태로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라.
왼쪽을 봤다면 다음엔 오른쪽, 뒤쪽을 봤다면 다시 앞쪽으로.
한쪽에만 시선이 머물면 다른 쪽 청중들은 소외감을 느낀다.
눈 맞춤이란 결국 모두를 향한 배려의 언어여야 한다.
한 가지 더,
시선만 옮기고 몸은 그대로 두면 자칫 째려보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시선을 돌릴 때는 상체를 함께 돌려 상대가 내 가슴 앞에 들어오도록 바라보라.
그 순간, 시선의 방향이 관심으로 바뀐다.
아이컨택은 말의 기술이 아니라 존중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보여주기 위한 시선'이 아니라, '당신을 향한 시선'이 될 때 그 말은 마음으로 들어간다.
기억하자.
눈빛은 말보다 먼저, 더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그리고 그 눈빛이 닿는 순간, 말은 마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