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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입으로 먹고사는 여자

지금, 당신은 어떤 말로 자신을 소개할 수 있나요?

by 커리어포유


이 아이는 입으로 먹고 살 팔자요.


아주 어릴 적 한 스님이 날 보며 하신 말씀이란다.

그 장면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예언처럼 정확했다.

결국, 그 말처럼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말을 업으로 삼고, 말로 누군가를 움직이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좋아했다.
하고 싶은 말을 또박또박 꺼내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고 사람들의 시선 받는 것을 즐겼으며

“말 잘한다”, “똑 부러진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 별명도 늘 “똑순이”였다.


나는 사람과 연결되는 말을 좋아했다.

따뜻한 말, 위로의 말, 나를 나답게 표현하는 말.

그래서 방송인이 되고 싶었다. 말로 마음을 전하는 사람.

단순히 유명해지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고, 그 일이 "말"이었다.

결국 나는 방송인이 되었다. 마이크를 잡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했다. 방송은 정보 전달을 넘어 사람을 향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방송 활동 중, 우연히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말하는 법을 알려주는 일이었지만, 점차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스피치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나는 말이라는 것에 더 깊이 들어가게 됐다.
어떻게 말하면 더 설득력 있을까, 어떤 구조가 청중의 귀를 오래 붙잡을까.
말에는 기술이 있고, 구조가 있고, 훈련이 있다는 걸 나는 안다.

하지만 오래 강의실에 머물다 보니 말보다 마음이 먼저 보이기 시작했다.
왜 어떤 사람은 배운 대로 말하지 못할까.
왜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는 걸 두려워할까.

내가 기대하던 변화는 어떤 기술을 익혔느냐보다 그 사람이 자신을 믿는지, 지금의 말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허락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래서 방향을 조금 바꿨다.
말을 다듬는 일보다, 말을 꺼낼 수 있도록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코칭은 그렇게 내 삶에 들어왔다.
무언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곁에서 함께 ‘듣는’ 사람이 되는 훈련이었다.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 앞에 조용히 머무는 것.
상대가 스스로의 속도로 도착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일.

나는 그 시간이 좋았다.
그리고 그 시간이 말보다 훨씬 더 깊은 ‘전달’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 나는 커리어의 전환점에 서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오래 해온 일이 어느 날 갑자기 낯설어졌다는 사람.
회사에서는 나름 잘하고 있는데, 이게 내 삶을 잘 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사람.
그냥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데 ‘다음’이라는 말에 자꾸 숨이 막힌다는 사람.

그들은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꺼내고 나면 조금씩, 그 사람은 스스로의 언어를 되찾는다.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다.
그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


글을 쓰기로 한 건, 그 마음들이 너무 소중해서였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그 마음을 간접적으로라도 건네주고 싶어서였다.

이 공간에서는 내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말과 마음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조금씩 풀어가 보려 한다.

배우지 않아도 괜찮았던 말이 어느 날부터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들.
말을 잘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거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조각도 어디쯤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언어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매일 많은 말을 쏟아내며 살아가고, 누군가는 그만큼의 말을 가슴속에 고요히 묻어두고 산다.

어떤 말은 아무리 소리쳐도 전해지지 않고, 어떤 마음은 말로 꺼낼 수 없어 오래 눌러두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딘가에서는, 누군가에게는, 제대로 닿고 싶은 마음 하나쯤은 안고 살아간다.


나의 글이 그 마음 곁에 잠시 앉아 있을 수 있다면 좋겠다.
당신이 가진 말의 속도, 마음의 리듬을 따라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글이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도 당신만의 언어로 당신을 말할 수 있게 되기를.

이 첫 글은, 그 바람으로 시작한다.



*오늘의 질문*
: 지금, 당신은 어떤 말로 자신을 소개할 수 있나요?

누군가 조용히 다가와 "당신은 어떤 사람이에요?" 하고 묻는다면, 당신은 어떤 말로 대답하고 싶나요?
꼭 멋진 말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잠시 눈을 감고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어딘가에 가만히 떠오르는 말 한 조각이 있을지도 몰라요.
'나는 _______________________한 사람이다.'
그 한 문장이 마음속 어딘가에 잔잔히 머물러, 당신 자신을 더 이해하고 더 다정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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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