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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대학생 K씨의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

by 커리어포유

아침 7시.

휴대폰 알람이 울린다.

손을 뻗어 끄는 것도 귀찮아 베개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알람이 저절로 꺼지고도 한참 뒤 겨우 눈을 떴다.

그렇게 다시 한 시간이다.

샤워는커녕 세수도 귀찮다.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입을 옷을 고르려다 어제 입었던 후드티를 다시 뒤집어썼다.

이어폰을 꽂았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뭐... 그대로도 괜찮다.

수업시간.

교수님 목소리가 멀고 흐릿하게 들린다.

친구가 톡을 보냈다.

"끝나고 밥 먹을래?"

1을 지우지 않았다.

도서관.

49페이지에서 멈췄다.

시선이 같은 문장만 맴돌고 있다.

창밖에 해가 진다.

불 꺼진 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고 보니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컵라면이라도 먹을까 하다가 눈에 들어온 에너지바 하나를 덥석 물었다.

TV를 켰다.

한 시간째 뭘 볼까 고민 중이다.


왜 그런 날 있잖아.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날.

오늘이 그런 날이다.


그런데 말이야.

하루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그러니까 그냥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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