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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게으른 K씨의 <건강관리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날>

by 커리어포유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이 천근만근이다.

거울을 보니

퉁퉁 부은 얼굴,

푸석푸석한 피부,

밤새 자란 까칠한 수염.

전날 늦게 먹은 야식은

아직도 소화가 덜 된 것 같다.

출근길.

회사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

몇 층 안 되는 계단 오르며 헉헉댄다.

숨이 턱 끝까지 찬다.

회의실에 앉아 있는데,
허리가 저릿하고

어깨도 뻐근하다.

스트레칭이라도 해야지...

생각만 하고 만다.

점심을 먹고 나니 졸음이 밀려오고,
오후 회의 시간엔 지긋지긋한 편두통이다.

옆자리에선 동료가 감기기운 있다며 기침을 하고,
왠지 내 목도 간질간질하다.

기분 탓이겠지?

화장실 거울 앞에서 손을 씻다
눈 밑 다크서클을 보고 한숨이 나온다.

서랍에 묵혀둔 멀티비타민이 떠올라

꺼내 먹으려다 다시 넣었다.

퇴근길, 편의점에 들렀다.

손에 쥔 건 삼각김밥 하나와 컵라면.

편의점 유리창에 비친
굽은 어깨, 흐릿한 눈빛.
그게 바로 나다.

집에 돌아와 무심코 체중계에 올랐다가
조용히 다시 내려왔다.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스크롤하다

'5분만 따라 해도 뱃살 빠지는 운동'

영상을 눌렀다.

자막이 꼭 나에게 하는 말 같다.

"진짜 운동 안 하실 거예요?"

"아니... 하긴 할 건데요..."


왜 그런 날 있잖아.
진지하게 건강관리 좀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날.
오늘이 그런 날이다.


그런데 말이야...
실천은 내. 일. 부.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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