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여러분은 평소에 칭찬을 자주 하시나요?
내 질문에 교육생 대부분이 고개를 저었다.
왜 칭찬을 잘하지 않느냐고 다시 묻자 이런 대답들이 돌아왔다.
"딱히 칭찬할 게 없어서요."
"그런 말이 좀 쑥스럽더라고요."
"괜히 아부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요."
그래서 나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오늘은 여러분께 칭찬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릴게요.
누구에게 요? 저에게요. ^^
지금부터 저에게 칭찬 한 마디씩 해주세요."
그러면 대부분은 익숙한 말들을 꺼낸다.
"예뻐요"
"목소리가 너무 좋아요."
"강의가 재밌어요."
고마운 말들이다.
하지만 자주 듣는 칭찬은 어느 순간부터
귓가에 머물다 흘러가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강사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한 교육생이 조용히 꺼낸 한마디는
내 마음 깊은 곳에 쿵 내려앉았다.
"저는 다시 태어난다면 김민정 강사님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쫙 끼쳤다.
그분은 30년 넘게 수학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온 베테랑 강사님이었다.
수십 년 동안 누군가를 가르치면서도 강사로서의 정체성과 역량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오셨다고 했다.
"강사님 강의를 들으며 정말 감탄했어요.
강의 스킬도, 마인드도, 그리고 외모(^^)도...
제가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강사님의 지금 모습 그대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라는 말로는 도저히 부족했다.
지금껏 받아본 어떤 칭찬보다 강렬했고,
평생 잊지 못할 말로 남았다.
칭찬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자주 듣는 칭찬보다
난생처음 듣는 말 한 줄이
훨씬 더 깊게, 오래도록 남는 것.
그 사람의 진심과 살아온 시간이 스며 있는 말 한 줄은
단순히 기분이 좋은 걸 넘어,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사실 우리는 누군가를 칭찬하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
특히 관계가 가까울수록 더 그렇다.
마음은 있는데 막상 입을 열면
괜히 오버하는 것처럼 들릴까 봐 머뭇거리게 된다.
혹은 타이밍을 놓쳐서 오해를 사기도 한다.
진심은 있었지만 방식이 어긋난 순간, 칭찬은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칭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스피치 강의 중 한 교육생에게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회의가 끝난 뒤, 발표한 동료에게
"오늘 발표 잘했어요."라고 말했는데
돌아온 반응은 어색한 미소뿐이었다는 것.
'칭찬인데 왜 이리 어색하지?'
'내 말이 괜히 부담스럽게 들렸나?'
분명 자신은 진심으로 좋았고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상대는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 속상했다고 했다.
칭찬은 진심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진심이 정확하게 닿을 수 있도록 말해줘야 한다.
칭찬도 결국 말이다.
말에는 구조가 있고, 흐름이 있고, 설계가 있다.
좋은 말은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칭찬도 마찬가지다.
칭찬이 진심으로 전해지려면
그 안에는 명확한 방향성과 온도가 있어야 한다.
그걸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칭찬의 기술'이다.
내가 오랜 강의와 코칭 현장에서 정리한
칭찬의 기술 다섯 가지 원칙은 이렇다.
1. 구체적으로
나는 좋아서 좋았다고 했지만
상대에게는 그 말이 가볍게 들리거나, 형식적인 덕담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잘했어요."
뭐가?
어느 부분이?
어떻게 좋았다는 거지?
말하는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지만,
듣는 사람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무엇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고,
그게 왜 인상 깊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비로소 상대는 '내가 정말 칭찬받았구나'를 느낄 수 있다.
그저 "좋았어요", "잘했어요"로는
상대가 그 말의 의미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늘 발표 좋았어요." 대신
"자료 구성 순서가 매끄러워서 처음 듣는 사람도 이해하기 쉬워서 좋았어요."
라고 칭찬해 보면 어떨까?
구체성은 그 사람을 '정확히 보고 있었다'는 신호다.
듣는 사람은 그 순간,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낀다.
2. 그 자리에서 바로
칭찬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타이밍을 놓친 칭찬은 괜한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갑자기 왜 이러지?'
'뭐 부탁할 거라도 있나?'
'나한테 뭐 잘못했나?'
'내가 괜히 불편하게 눈치 준 건가?'
진심으로 꺼낸 말이 의심과 경계심을 불러오는 순간,
칭찬은 힘을 잃는다.
그래서 나는 늘 강조한다.
칭찬은 '지금 바로, 공개적으로' 건네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의 온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식기 마련이다.
그 자리에서 바로 꺼낸 칭찬은
진심이었음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말이 타이밍을 타고,
그 순간의 공기와 감정까지 함께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사람들 앞에서 칭찬하자.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잘했어요"라는 말이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나오면
그 말은 단순한 개인적 감상에서 공적 인정으로 바뀐다.
사람들은 그 한마디를 통해
자신이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실감하고,
조직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까지 확인하게 된다.
좋은 칭찬은 말의 격이 아니라,
타이밍과 맥락, 전달 방식에서 갈린다.
그 사람이 가장 빛났던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그 장면.
바로 그때, 그 자리에서,
따뜻한 시선으로 건네는 말 한 줄.
그게 진짜,
사람을 움직이는 칭찬이다.
3. 제삼자를 통해서
직접 말하는 게 어색하거나 타이밍을 놓쳤다면
제삼자의 입을 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장님이 지난번 발표 정말 인상 깊었다 하시더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상대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는다.
부담스럽지 않다.
괜히 과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그 타이밍에
내가 한마디 더 덧붙이면 된다.
"저도요.
자료 구성도 좋았고, 발표 톤도 정말 안정적이었어요."
제삼자의 말로 경계심을 낮추고,
나의 말로 진심을 더하는 것.
이 두 마디가 겹쳐질 때
칭찬은 누군가의 하루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4. 결과보다는 과정을
"오늘 발표 자료도 훌륭했지만,
예상 질문까지 정리해 오신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어요."
이 한마디는 단순히 '잘했다'가 아니다.
'당신의 노력을 내가 보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 말은 누군가의 존재 자체를 지지하는 힘이 된다.
설사 결과가 좋지 않아도 괜찮다.
그 사람이 기울인 시간, 쏟은 에너지, 묵묵히 준비한 마음을 알아봐 주는 것.
그게 상대방의 마음에 가 닿는다.
우리는 종종 결과로 평가받지만,
진짜 위로가 되는 말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닿아 있는 말이다.
그렇게 들은 말 한 줄은
실패에도 위로가 되고,
성공에는 의미를 더한다.
5. '나'를 주어로
"오늘 발표 잘했어요."
이 말은 칭찬 같지만 상대에겐 평가처럼 들릴 수도 있다.
대신 이렇게 말해보자.
"저는 오늘 발표 들으면서, 흐름을 정리하는 법을 배우게 됐어요."
"발표 톤이 안정적이어서 듣는 내내 정말 편안했어요."
주어를 ‘나’로 바꾸는 순간,
그 말은 평가가 아니라 경험이 된다.
상대는 '잘했다'는 평가를 받은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건 단순한 칭찬이 아니다.
존중이다.
그리고 마음을 움직이는 연결이다.
"정말 잘했어요."
대신
"오늘 발표 들으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평가보다 공감이 먼저란 걸 잊지 말자.
어쩌면 칭찬은,
사람을 깊이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했는지보다 어떤 마음으로 해냈는지를 보고,
결과보다 그 사람이 걸어온 시간을 알아봐 주는 것.
그 마음이 담긴 말 한 줄은 길지 않아도 된다.
기교가 없어도 괜찮다.
다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진심으로 바라봐주는 시선,
그게 말을 따뜻하게 만든다.
말은 결국 사람을 닮는다.
내가 어떤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는지가,
내가 어떤 말로 그를 기억하는지가,
그 사람에게 전해진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을 향한 고마움과 감탄을 주저하지 말고,
당신의 말로 꺼내보길...
그 한마디가
그 사람을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 해 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