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일년살기
치앙마이 일년살기를 마무리하고 귀국이 결정된 요즘, 어제 드디어 오토바이를 중고로 판매하며 나름의 큰 마음의 짐을 덜었다.
치앙마이에서 오토바이 관련하여 참 많은 일을 겪었다.
처음에는 오토바이를 중고 가게에서 구매했는데, 그것이 주행거리가 조작된 사기임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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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는 해당 제품을 다시 재판매하고 새 제품을 구매하여 잘 타고 다니다가 10개월 정도를 타고 다시 중고로 판매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오늘 아침에 나의 모든 히스토리를 다 알고 있는 콘도 관리인과 대화를 했는데 나에게 정말 대단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워주었다.
애초에는 한국인 커뮤니티에서 한국인 분들께 판매하고 싶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태국의 페이스북 마켓 플레이스라는 데 글을 올렸다. 한국에서는 페이스북 마켓 플레이스 사용이 막혀있는데 태국에서는 매우 활발히 사용되는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글을 올리자마자 20여 명에게서 메시지가 와서 당황을 하면서 답변을 했다.
알고 보니 내 오토바이가 혼다의 최신 기종인 데다가 중고 매물도 잘 안 나오는 인기 제품이라 오토바이 재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업자들이 달려든 것이다.
중고 판매 가격 역시 200여만 원이 넘는다. 이 돈을 한 번에 지불할 수 있는 태국인은 정말 여유로운 부자거나 업자, 둘 중에 하나일 텐데 아마도 대부분 후자일 것이다.
연락온 사람들 대부분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렀다. 이미 20%를 깎아서 올린 금액에서 1만바트, 40만 원을 더 깎아달라고 했다. 그러다가 내가 제시한 가격에 동의한 사람이 있어서 다음날 만나러 갔더니 그 자리에서 거래가 성사되어서 오토바이 명의 변경까지 단숨에 마무리해 버렸다.
내가 이 사람을 만나보기로 한 이유는 처음부터 '나는 이 오토바이를 재판매할 거야'라고 말한 게 차라리 신뢰가 갔기 때문이다. 만나고 보니 그는 매우 예의 바른 사람이었고 명의 변경을 기다리면서도 에어컨 바람이 추우면 자리를 이 쪽으로 앉으라는 등 나에게 다양한 배려를 해주었다. 내가 태국어를 조금 할 수 있는 것을 알게 되자 대화도 나누었는데 그는 한국을 여행한 적도 있다고 했고 내 오토바이가 왜 마음에 들었는지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태국어를 공부한 것이 헛된 게 아니었다니까...
그는 시종일관 싱글벙글한 표정이었다. 좋은 제품을 싸게 샀다는 기쁨 때문으로 보였다. 나 역시도 오프라인 중고 가게에 가면 구매가의 절반가 정도로 가격을 후려치기 당할 판이었는데 구매가에서 24% 정도만 빼고 재판매할 수 있어서 기뻤다.
여기서 태국의 오토바이 시장에 대해 잠깐 살펴보자면, 대부분의 태국인이 일시불로 오토바이를 구매할 여력이 없어서 일시불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할부로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식 매장에서 신품을 할부로 구매하는 것보다 재판매 업자들에게 깨끗한 중고 차량을 할부로 구매하는 것이 가격적으로 더 메리트가 있다. 나에게 오토바이를 구매해 간 남성은 내 오토바이를 할부로 재판매를 해서 적어도 1만 바트 이상의 이득을 얻게 될 것이다. 치앙마이 평균 월급이 1만 5천바트 선이라고 알고 있으니 판매만 된다면 굉장한 고소득이다. 최신 제품일수록 판매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나름 중고 거래라면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베테랑인데 태국 치앙마이에서까지 이렇게 중고거래를 성공해 냈다. 그것도 그 누구의 도움 없이 태국 현지인을 상대로 말이다.
"아, 나도 참 대단한 인간이구나"라며 나 자신에게 스스로 감탄을 하며 한편으로는 10개월간 나의 수족이 되어주었던 오토바이와 마음의 준비도 없이 급작스레 헤어진 것에 헛헛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오토바이를 판매하면서 나의 한국행이 아주 매우 확실하고 선명하게 나의 눈앞에 변함이 없는 사실로 확정된 것이기도 했다. 이제 진짜 한국으로 가는 것이다.
사실 요즘 한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중이기도 하다. 일을 1년 간 안 하기도 했고 우울증을 심하게 겪었고 지금도 겪는 중이라서 감정이 언제 어떻게 폭발해 버릴지 전혀 예측조차도 못하겠다. 내가 지내는 숙소는 나의 정신상태를 반영하듯 정리가 되지 않고 옷가지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 상태다. 무에타이 체육관에서도 집중을 잘하지 못해서 어제는 축 늘어진 채 운동하기도 했다.
지금 나는 하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없고 이것저것 다 억지로 하는 기분인데 한국에 돌아가면 상태가 더 악화되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에 치앙마이 외곽에 생겼다는 스카이워크를 다녀왔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인간이 여길 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심심해서 가봤다.
역시나 스카이워크를 앞에 두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다가 20여 분 만에 겨우 한 발짝을 떼었다. 아래를 전혀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벌벌 떨면서 스카이워크를 한 바퀴 걸었다.
지금이 딱 그때의 기분이다. 벌벌 떨면서 겨우 앞으로 걷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손바닥에 은근한 불안이 서려 있고 그것을 느끼며 글을 쓰는 중이다.
그러나 기억하자 나 자신이어. 너는 태국인 대상으로 오토바이 판매에 성공했고 스카이워크도 끝까지 다 걸었다. 너의 생활력은 가공할만한 것이다. 너 자신을 믿어야 한다.
무섭더라도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걸어가 보자. 재미없어도 그냥 앞으로 걸어가자.
이 세상에 영원한 상태라는 것은 없기에 이렇게 버티다 보면 분명히 잠시 잠깐이라도 즐거운 기분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