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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당 Nov 10. 2024

의사는 나에게 호전되었다고 한다

#애프터 치앙마이

주말은 거의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있는 중이다. 


주중에 모든 기력을 다 쏟고 주말에 하루종일 누워있어야 주중에 뭔가를 할 기운이 올라온다. 글도 더 쓰고 싶은데 글을 쓸 기력도 겨우 겨우 찾아내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 


신경정신과를 다니고 두어 달 정도 지났을까, 의사 선생님은 나의 상태가 매우 호전되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주 극심한 심리적 고통 상태를 벗어난 지는 꽤 되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의 한편에 은은히 도사리고 있는 것은 어쩔 수는 없지만 꾸준히 약을 먹고, '일'에 정신을 쏟음으로써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닫는 것은 조금은 막아낸 기분이다.


공황 비슷한 증상은 지난 추석 이후로 사라졌고 2주일 전부터는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까지 다시 시작하자 뭔가 엉망이었던 삶이 다시 원궤도로 조금은 돌아갔다, 그런 생각이 든다.


참으로 오래 돌고 돌아왔구나 싶다.


극심한 심리적 고통이 시작된 것이 거의 3년 정도 되었을까. 그때 바로 병원을 찾았다면 조금은 빠르게 상태가 호전되었을 수도 있는데 나는 이러한 고통을 '폭음'과 '해외도피'로 견디다가 거의 이러다가 죽겠다 싶은 상태가 되어서야 병원을 찾았다. 


물론 덕분에 인생의 바닥을 찍는 경험을 했고 그 이후의 나의 멘탈이 조금은 단단해진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어쩌면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늦어져서 더 먼 길을 돌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더 안정적인 상태로 나아가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여전히 나는 주말에는 아무것도 할 기력이 남아있지 않으며 약을 먹지 않았을 때의 상태를 장담할 수 없다. 회사에서는 나름의 '시니어'라며 사업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불평불만을 다 들어줘야 하는 상황인 것은 꽤나 위험하다. 나부터가 불안장애로 치료받는 중인데 누가 누구의 어려움을 들어준단 말인가. 


그래도 어찌 저찌 무너지지 않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중이다. 


하루씩 버텨내며, 나는 오로지 그 사실에 위안을 삼는다. 오늘 하루도 못 버틸 것 같은 날이 있었는데 지금은 하루를 버티고 있으니 얼마나 큰 발전이란 말인가. 


다만 미래 같은 건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를 생각하면 알 수 없는 불안이 다시 솟아오른다. 


일단은 계속 하루를 살아내 보자. 그게 쌓이면 뭔가 더 나아지겠지 그런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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