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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아오리 사과

#불안

by 송송당

나에게 과일을 공급해 주는 과일집이 하나 있다.


사장님이 가락시장에 가서 과일을 골라오시는데 꽤 수준급의 과일이 진열되어 있어서 종종 찾는다.


어제 가니까 아오리 사과랑 일반 사과가 새로 나와 있어서 이번에는 아오리 사과를 사봤는데 상당히 맛이 좋다.


7개에 만 원.


그래서 오늘은 운동을 끝내고 와서 아오리 사과 하나, 커피, 토스트에 땅콩버터를 바르고 계란 부침을 추가해서 먹었다. 약간 호텔 조식 느낌인데 이런 식으로 아침을 먹는 것을 상당히 좋아한다.


아오리 사과가 아삭아삭 맛있어서 빵과 참 잘 어울렸다.


이번 주 주말 정도에 가서 사과를 더 사 와야지, 이런 생각을 했다.


어제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일이 있고 나서 나에게 119 같은 역할을 해주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통화를 하면 나아지겠거니 생각했는데 통화하고 몇 분은 울어서 말을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했다.


이런 것을 몇 년째 받아주는 친구에게 절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너무 감사한 마음뿐.


여튼 친구의 조언은 이러했다.


힘을 빼라.


자꾸 모든 일에 300%를 쏟으니 마음 다치고 지치는 것이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지금 부모님도 만나고 있지 않은데, 이 역시도 내 성향과 연관이 있다. 물론 폭력적인 아빠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자꾸 나에게 남은 삶을 의지하려는 엄마를 견디지 못했다. 엄마에게 내 삶을 바쳐야 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 주위 모든 것이 부담스럽다.


내가 조금이라도 실망시키면 세상이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무너진다.


어디서 봤는데 정말 현명한 사람들은 오늘 뭐 먹을지를 생각한다고 했다.


그냥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최고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나는 내일 아침 또 신나게 운동을 하고 아오리 사과 하나를 먹을 생각이나 해야지.


여기서부터 삶의 부담을 내려놓는 걸 연습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어제부로 술을 끊은지 만으로 2년이 되었다.


축하한다 내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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