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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많은김자까 Jan 30. 2023

아빠는 "아파!!"

늦둥이 아빠와 형으로 산다는 것

2녀3남 우리집의 막내는 2023 (조만간) 초딩3학년이 된다.(우리 나이로)

그런 5호는 첫째 1호와는 열네살 터울이요. 둘째와는 열한살 차이.


5호를 마흔 셋에 낳은 나에게, 아직은 그 누구도 용감하게

"할머니시냐?" 대놓고 묻는 사람은 없지만,

나보다 일곱살이 많은 애많은이피디는 종종 "할아버지시냐?" 불편한 질문을 받는다.


평소 KFC 할아버지 같은 넉넉한 덩치만큼이나

너그럽고 인자하고, 인내심으로 무장한 애많은 이피디지만,

'할아버지'라는 호칭에는 민감하고 격하게 반응한다.  


어느날 4,5호를 데리고 전통시장 마실을 나갔다가

난 차에 남고,

애많은이피디가 4,5호를 데리고

호떡을 사먹으러 갔다

아마 기억하기로는 그때, 4 5호 각각 여덟살 네살 정도였으리라.

앵감은 50대초중반?


호떡을 파는 아지매는 달라는 호떡만 싸주면 되었을 것을

남편의 심기, 그 민감하고도 민감한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호떡장수는 호떡을 싸주면서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랑 호떡 사먹으러 왔구나"

'끙' 심기가 불편했지만, 남편은 한번은 참기로 하고, 자리를 떠나려는데, 이 호떡 장수.

"근데 할아버지가 젊은 편이네"

아이들은 아빠를 젊은할아버지라는 데, 대꾸를 하지 못하고

표나게 기가 죽기 시작했다.

그래서 입을 다무려던 남편은 내키지않는 정정을 했다

-할아버지 아닙니다. 아빠에요

"에이~~~무슨. 할아버지구만. 얘들아, 진짜 이사람이 할아버지가 아니라 아빠야? 아니지? 아빠면 '아빠~~'라고 해봐. 어서. (아이들이 더 기가 죽을 사이) 봐 못하잖아. 할아버지 맞구먼"

(도대체 이 아줌마 뭐하자는 건지...)

남편은 진심 버럭했고,

차로 돌아와서까지 분을 삭이지 못했다.

졸지에 아빠가 아닌 할아버지의 손주가 돼 버린 아이들도 풀이 죽어 있었다.

남편이 화가 난건 50대에 할아버지 소리를 들어서가 아니라

풀이 죽어버린 아이들 때문이었다.


그런데

늦둥이 땜에 억울한 1인이 한명 더 있었으니,

애많은김자까 브런치의 인기스타. 우리집 2호되시겠다.

재수끝에 올해 간신히 인서울 턱걸이한 2호는

학잠(대학교잠바) 디자인을 고르거나,

제 방의 먼지와 더불어 종일 뒹굴뒹굴 굴러다니고 있으나,

그나마 특이하고 기특한 한 가지가 있다면. 동생들 일에 팔소매를 걷어부치고 나선다는 것.

대학엔 가고 싶으나 절대 공부는 하고 싶지 않은 올해 고3이 되는

바로 아랫동생 3호를 위해, 학원을 알아보고 상담하는 일.

혼자 터덜터덜 귀가하는 5호(겨울방학전)의 하교 마중가는 일.


그러던 어느날 섬데이.

2호는 이날도 5호를 마중갔다가 패스트푸드 햄버거집엘 갔다.

둘이 마주보고 햄버거를 먹고 있는데,

옆테이블의 여성 서넛이 왠지 곁눈질을 하며 수근대는 것 같더란다.

그러든지 말든지

2호는 작은입을 오물거리며 햄버거를 먹는 5호가 귀여운 나머지, 볼을 꼬잡은 거였다.(2호는 아이들을 예뻐한다)

5호는 "아파~~~~~~~~~~"


그때였다. 옆테이블에 앉아 수근대며 곁눈질하던 여성 서넛 중 한명이 소리쳤다

"봐~~~아빠(파)라잖아 아빠. 내가 뭐랬어? 아빠랬지"

"삼촌인가 했더니, 아빠(파)네."


며칠 전엔, 또 이런 일이 있었다.

역사 만화책에 푹 빠진 5호가 연일 '서대문형무소'에 가보고 싶다고 형 2호를 졸랐다.

그래서, 2호는 5호를 데리고 역사기행 답사를 갔다.

신이난 5호는 서대문형무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제멋대로 앞으로 내달렸다, 2호는 그런 5호를 항해,

"5호야 그쪽으로 가면안돼 이리와"


그때였다. 대한민국 오지라퍼 아주머니 무리들이

이런 5호와 2호를 번갈아 보더니, 5호를 향해 참견을 한다.

"얘 꼬마야 아빠가 오라잖아. 아빠 말씀 잘 들어야지"


우리 나이로, 21살. 이제 만나이로 19살. 아들아 미안하다...

허나, 니가 서대문 형무소에 다녀와서 말인데....

일제강점기에 태어났으면, 너한테 5호만한 아들이 있었을지도....(쿨럭....옹색한 사과라 미안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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