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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많은김자까 Aug 04. 2019

김여사는 아침상만 네번 차린다

애많은김자까의 출생신분은 영호남의 결합으로,

태생부터가 민주주의로 꽃피웠으니,

친가는 경북김천이요. 외가는 전라도 광주다.

해태타이거즈를 추억하며 며칠 전 그려본 우리 해태호랭이

뜬금없지만

열혈애정했던 해태타이거즈 호랭이를 그려봄.(외가의 영향 아님 주의)


외할머니의 손맛을 물려받은 울엄마 김여사는 손맛 좋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MSG하나 첨가하거나 곁들이지 않고도

감칠맛을 내니...

누군가 "어우~~형님 이거 어떻게 하길레, 이렇게 맛있어요? 비법이 모에요" 이러면.

울엄마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비법은 무슨 비법. 그냥 하면 "

그냥 하면 된다니?

난 시퍼렇게 눈뜨고 지켜봐도 안되던데.


애많은이피디는 장모님이 해주시는 음식 뭐든 잘먹고 좋아하지만,

특히 장모님의 꽃게장을 사랑한다.

네이버에서 퍼옴

꽃게장 뚜껑에 밥을 싹싹 비며먹으면서,

매번 "어머니 꽃게장 레시피는 꼭 배워놓자. 어머니 꼭 가르쳐주세요" 이렇게 노래를 부르는데.

며칠 전, 재수생 1호가 그 말에 버럭 정색을 했다.

"아빠, 그 얘기 좀 안하면 안돼?"

"??"

"할머니 꽃게장 레시피 배워놓자는 거"

"그게 왜?"

난 1호가 역정을 내는 이유를 난 알 것 같았다.

"왜 자꾸 배워놓자고 해. 평생 할머니가 해주시면 되는데. 레시피 배워놓잖 소리 듣기 싫어. 그만해."


그렇다. 1호는

아빠의 순수한 레시피 욕심에도

언제가 될 지 모르는 외할머니의 빈자리가 떠올라,

내내 못마땅하고 가슴 아팠던 게다.

"난 할머니가 만들어주지 않는 꽃게장은 안먹을꺼야"

옆에 있던 2호도 "저도 안먹을거에요. 그러니깐 할머니가 평생 해주세요"

우리집 5남매 모두 외할머니 손에 컸으니,

외할머니에 대한 사랑도 각별할 수밖에. 뭉클하면서도 감사하다.


이쯤해서, 애많은 이피디의 흉을 하나 더 보자면,

며칠전엔 주말에 불고기를 먹쟸더니,

그는

"어머니 불고기 레시피 동영상으로 찍자"

-내가 할건데?

"어...그럼 관두자"

-왜? ;(

"(유구무언)"

-근데, 요즘 학원 다니냐?

"??아니. 무슨 학원?"

- 매버는학원 욕먹는학원. 매벌고 욕먹는 방법  배우러 다니냐??!!


내가 아무리 갖은 재료 넣어, 맛있게 버무린다 한들

마누라보단 장모님 손맛인게다. 그에겐



나는 결혼해서도 줄곧 방송을 했고,

1호 때 1년 일을 잠깐 쉬었던 걸 제외하면,

2호땐 출산 한달만에, 3호때는 출산 3주만에, 4호땐 나중에 소개할 기회가 있겠지만,

출산 한달만에 남편따라 이집트로 연수를 갔고,

5호때는 출산 다음날 복귀했다. 방송 현장으로.

애가 다섯이라면, 대체 힘들어서 어떻게 키웠냐고들 혀를 차지만.

낳기는 내가 낳되, 키우는 건 울엄마 김여사의 몫이 8할이었다

(10년넘게 우리 아이들을 돌봐주셨던 은인같은 '이모님'도 있었다.)


늘 바쁜 딸을 대신해, 20년 넘도록 남편과 아이들의 삼시 세끼를 차려준 사람도 엄마였다.

지난해 1호가 고3이었을때, 울엄마 김여사는 아침상만 네번을 차렸다.

6시반에 1호의 아침상.

됐다고 안먹고 나가겠다고 해도,

7시반엔 딸사위, 2호,3호, 5호를 위한 아침상.

8시에 초등학생 4호를 위한 아침상.

그리고, 정작 당신을 위한 밥상은 자식들이 남긴 밥반찬에 홀로 아점을 드신다.


딸사위 손주들에겐 '절대 인스턴트 음식'은 안된다며,

뜨신밥에 국 생선 나물이든 고기반찬을 매번 상에 차려놓지만.

정작 당신은 구찮다며 라면으로 떼우는 울엄마 김여사의 나이, 어느덧 75세.


최근엔 "늙어서, 이제 간도 못보겠다."며 넋두리를 하는 엄마에게

괜한 소리하지 말라며, 타박을 했는데.

아닌게 아니라, 몇달 전부터 엄마의 간이 예전과 달라졌음을 느낀다.

음식을 하곤, "어때?"라고 물으며,

매번 반숟가락씩 떠먹여 주며 간을 보라는데, 분명 예전과는 5%가 달라졌지만.

" 너무 맛있다"고 대답한다.

아무리 간이 틀어진들,

내손맛과는 견줄수 없을 뿐더러

짠들 싱거운들, 울엄마의 밥상 아닌가...


요즘 들어선

그래도 엄마의 레시피를 익혀둬야 하나...

그런 생각도 한다.

엄마의 빈자리에 대비해 맛있는 밥상을 차려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엄마의 빈자리에 

엄마의 손맛마저 잊어버리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후 어느날이.....


덧. 누가 키운 공 없다하고

누가 외손주 키워봤자 남 좋은 일. 이라고 하는가.

김여사 껌딱지들 오남매들이

할머니께 효도할꺼라며, 벼르고 있으니,

엄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십시다.


돌아오는 주말엔, 내가 엄마보다 유일하게 잘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크림파스타 해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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