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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홍색가방 Jan 18. 2019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 god <길> -

  작년, JTBC에서 종영한 <같이 걸을까>라는 프로그램에는 god의 전 멤버가 출연했다. 본 프로그램은 순례길을 걸어가는, 그 여정을 다루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god의 멤버들은 다사다난했던 과거, 그리고 현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모두 눈물을 보였다.  

    

  같은 길을 함께 걸어 나간다는 건, 그렇게 하나가 되는 것이다.       



  큰 언니는 god의 팬이었다. 그래서 god의 노래를 큰 언니 덕에 많이 들었다. 과거 책장에 2005년에 발매된 7집 <하늘 속으로> 앨범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강풀의 만화가 들어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꽤 어릴 때의 일이다. 종종 집에 있던 CD플레이어로 앨범들을 듣기도 했다. 그런 내게는 정말 어렴풋한 기억의 그룹이 다시 완전체로 모여 예능 프로그램을 하고 데뷔 20주년 앨범을 발매했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같이 길을 걸어 나가는 동반자가 되었다. 그런 과정을 보면, 그렇게 그들에 대하 추억이 강하지 않은 내게도 감동이 온다. 과거 무한도전 프로젝트였던 ‘토토가’를 보면서 울었던 것처럼. 다시 떠올려보면 그 시대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기보다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그 먼 길과, 그 길을 기다렸던 팬들의 마음에 감동했던 것 같다. (내게는 어쩌면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그런 추억 중 하나가 아닐까.)       


  god의 노래는 항상 많이 슬펐던 기억이 많다. 데뷔곡이었던 ‘어머님께’는 초등학교 때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영상을 학교에서 보여줬는데 펑펑 눈물을 쏟았었다. ‘하늘색 풍선’, ‘촛불 하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등 내게 신나는 노래보다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그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사랑이야기보다도 그들이 하는 ‘삶의 이야기’가 더 내게 와 닿았다. 그중에서도 4집 앨범 타이틀곡 ‘길’은 오디션 장에서 불릴 때마다, 내게는 반칙과 같은 곡이다. 꿈꾸는 사람이 부르는 ‘길’이라니... ‘그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라는 가사에 간절함이 이미 가득이다.  이번 데뷔 20주년 앨범 <THEN & NOW>에도 아이유, 헨리, 양다일, 조현아가 보컬로 참여하고, 멜로망스의 정동환이 편곡한 리메이크 ‘길’이 담겨있다. 여전히 좋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이따금 정말 내 인생이 책장과 같아서 결말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다. 그러면 실수하지 않을 테니까. 덜 아플 테니까. 물론 그것은 모두 소망에 그치지만. ‘꿈’ 꾸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길을 걷고 있든지, 정답이 없는 그 길 위에서 머뭇거릴 때, 이 노래 ‘길’은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는 가사로, 계속 또 걸을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흔히 사랑을 순간, 그 찰나에 빠져 버린다고 표현한다. 나는 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많은 면접관들은 왜, 이유를 묻는다. 왜 했냐고. 어떠한 이유가 있을까. 하고 싶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해야 하고, 정답을 말해야 할까. 그저 좋아서 무언가를 꿈꾸게 되는 일은 정말 찰나인데 말이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이 세상의 모든 꿈들은 위대하다. 어차피 형체도 없는 것, 크기를 가늠할 수가 있을까. 그것에 도달하고 싶다는 그 마음만 있다면 그 자체는 위대해진다. 그렇게 어떠한 목표를 향해 도달하는 길은 상당히 까다롭다. 역시나 삶은 게임과 달라서 공략법이 없다. 모든 일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가까이 가기 위해 애써야 한다. 이리저리 공부하고, 이리저리 작은 일부터, 아르바이트나 동아리, 각종 대외활동, 독서, 관련 고시에 관한 전문적 강의, 선배들의 조언까지. 어느 분야에 가기 위한 진입장벽을 넘기 위해 달리다 보면 어느새 지쳐있을지 모른다. 또, 진짜 이렇게 노력한다고 해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고민 말이다. 친구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느 친구가 요즘 서점엔 “‘1만 시간의 법칙’과 같은 책들은 없고 ‘다 괜찮아’만 하는 책만 있는 것 같아.”라고 했다. 맞다.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말을 해주는 책을 읽는 것이 아닐까. 그만큼 힘든 사람이 많고, 그리고 노력에 배신당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노력했음에도 이뤄내지 못해서. 나도 노력에 배신당했던 적들이 많다. 고3 때, 선행을 쌓으라는 한 선생님의 말에 떨어진 쓰레기가 있으면 줍고, 여름에 모기조차 함부로 죽이지 못했다. 결국 수능 대박이라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쓰레기를 주울 시간에 공부를 했어야 했던 걸까.)      


“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옌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아직도 답을 내릴 수 없네     

자신 있게 나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렇게 믿고 돌아보지 않고 후회도 하지 않고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아직도 나는 자신이 없네”     

  다시 돌아와서, 그렇게 자꾸 노력만 하고, 성과가 없으면 이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생각들이 있다. ‘이게 내 길이 맞나.’, ‘내가 잘하고 있나.’, 나에 대한 의심은 자꾸 생겨난다. 그게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어떠한 꿈을 꾸면서 그 꿈을 하고 있음 자체로만 모든 것이 충족되지 않으니까. 그런데 정말 놀랍지만 심리학 연구 결과에서는 그 과정에서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수상을 했을 때보다 수상을 목표로 어떠한 연구든, 음악이든, 무대든, 글이든, 자신이 무언가를 완성시키려 노력할 때,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수상을 하고 나면 그 이상의 더 큰 행복을 찾기 어려우니까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작은 행복이 여러 번 오면 그 행복을 모두 느끼지만, 큰 행복이 와 버리면 그 행복에 적응해 작은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행복하게 꿈꿀 수 있는 사람들이다. 꿈꾸는 시간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니까.    


“나는 무엇을 꿈꾸는가
그건 누굴 위한 꿈일까
그 꿈을 이루면 난 웃을 수 있을까     

오, 지금 내가 어디로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살아야만 하는가”     


  작년 말, 내게 정말 꿈만 같은 소식이 전해졌고, 지금까지도 믿지 못하면서 행복해하는 중이다. ‘신춘문예 당선’이라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소식이다. 그리고 며칠 전, 시상식에 참석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당선한 부분은 ‘시나리오’다. 사실, 그래서 당선에 정말 기쁘지만 스스로 ‘작가’라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실제로 영화화된 작품이 없으니 말이다. 등단이라기보다 그저 좋은 기회, 새로운 원동력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 하나의 큰 기회라고, 계속 글을 써도 된다는 하나의 ‘허락’이라고 말이다. 여전히 인턴을 지원하고, 어학점수와 컴퓨터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 준비를 계속하겠지만, 놓지 않고 써도 된다는 스스로의 믿음이 생겼다.


  주변 사람들에게 크게 표현하지 않았지만 난 글을 써야지라고 다짐했던 스무 살부터 무작정 도전해보기가 미션이었다. 1년에 공모전 30개 도전하기, 소설, 시, 영화, 드라마, 웹드라마, 가리지 않고 썼고 정말 매년 못해도 20개 정도의 공모전에 도전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공모전에서 탈락했다. 그때마다 나는 조금씩 깨져갔던 것 같다. 스스로를 의심하고, 다른 길을 찾고, 조급해지고, 쉽게 잠을 못 이루고, 그럼에도 티 내지 못했다. 성과적으로 성공한 것은 50개 중 1개, 이런 확률이었다. (실력보다 운이 좋았다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이번 당선도 그런 50개 중 1개였다. 수많은 두드림과 문을 열어준 한 곳.     


  개그우먼 박나래 씨가 한 페스티벌에서 한 이야기가 있다. “시도하지 않으면 가능성은 0%, 시도하면 무조건 가능성은 50%”라고 “그러니 우리 스스로 가능성을 낮추지 말자”라고.     


  길 위에서 보면, 그 길의 끝은 수평선과 맞닿는다. 쉽게 그 길의 끝을 보여주지 않는다. 당연히 힘들다. 목적지를 모르고 가는 길은 더 오래 걸린다. 우리 모두 그 길 위에서는 초행길이 아닌가. 그렇게 걷다가 힘들고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길을 벗어나도 좋다. 누가 그것으로 트집을 잡는다면 사뿐히 무시하면 된다. 우리에게는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냥 그 길 위에서 후회하지 않도록 하자. 열심히 걸어보자. 이미 열심히 걷고 있는 우리 모두 그 길 옆 휴게소에서 소떡소떡을 먹기도 하고, 가다가 이온음료를 마시기도 하고, 길을 잃기도 하고, 옆길로 갔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가던 길을 틀어 새로운 길을 갈 수도 있다.     


  삶이란 같은 길을 걷는 우리 모두 서로에게 힘이 되자.

  서로를 사랑함으로 같이 견뎌보자.  




p.s. 노래도 첨부하고 싶었으나, 공식 영상이 없어 첨부하지 못했습니다.


g.o.d <촛불하나>

왜 이렇게 사는게 힘들기만한지 
누가 인생이 아름답다고 말한건지 
태어났을때부터 삶이 내게준건 끝없이 
이겨내야 했던 고난들뿐인걸 그럴때마다 
나는 거울속에 나에게 물어봤지 뭘 잘못했지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래 내게만이래 
달라질것같지 않아 내일 또 모레 

하지만 그러면 안돼 주저 앉으면 
안돼 세상이 주는대로 그저 주어진대로 
이렇게 불공평한세상이 주는대로 그저 
받기만 하면 모든것은 그대로 싸울텐가 
포기할 텐가 주어진 운명에 굴복하고 말텐가 
세상앞에 고개숙이지마라 기죽지마라 그리고 우릴봐라. 

지치고 힘들땐 내게 기대 
언제나 니곁에 서 있을께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내가 너의 손 잡아줄께. 

너무 어두워 길이보이지 않아 
내게있는건 성냥하나와 촛불 하나 이 작은
촛불하나 가지고 무얼하나 
촛불하나 켠다고 어둠이 달아나나 
저멀리보이는 화려한 불빛 어둠속에서 
발버둥치는 나의 이몸짓 불빛을 향해서 
저 빛을향해서 날고 싶어도 날
수 없는 나의 날개짓 

하지만 그렇지 않아 작은 촛불하나 
켜보면 달라지는게 너무나도 많아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던 내 주위엔 또 
다른초 하나가 놓여져 있었기에 불을 밝히니 
촛불이 두개가 되고 그 불빛으로 
다른 초를 또 찾고 세개가 되고 네개가 
되고 어둠은 사라져가고. 

지치고 힘들땐 내게 기대 
언제나 니곁에 서 있을께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내가 너의 손 잡아줄께. 

기억하니 아버님 없이 마침내
우리는 해냈어 그건바로 나의 어릴적 얘기였어 
사실이었어 참 힘들었어 하지만 거기서 난 
포기하지 않았어 꿈을 잃지 않고 용기를 
잃지않고 계속 노력하다 보니 결국 여기까지 
왔고 이젠 너희들에게 말을 해주고 
싶어 너희도 할수있어~ 

지치고 힘들땐 내게 기대 언제나 
니곁에 서 있을께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내가 너의 손 잡아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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