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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홍색가방 Jan 28. 2019

디즈니월드 건너편 매직캐슬의 무니

-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마케팅은 정말 잘못됐다. 본 영화의 포스터에 "행복해질 준비가 되었나요?"라는 문구는 정말 충격적이다. 본 영화는 '행복'에 대한 기준을 새롭게 잡아낸다. 우리는 포스터에서 "우리는 행복합니다."라는 문장을 봤어야 맞다. ("우울해질 준비가 되었나요?"는 너무나도 관객들을 멀리 보내버릴 테니까 말이다.)


  본 영화는 작년 영화 <소공녀>를 봤던 날에 이어서 본 영화다. 그러니까 꽤 오래전에 본 영화인데 지금 리뷰를 적게 된 이유는 꽤 고민이 됐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적어야 옳은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최근 본 영화를 본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문득 내 감정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어 용기를 냈다. 내가 왜 불편했으며, 눈물을 흘렸는가에 대해서. 난 스스로 반성한다. 무니와 핼리의 행복을 내 기준에서 정의 내린 것에 대해서, 복지를 단순히 생각한 것에 대해서 말이다. 



본 영화가 시작한 지 5분 만에 종료 버튼을 누르고 다른 영화를 보고 싶었다. 한마디로 불쾌했다. 


본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인터넷 상에 공개된 줄거리는 너무나 따뜻해 보이니 다시 정리하자면.)


플로리다에 위치한 '디즈니월드'의 건너편에는 '매직캐슬'이라는 숙박업소가 있다. 그곳에 장기 숙박을 하는 홈리스 '핼리'와 '무니'가 산다. '핼리'는 미혼모로 '무니'를 낳아 키우고 있고, 일자리가 없어 다른 방의 아이를 봐주며 식사를 얻는다. 돈이 필요할 때면 싸구려 향수를 디즈니월드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비싼 향수로 바꿔 팔아 살아간다. '무니'는 매일이 장난이고, 다른 집의 차에 침을 뱉고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얻어먹는 것에 행복한 아이다. 이런 두 모녀가 '매직캐슬'에서 사는 이야기다.

 

나는 무례한 인물들을 싫어하는 편이다. 영화 초반부 '핼리'와 '무니'를 보면 왜 저렇게 살지란 생각이 들었다. 진정으로 열심히 노력했는가에 대한 의문과, 어른들을 골려먹는 무니의 모습이 내게는 귀엽지 않았다. 한 마디로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의 삶은 오로지 그들의 선택이며, 그들이 그렇게 살기로 선택한 것 같은, 내 기준으로 그들을 평가했다. 영화 후반부에 가면 나는 그랬던 내 모습에 불편함을 느꼈다. 함부로 그들을 평가하고, 그들의 삶을 '왜 저렇게 살지'라는 표현으로 비하했기 때문이다. 


이따금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좌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으로 그들이 열심히 살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 역시 넉넉한 형편에서 생활하지 않았다. 지금도 넉넉하지는 않다. 오히려 크면서 내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나 생각한 적이 많았다. 돈을 많이 벌면 더 쉽게,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살았다. 꿈도 지켜야 했고, 생활도 해야 했다. 그래서 시간을 쪼개가며 살았다. 그렇게 나는 '열심히 살 기회'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것임을 잊었다. 적어도 나는 나 자신을 지키며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으니까.

점차 그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이 익숙해질 때쯤, "핼리"는 더 이상 돈을 벌 방법이 없자 선택하지 말았어야 할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하룻밤에 돈을 받는 일, 미국에서 그러한 미혼모 밑에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 '매직캐슬' 내에서도 '핼리'에 대한 비난 어린 시선이 이어지고, 결국 신고를 받은 '핼리'는 미국의 공무원들에게 '무니'를 넘겨주게 되는데, '무니'에게 공무원들은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거야."라고 말한다. '무니'는 자신을 붙잡는 공무원들에게서 도망치며 친구 '젠시'를 찾아간다. 아래는 '무니'가 친구 '젠시'를 만나 한 말이다.  

너는 나의 제일 친한 친구인데, 이제 다시는 못 볼지도 몰라. 말이 안 나와.

이 말을 들은 '젠시'는 그저 '무니'의 손을 잡고 '디즈니월드'를 향해 간다. 두 소녀의 뜀박질은 '디즈니월드'라는 그 행복의 나라로 떠난다.


우리는 흔히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개인적 기준이 있다. 그러한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고, 그 삶의 가치를 나눌 때가 있다. 그것은 절대 옳은 것이 아니지 않을까. 우리의 천방지축 '무니'에게는 엄마 '핼리'가 필요했다. 미래가 없고, 앞을 내다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무니'를 지키려고 한, 비가 오면 비를 같이 맞고, 디즈니월드의 불꽃놀이가 보고 싶다면 멀리 서라도 같이 보려고 한, '핼리'가 엄마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우리는 제삼자의 기준으로 평가했다. 좋은 가정, 나쁜 가정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것이 과연 수치로 평가될 수 있는 문제인가. 우리는 그들을 평가하여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주는 방식을 취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앞뒤 없이 찾아와서는 널 '좋은 곳'으로 데려가려는 거야라는 말은 무책임하다. 그들 역시 그들의 방식이 미래에 완벽한 결과를 가져올지 전혀 모르면서 말이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줬어야 맞다. 


우리가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을 지켜주어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펑펑 우는 '무니'의 손을 잡아준 '젠시'처럼 우리는 그저 손을 잡아줄 뿐이다. 


영화 초반부 내가 했던 생각에 대해 고민하게 했던 영화, 

행복의 나라 '디즈니월드' 건너편 삶의 나라 '매직캐슬'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행복합니다."

  



본 영화를 보고 쓴 시.


플로리다 프로젝트     

환상의 나라로 손잡고 가자
뛰어가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니까
그곳으로 뛰어가자
신데렐라 성을 마주해서는
나만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오프닝을 찍어보고
미키와 미니를 만나
씰룩씰룩 엉덩이를 흔들면서 걸음을 따라 해 보자
다름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기죽지 말고 더 크게 웃자
그러다 공주 퍼레이드가 시작되면,
당당히 퍼레이드 안으로 들어가 공주가 된 듯 휘릭 한 바퀴 크게 돌자
얇은 원피스 치맛자락이 살짝 들려 핑글 예쁜 원을 만들게    

황혼의 나라로 손잡고 가자
돌아가면 보랏빛 낡은 모텔 323호, 나의 집으로 돌아가자
어젯밤 먹었던 피자의 토마토소스가 묻어있는 더러운 시트에 몸을 맡기자
내일은 비가 온다니까 또 그 빗속을 뛰어다니자
온몸이 홀딱 젖게
흙탕물이 잔뜩 운동화에 묻어도 걱정하지 마
곧 쓸려 지나갈 흙탕물이다
젖은 운동화로 모텔 로비를 뛰어다니다
바비 아저씨 만나 큰소리로 호통치는 것을 보며 도망치자
어서 하얀 계단을 오르고 반질반질한 보랏빛 벽에 기대 숨을 고르자
깔깔깔, 침을 뱉어도 좋아     

환상의 나라와 황혼의 나라는
도로 하나 차이,
오늘 밤도 불꽃놀이를 구경할 수 있겠어
오늘 밤하늘은 모두의 것, 비도 오지 않아
펑펑펑, 아낌없이 하늘에 수놓아지는 빛
또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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