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Atopy
붉은 얼굴
긁고 있는 나
건조한 피부
연약한 피부, 예민한 몸
작은 변화에도 바로 빨개지는 얼굴
뱀 가죽 같은 피부
노란 진물
손톱
발등, 손등, 발목, 이마, 목, 눈두덩이, 인중, 입술, 팔, 무릎 뒤, 접힌 부분, 두피, 종아리, 허벅지, 배, 귀 - 어느 곳 하나 멀쩡한 곳이 없었던 몸
손을 묶고 자고 싶다는 생각
의사에게 몸을 보여줘야 하는 순간
연고와 약, 한약, 주사, 침
식단조절
유제품 금지
죽고 싶다는 생각
기도와 실망
한의원
침을 놓은 발가락
지하철 - 노골적인 시선과 병을 궁금해하는 낯선 아주머니
밤새 부채질을 해주던 엄마
한의원 - 아빠의 사무실, 아빠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면서 본 OCN 영화들
커서 화장을 할 수 없을 거라던 의사의 말 - 아빠 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울었던 기억
친구가 놀리면서 한 말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았다는 내용을 쓴 초등학생 때의 일기
흰 각질
빨간 얼굴을 하고 찍은 중학교 증명사진
자고 일어나면 생겨 있던 붉은 자국들
가려웠던 수많은 밤들
너무 긁어 팔이 아팠던 기억
각질을 떼느라 공부는 뒷전이었던 학창 시절
갈라진 상처
따가운 몸
뜨거운 몸
어색하게 얼굴을 가린 손
숙인 고개
온몸에 퍼진 갈색의 흉터들
지옥 같은 여름
소금을 머금은 해운대의 공기
병을 신경 쓰지 않아 준 친구들
유독 자주 혼자 밥을 먹어야 했던 고등학교 시절
학원 화장실에서 식사 시간을 보냈던 기억
그래도 그림이 있어서 버텼던 시간들
갑갑한 스키니진
땀과 땀띠
아프면 아플수록 가라앉는(침잠하는 듯한) 기분
언제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
소심한 성격
배경 같은 인간
부끄러움
물어보지 않길 바라는 마음
'이거 왜 이런 거야?'라는 순수한 질문, 안타까워하는 표정
병이 있는 걸 모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안도감
차라리 이 병이 아니라 다른 병이었으면 하는 마음
상처로 가득한 몸을 바라볼 때 느끼는 슬픔들
부드러운 피부결에 대한 부러움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을 가진 이들에 대한 모든 부러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상상
붉은 얼굴과 몸을 하고 있는 어릴 적 사진들
나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
평범한 사람(보통사람)이 되고 싶었던 마음
2022년 겨울, 아토피와 관련된 단어와 문장을 생각나는대로 써내려갔다. 이 단어들을 기초로 <긁고 있는 모든 시간> 작품 시리즈가 완성되었다.
완성은 했으나 차마 세상 밖으로 내보내지 못한 그림들을, 혼자 끄적였던 생각과 함께 엮어 2025년 8월 22일 연재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17편을 썼다.
생각을 나열하고 정돈하고 묶으며 글을 써내려간 4개월의 시간이 되돌아보니 나에게 꼭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약 3년간 두려운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기록한 작업을, 이번 연재를 끝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동안,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