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사랑이다 첫 장

by 유신유

사랑을 감정이라 믿었다.

설레고, 아픈 것이라 생각했다.

누군가를 만나야 시작되고

누군가가 떠나면 끝나는 것이라 여겼다.


흔들림을 지나며 알게 되었다.

사랑은 누군가를 향한 마음 이전에

나를 잃지 않는 태도라는 것을.


갈등 속에서도 숨지 않고,

아픔 속에서도 중심으로 돌아오며,

불완전함 속에서도 나를 다시 세우는 일.


상대를 바꾸는 힘이 아니라

나를 다시 서게 하는 힘.

사랑은 그렇게 밖이 아니라

안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이 연재는 누군가를 향한 고백이 아니다.

사랑으로 존재해 보려는

한 사람의 기록이다.


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여전히 흔들린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사랑으로 살아보는 중이다.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참 고민이 많았다. 사랑이라니. 내가 사랑을 이야기해도 될까.


예전의 나였다면 아마 뒤로 미뤄두었을 것이다. 사랑에 대해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안을 통과한 사랑이 무엇인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분명히 알지 못했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다.


어릴 때 나는 사랑 이야기가 담긴 만화책을 많이 봤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깊이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저 멀뚱히 바라보며 페이지를 넘겼을 뿐이다.


사랑을 하면 설레는 것이구나. 사랑을 하면 서로 아프기도 하는구나. 그 정도로만 받아들였다. 조금 더 자라면서 사랑의 모습이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녀 사이의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동물과 사람 사이에도 사랑이 있었고, 가족 사이에도, 친구 사이에도 사랑이 있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내 삶 속에서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어딘가에서 들은 이야기처럼, 책 속에서 읽은 문장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결혼을 하고 삶의 시간이 조금씩 쌓여갔다. 아이들이 태어났고, 어느새 셋이 되었다. 그 아이들이 자라 중학생이 되었다. 그 긴 시간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사랑이 무엇인지 섣불리 말할 수 없었다.


사랑을 주고받는 장면을 보아도. 사랑에 대한 글을 읽어도. 내가 직접 글을 써보아도. 마음 깊은 곳에서 크게 울리지 않았다. 내가 아이들을 향해 사랑한다고 말할 때도, 아이들이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때도
그 말이 어딘가 낯설게 느껴졌다.


분명 사랑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데 그 말이 내 마음 깊은 곳에 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왜 그럴까. 나는 한동안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 안에서 사랑이 마른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사랑을 내가 가두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오랫동안 나 자신에게 엄격했다. 나를 이해하기보다 다그쳤고, 나를 안아주기보다 고쳐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늘 뒤로 밀려 있었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데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말이
나에게 낯설게 느껴졌던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내 안에서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다. 나는 조금씩 나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내 마음을 숨기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를 몰아붙이던 시간을 멈추고 나를 이해하려고 했다.


그렇게 나를 향해 조금씩 문을 열기 시작했을 때 사랑이라는 단어도 천천히 다른 얼굴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사랑은 멀리 있는 감정이 아니라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향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래서 이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나는 아직 사랑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이 글을 써 내려가는 동안 나는 결국 사랑을 알아가는 길 위에 서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이 여정의 끝에서 나는 조용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결국 사랑이었다고.





매주 수요일 <나는 사랑이다>를 연재합니다.

감사합니다!



스스로 열을 내어 눈을 녹이고 가장 먼저 이른 봄에 피어나는 원주 치악산 복수초(얼음새꽃)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