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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연필 Jan 24. 2024

당연한 게 아냐

나랑 같은 모습이라고 해도

당연함








브런치에만 오면 자기반성의 그림일기를 쓰게 되는데, 오늘이 더 그렇다.

내가 겪은 경험만이.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내가 생각하는 정의와 상식이 다 옳다고만 생각하고 상대방이 아니라고 하면 설득을 하는 지경에 이른다.

피곤하기 그지없다. 처음 보거나 오며 가며 인사만 하는 사이의 사람들에겐 그 누구보다 쿨하고 성격 좋은 사람 행세를 하지만 매일 보는 한 사람에게만 유독 더 날이 선다.

왜 그럴까. 이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줬기 때문에? 아무 말이나 하기 편해서?

내가 상처받고 힘드느니 이 사람에게 생채기를 내서 내 마음 편하자고 이러는 걸까.

난 항상 솔직하다고 하지만, 내 표현은 그저 복수에 가까운 뾰족한 칼뿐이다.

알면서도 날을 세우고 내 기분만 제일 소중히 여긴다. 네가 상처받는 건 당연하다.


당연한 건 없다고 하면서.

너와 내가 같은 형상이라 해도 속은 다르다는 걸.

마음은 여전히 베베 꼬여 있을 뿐. 도무지 속이 풀리지 않는다.

자꾸만 약이 오르는 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네가 그저 밉다.


인정하는 것조차 어렵구나.


어른이 되어도 열두 살 아이를 속에 두고 그 아이 기분대로 따라가 주는

난 언제 이 아이와 같이 클까.

누구에게 물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시간들을 촘촘히 껴안고 생각에 잠긴다.

잠기고 잠겨서 내 우물 안에 빠져나오지 못한 개구리가 된다.

또다시 뾰족한 칼을 뱉는다. 말이 아닌 칼들을 뱉고 나면 속은 후련해도 마음이

여전히 불편한 걸 그 잠깐 속 시원해지자고 기어코 쏟아낸다.

어리석음. 당연함.

덜 닫은 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처럼 그렇게 자꾸만 나를 어리석게 만든다.


왜 귀가 있어야 할 자리에 머리카락이 있느냐고 따지지만 그건 그 사람도 모르는걸

그게 그 이의 인생인걸.


잘못된 길로 들어선 걸 알면서도 너무 오래 다녔나 보다.

돌아오는 길이 너무 멀어 다시 익숙하게 잘못된 길로 발을 딛는다.

이 돌아오는 길이 나에게 익숙해지려면 돌을 깎는 심정으로 이를 악 물어야 할 거다.

연습 중이야. 연습 중.

끝내 몰아붙여야만 속이 시원해지는 나의 성정을 반성과 변명이지만 바뀌어 보려 한다. 정말 내가 편해지는 건 심보를 곱게 써야 한다는 걸.

다른 이들은 다 아는 걸까.

당연한 건 없다는 걸. 나의 어리석음이 누군가에겐 발견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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