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이불빨래를 한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마른 가지에 새싹이 움트고 몇 번의 비와 바람이 지나고 꽃이 피었다.
봄이다.
나무마다 피어나는 꽃이 봄이 왔음을 알린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후덥지근한 공기가 땅을 타고 올라오니 온몸이 꿉꿉한 느낌이다. 집안에 있는 모든 이불깔개를 걷어 큰 부직포 가방에 구겨 넣고 빨래방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왜인지 가볍다.
웬일로 무인 빨래방에 사장님이 계신다.
어수선하게 움직이며 미간을 찌푸리시는 걸 보니 세탁기 한 대가 말썽인 듯 보인다.
“오늘 1번 세탁기는 안 돼요.” 앗 제일 큰 세탁기인데… 그래도 비어있는 세탁기가 있음에 감사하며 얼른 자리를 맡아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우산을 쓴 이들의 바쁜 걸음, 느린 걸음, 채 우산을 챙기지 못한 이가 윗옷을 뒤집어쓰고 달리는 걸음. 빨래방에 앉아 창너머 모르는 이들의 모습을 구경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가만히 음악을 들으며 세탁기의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한다.
봄이다.
그리고 비다.
겨울에서 봄이 오니 빨래방에서 이불빨래로 봄을 맞이한다. 내 마음도 이렇게 시원하게 씻겨나가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