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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덴부와 셜리 Aug 18. 2024

사업제안서 발표날. 난독증자의 위에서 위산이 폭포처럼.

입찰용역 제안서 발표의 방법

학교 다닐 때, 음악시간에 노래나 악기 발표 시험이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있었는 데,

음악시험에서 노래와 연주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노래도 못하고, 피리도 못 불렀다.


이유는 너무 떨려서 노래가 안 나왔고

계명은 못 읽어서 피리나 악기를 다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악보는 난독증이었다. 지금도 어디가 도레미인 줄 모른다.


다른 것도 그렇다.

난 이해가 잘 안 되는 편이어서 남들보다 두 번 보고 세 번 보아야 모든 게 이해가 갔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해야만 했다. 


물론, 대학 때는 연극도 했고

2만 명 앞에서도 말해 본 적이 있고,

회사 다닐 때도 발표는 종종 했다. 

내 안에는 늘 극과 극의 자아가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제안서 발표일이다.


원래 나의 자아가 나타났다.



여전히 심장은 떨렸다.

나이가 들어도 무언가를 발표하는 것은 떨리는 일이다.

괜찮은 줄 알았는 데,

수십 년 전, 10 때 노래시험 날처럼 덜덜 떨렸다. 


심장은 떨렸다. 

그리고 위장에서는 위산을 빠께쓰로 부어댔다.

(버킷... 빠께쓰라고 이렇게 읽어야 맛깔나서 쓴다. 저잣거리에서는...)


제안서 발표를 한 후,,,

운전을 하면 위험을 할 정도로 배가 아팠다.

위장에서 너무나 위산이 많이 나와 온몸을 쑤셔댔기 때문이다.


결과는...

나나 여러분이나 모두 생각한 데로다. 역전극은 없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소상공인이 내가 다음에 제안서 발표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는 위치이다. 


나는 직장인 팔자, 연구원 팔자라며 백만영 정도, 모두가 퇴사를 말렸다.

조그맣게 점빵하나 차렸다.

(사업소재지를 '점빵'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옛날 구멍가게를 일컫기도 한다.) 


남들 하는 용역사업에 참여 한번 하기로 했다.

물론,

쉽지 않을 거라고 내게 백만 명 정도 말했다. 

고상한 표현으로는 아래와 같았다.


선비가 저잣거리에 나가 돈 벌겠다고 갓 쓰고 행랑을 멘 형상이로다


그럼에도 나의 위치, 나의 정체성을 파악했다.

내가 저잣거리에 나갈 생각보다는 갓 메고 도포자락 여미는 것만 신경을 썼을 수도 있다.


사업가는 서비스를 제안하고, 판매자도 상품을 제시하고 거래를 하는 것이고, 안되면 마는 것이다. 창피할 것도 없다. 

탈락되고 떨어져도 아쉬울 것이 없다. 


직장에서 승진 탈락되면 한 달간 열받지만, 이런 것은 한 번 털어내면 된다. 마음에 뒤끝이 없다.


이것이 내가 그날 어리바리해도 얻은 쾌감이었다. 



둘째로 준비와 확신이다.


하고 싶은 마음보다, 

준비와 경력과 마음가짐이다.

그런데 급하게 준비하니 나 스스로도 불안한 것이다.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 상대방이 듣고 싶은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제안서 목차대로만 하려니까

되려 지루해하고 준비가 안된 것처럼 느껴진다. 

심사위원은 오늘 이 사업을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한테 눈길을 끌어야 한다. 


네 번째로 뭐 스킬들이지.

여러 가지 

1. 사전 평가

2. 문제점 발견

3. 개선점 

4. 추진전략

5. 추진내용

6. 경력, 인력, 다채로운 제안

7. 새로운 제안

8. 평가와 후속처리

뭐... 기타 등등




그럼 어떻게 대학 때 연극도 하고, 관객 앞에서 연설도 하고 회사에서 청중들 앞에서 사업설명회를 했을까?


그건 내가 무대를 압도한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연습도 그렇고 일도 오랫동안 했었기 때문이다.


결국, 또 다른 자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잘 준비하고 오랫동안 해 오면 된다.

그것이 

무대를 '압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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