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장인들의 꿈이 퇴사라는 약간의 과장을 보탠 우스갯소리는 출근하는 순간 퇴근하고 싶은 마음을 십여 년째 간직하고 있던 내겐 조용히 맘속 어딘가에 넣어둔 사실이었다. 특히나 여름과 겨울 모두가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는 시기가 오면 앞으로 해왔던 걸 계속 해나가도 되나? 하는 의문과 지금까지 했던 걸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겨움과 두려움으로 숨이 턱 막히곤 했다.
인생에서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돌아보면 학교를 다니긴 했던 걸까?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까마득하고 찰나였던 시간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꿈에서라도 가끔 돌아갈 때면 알 수 없는 막막함에 부들부들 떨며 '꿈이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 3년을, 그리고 또 4년을 졸업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없었다면 어떻게 버텼을까?
얼마 전 권고사직을 당했다.
다행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꾀 의젓하게 대처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졸업이라는 물리적인 끝맺음을 인위적으로 누군가가 더 이상 해주지 않는 일이다 보니 오롯이 나 혼자 스스로의 마침표를 찍고 정들었던 이들과의 헤어짐을 맞이하였다.
밥벌이에 졸업 같은 건 없다.
아무도 '여기까지 잘 달려오셨습니다. 앞으로 희망찬 다른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라.'라는 축하 의식 없이 외롭게 어떻게 해서든 꾸역꾸역 나아가야 한다. 어른이 될수록 외로운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럼에도 아직 희망이 있는 건, 언젠가 내 삶이 누군가의 무엇도 아닌, 무엇을 해야만 하는 누군가가 아닌 나 스스로 "이제 졸업을 하겠어"라고 외칠 수 있도록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다는 것.
몇 년짜리 졸업인지 아직 모르지만 훨훨 자유하는 그날을 위해 오늘을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