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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이나 Mar 22. 2024

분명 잊고 있으면 온다고 했는데!

잊고 지내자 잊고 지내자 잊고...

여러 가지 일을 해내야 하는 가정주부의 일상

요즘처럼 아파트 입주 날이 다가와 정신이 없을 때는 기분이 좋았다가 화가 났다가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휙휙 바뀌곤 한다. 대출도 알아봐야 되고 필요 없는 물건을 처분하고, 아파트의 그 커다란 창을 덮을 아늑한 커튼을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유니와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까 궁리한다. 자금이 많으면 좀 덜 고민했을까. 저렴한 가구들로 가계의 부담을 줄여보려 밤새 검색을 하니 다음날 아침은 더 날카로워진다.


신랑이 아침에 출근할 때 아침을 꼭 챙겨 보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다시 들어가 까무룩 잠이 드니 유니 등원은 늦어지는 것이다. 아침마다 “유니야 빨리 입어~”,“어서 먹어~” 빨리빨리를 20번은 하는 것 같다. 어미가 늦게 일어나 놓고는 아이를 재촉하니... 미안하다 딸아. 유니는 어린이집에서 주는 죽 간식을 싫어해서 집에서 꼭 밥을 먹고 가겠다고 하니 시간은 더 지체된다.


신랑은 최근에 새로운 수업이 시작되어 학생들 학습계획과 수업준비, 동시에 상사의 태움이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든지 저녁에 종종 어깨가 축 처져 들어오곤 한다. 그럼 나는 남편의 기분을 살피기 바쁘다. “무슨 일 있어? 또 팀장이 뭐라고 해?” 신랑의 우울한 표정에 내가 더  날카로워져 진다. 신랑에게 이야기해보라고 재촉하고는 내가 지치는 것이다. 그리고 도리어 유니한테 짜증을 내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당신 일이니 혼자 감내하시오 “ 하지 못하는 나.


정신없어도 절대 까먹지 않는 집착녀

이렇게 정신없는 일상생활에서도 배태기, 테스트기 하는 날은 기똥차게 알고 앱을 켜 확인한다. 가임기가 다가오는지 보고 배란 예상일에 맞춰서 배테기를 하루에 두 번 한다. 신기한 것은 내가 배테기 한 날이 꼭 배란 임박날이라는 거... 오우... 4년 동안 둘째를 기다리니 내 직감은 이제 척척이가 되어버렸다.


요즘은 운동을 거의 하지 못한다. 아파트 하자를 확인하고 a/s센터에 하자 보수를 해달라고 매주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의 부당한 처신으로 뉴스 인터뷰도 했었다. 하지만 느리다. 너무 느리다. 사람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하자보수팀. 300세대도 안되는데 이러기 있니 없니. 거액의 대출을 받아야 하니, 심장은 벌렁이고, 내 심장아 괜찮은거지?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스마트스토어도 한국어 수업도 진행했다. 결론은 두가지 다 나와 맞지 않는다. 책 읽고 글쓰는게 제일 행복하다! 결론 내리고, 글쓰는 작업을 놓지 않으려 티스토리를 개설하고 애드센스를 받고 브런치를 시작했다. 글쓰는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다니... 상상을 초월하는 피곤이 몰려온다. 작가님들 존경합니다.


부부관계는 하는 둥 마는 둥.. 그런데도 배테기와 임테기 날짜는 꼬박 챙기고 있다. 습관이 된 것이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잊고 있어야 온다는 그 말.. 이제 잊지 않으려고

둘째를 기다리면서 엄청 많이 들은 이야기가 있다. "잊고 있어야 온다, "예민하게 있지 말고 마음을 내려놓아라", "먹는 거, 운동, 술 안 먹은 달에는 안 생기다가 안 가질 거라고 마음먹고 다음 달에 생겼어" 나는 이 말들이 더 스트레스였다. 왜냐하면 매달 신경 쓰는 것이 멈춰지지 않는데 그럼 난 매달 안되는 것 아닌가. 이번달에 임테기가 생각났어! 그리고 매일해! 그럼 이번 달은 안 됐다고 예견되어 버리잖아!


이제 이런 말들에 신경 안 쓸려고 한다. 올 애는 오게 되어 있다. 몸에 직접 해가 가는 화학물질들을 들이붓지 않는 이상 열심히 배테기, 임테기 신경 써서 체크해도 올 애는 오지 않을까?  


이 시간을 유니에게 집중하자.

나는 6살 난 딸아이에게 소리를 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하루가 끝나는 잠자리에서 너무 미안해서 사과를 하기도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유니가 말로 표현을 한다는 것. “엄마가 무섭게 할 때는 싫은데, 그래도 엄마가 좋아. 무섭게 하지 마..” 그럼 나는 진심을 담아 사과한다. “미안해.. 엄마가 그랬어? 안 그럴게. 노력할게”


뭐가 그렇게 조급하고 바빠서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지... 유니는 느린 아이에 속한다. 안전한 돌다리고 두드려보고 지나가는 아이. 그래서 하루 일과를 이야기해 준다. 그러면 안심이 되는 아이이기 때문에... 어느 아이나 다 그렇겠지만 반복과 격려, 공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유니.


신랑은 좋은 부모님을 만났지만 어릴 때 어머니가 너무 바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누나가 있어도 극 외향이었던 지라 곧 친구와 놀았기 때문에 신랑의 말을 빌려 '벽 보고 있었다'라고 했다. 그리고 pc가 생긴 시점부터는 게임에 빠져 지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무리하게 일을 하려 하면 항상 반대를 했다. 자기가 일에 집중할 테니 유니 옆에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이것저것 하기 좋아하고 크고 소소한 모든 부분을 해내야 하는 주부보다 일이 좋았던 나는 신랑과 계속 부딪쳤다. 하지만 구구절절 맞는 말만 하고 유니를 생각하는 신랑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내 궁둥이가 붙어 있지 않고 머리가 끊이없이 생산적인을 찾아 굴렀을 뿐이지 내 맘도 신랑과 같다. 네 맘이 내 맘! 내 맘이 네 맘!


나도 신랑의 생각과 같다. 자녀가 2,3명 있으면 집에서 학습, 놀이를 재미있게 할 텐데가 아니라 한 아이에게 집중하고 한 인격으로 대하지 못한다면 그다음은 감당할 수가 없는 것 아닐까. 작은 한 영혼을 감당할 때 그 보다 더 큰 것을 감당할 수 있는 것. 나는 항상 이것을 까먹고 큰 것만 바라는 것이다. 오늘 유니와 신랑에게 집중하자. 가정에서 내가 집중하고 실행하는 것이 나중에 큰 자산이 된다는 걸 잊지 말자. 유니와의 오늘은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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