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제르마노쥘로 글, 알베르틴 그림, 이준경 옮김, 리젬
글을 잘 쓰기 위한 100일간의 챌린지
'그림책에서 첫 문장을 빌려오다'
오늘은 [작은 새]에서 영감을 받아 글을 써 보았습니다.
필라테스를 한지 오늘로 5년 1개월 12일이 되었다. 처음엔 바로 누워 다리 드는 일만으로도 부들부들 떨었는데, 이제는 어려운 자세도 제법 해낸다. 비록 아직도
팔을 등으로 꽂아 넣고
앞쪽으로 쇄골을 발사하듯 하세요.
갈비뼈를 닫고 척추를 뽑아내세요.
라는 말들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잘한다고 하니 그런 줄 알고 그냥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5년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통증'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1년 후 척추 4-5번, 5-천추 1번의 디스크가 파열됐다. 이후 시술과 스테로이드 주사를 수차례 맞았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픈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너무 외로웠다. 외적으로 드러난 상처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가족도 아픔에 공감해주지 못했다. 아이가 있다 보니 마냥 드러누워 있을 수도 없고 살기 위해선 얼른 회복해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엄청난 성공, 눈에 띄는 업적을 위해선 불굴의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5년 동안 필라테스를 했다고 하니 나를 엄청 대단한 사람으로 쳐다보는데, 때로는 밥 먹다 목에 걸린 가시처럼 사소하고 불편한 일이 대업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작은 새>라는 그림책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와 똑같다고 생각하는 날, 그런 날에도 무언가 숨어 있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빨간 트럭에 남겨진 작은 새를 보여준다. 화려하고 큰 새들은 저마다의 꿈을 향해 날아가는데 세상으로 나아갈 자신이 없는 작은 새는 트럭 구석에 숨어있다. 트럭 기사는 작은 새를 발견하고 눈을 맞추고는 말을 건다. 나는 법을 몸소 가르쳐주기까지 했더니 작은 새는 마침내 파란 하늘로 날아올랐다. '보잘것없이 사소한 것, 작은 것은 발견되기만 하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세상을 바꾼다'는 글로 책은 마무리된다.
예전엔 이런 글을 읽을 때 '보잘것없이 사소한 것, 작은 것'에 일상이랄지, 다정한 말 한마디 같은 것을 대입시키곤 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세상을 바꾸는 작은 것 안에는 가시, 고통, 불편, 모난 돌 같은 것들도 포함된다는 걸 알았다. 아무 일도 없이 늘 행복하기만을 바라고 자유롭게 훨훨 날아갈 생각만 했지. 우주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게 붙잡아 주는 중력 같은 통증 따위에 고마워할 생각은 못했다. 통증이 아니었다면 5년 동안 재미도 없는 필라테스를 계속할 수 있었을까?
뒤늦게 감사를 전한다. 진통제를 먹고도 나아지지 않고 애처럼 울도록 만들어준 통증아 고맙다. 네 덕에 내가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자세를 바로 잡으며 살고 있어. 더불어 늘 나를 더 나아가지 못하게 발목을 잡아주는 온갖 문제들아 고맙다. 그 덕에 내가 우주 미아가 되지 않았구나.
나를 아프게 해 줘서 고맙다. 일이 잘 풀리나 싶을 때 찬물을 끼얹어줘서 고맙다. 뭘 해도 미워해주고 혼자 살 궁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불안하게 해 줘서 고맙다. 차마 들 수 없는 짐을 지워주고 사지에 몰아넣어주어 고맙다. 덕분에 몸에 힘을 쭉 빼고 물 위에 둥둥 떠서 흘러가듯 살 수 있게 됐다.
고맙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