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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Mar 27. 2023

우리, 비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비 오는 날의 소풍>, 가브리엘 뱅상 지음, 황금여우

"셀레스틴, 화내지 말고 들어... 소풍을 못 갈 것 같아... 비가 와!"

"저런, 셀레스틴! 그러지 마... 그렇게 실망할 것까진 없잖아!"

"있잖아, 셀레스틴. 내 말 좀 들어봐. 좋은 생각이 있어.!"

"우리 비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야."



-우와, 좋아요! 그렇게 해요. 아저씨!





소풍 갈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린 셀레스틴에게 비가 온단 소식은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그리고 그 말을 전해야 하는 에르네스트 아저씨의 마음은 또 어떻고. 에르네스트 아저씨는 다음에 가자는 말 대신 '비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말한다. 그러고 나서 둘은 정말 비가 오지 않는 것처럼 차려입고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들이에 나섰다. 이들을 본 사람들은 에르네스트를 비난했다.  비가 오는데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고. 하지만 셀레스틴은 불행하지 않다. 에르네스트 아저씨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숲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천막을 치고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얼마나 축축할까?

얼마나 오들오들 추울까?

얼마나 걱정될까?

얼마나 불안할까?

그리고 얼마나 행복할까!


반짝반짝 따스한 날씨에 행복을 얻는 사람은 흔하다. 하지만 축축하고 쌀쌀한 날씨에 행복을 얻는 사람은 드물다. 얼마 없는 귀한 행복을 그들은 입고 먹고 나누고 있었다.


살면서 매 순간 '행복하다, 기쁘다, 만족스럽다' 느낄 순 없겠지. 나는 살면서 반드시 울 것이고 예기치 않은 불행을 겪을 것이고 아플 것이다. 그리고 나를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내 모든 눈물을 거두고 내 고통을 가져가줄 순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비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말해주었으면! 그런 유머를 건네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우리 사이에 흘렀으면 좋겠다. 고통의 시간을 대하는 방식 중 견디는 것, 피하는 것, 맞서는 것만 있는 게 아니라' 함께 맞이하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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