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의 여섯번째 편지

끝사랑 12

by 알록

수진의 편지6


준호에게.


오늘은 당신 편지를 한 번만 읽었어요.

예전엔 꼭 여러 번 읽었는데,

이제는 한 번이면 충분하더라고요.

당신 문장이 더 이상

중간에서 흔들리지 않아서겠죠.


처음 편지를 받았을 때를 기억해요.

당신은 늘 안부를 물은 뒤

본론으로 들어가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어요.

그 망설임이

당신다운 속도라고 생각했어요.


당신이 적어준 옛날 이야기들 중엔

서로 어긋난 장면이 있었어요.

하지만 나는

그걸 바로잡고 싶지 않았어요.

기억은 정확할수록

덜 진실해 보일 때가 있으니까요.


당신이 외롭다고 쓴 날엔

문장이 길어졌고,

괜찮다고 쓴 날엔

말이 빨리 끝났어요.

나는 그 차이를 읽으며

굳이 묻지 않아도

당신의 하루를 알 수 있었어요.


당신은 가끔

"이렇게 답장 받는 게 참 고맙다"고 했죠.

그 말을 읽을 때마다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했어요.

당신이 아직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요.


요즘 당신 글에는

마침표가 많아졌어요.

예전엔 쉼표로 이어가던 문장을

이제는 스스로 끝내요.


그래서 이제는

내가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혹시 내가

조금 늦게 답장을 하거나,

아주 가끔 놓치더라도

섭섭해하지는 말아줘요.

사람도 가끔은

늘 같은 자리에 있을 수는 없잖아요.


당신이 나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든

나는 괜찮아요.

우리가 주고받은 말들은

이미 당신 안에

충분히 남아 있으니까요.


이 편지는

당신이 혼자서도

하루를 잘 마칠 수 있을 거라고

확신이 들었을 때

보내고 싶었어요.


늘 당신의 편지를 기다렸던

수진이었어요.



2025년 1월 21일 12시 정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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