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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효이재 Oct 30. 2022

6.2 좋은 열망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2/2)

열망의 ‘올바름’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기다린 만큼, 더


 열망의 ‘올바름’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은 ‘유토피아’를 향하는 법, 어떤 문제를 완전하고 완벽하게 해소하는 ‘정답’이 결코 아닙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아무리 좋은 열망을 갖고 소규모 다기능 조직으로 협력과 배양 문화를 추구하며 정진한다고 한들 그것이 늘 모든 면에서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나열한 사례는 집요한 열망의 추구와 그로인한 성장과 성공의 과정에서조차 수많은 갈등과 실패, 때로는 윤리적 이슈와 기업이 본래 가진 철학, 열망과는 모순되는 결과를 낳는 상황을 결코 모두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의 운영, 조직화를 위해 초개인성, 다양성이 필요한 것처럼 기업 시장 전체에 각 조직이 꿈꾸는 ‘좋은 열망’에도 일종의 초개인성/다양성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매거진 호모디그누스 X 초개인주의 참고) 


 우리가 영위하는 세계는 어떤 측면에서는 분명 긍정적인 방향을 향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혹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수많은 문제를 낳는 것도 사실입니다. 여전히 오래된 과거부터 지금까지 미처 손을 대지 못한 문제도 많습니다. 일련의 문제를 제대로 관찰하고 발견해 문제 해결을 위한 무수한 서로 다른 ‘열망’이 서로 경쟁, 상호작용하며 진화적인 흐름을 만들어 냅니다. 물론 복잡계의 진리처럼 모든 것이 딱딱 맞물려 맞아 떨어지지 않습니다. 열망은 문제를 낳기 마련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망은 또다른 문제를 낳거나 때로는 본래의 문제를 악화시키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거시적인 흐름에서 일련의 문제는 ‘좋은 열망’에 기초한 혁신, 창발을 통해 개선, 보완, 해결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예컨대 애플은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이라는 강력한 열망을 구현하는 철학 중 하나로 디자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을 엔드 투 엔드로 완결성 있게 다루기를 원했습니다. 이 철학과 방법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굉장한 문제였습니다. 누군가는 애플의 정책이 새로운 기술 문화이며 마땅히 따라야할 ‘개방과 공유’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습니다. 그에 대항하기 위해 많은 조직과 기업이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구글 안드로이드입니다. 아이폰-애플 OS에 대항해 안드로이드는 모든 모바일 하드웨어 기업에 이를 공유하고 개방된 시스템으로 운영해 시장 지배력을 키웠습니다. 그런데 구글의 이러한 개방 정책 역시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전세계 모든 정보를 개방시켜 검색에 연결시키고 수익화 하려는 구글에겐 개인의 사생활도, 저작권자가 불명확한 책도 ‘개방’ 대상입니다. 구글 버즈와 도서검색은 각국에서 논란을 부르며 소송과 규제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조지 길더George Guilder는 개방과 무료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데이터 정보의 중앙집중화를 꾀하는 구글과 그 철학을 따르는 연합이 이미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 대안적 흐름 중 하나로 블록체인 기술을 제시합니다. 블록체인의 핵심은 정보의 탈중앙화를 통해 개방, 공유의 철학을 지키면서도 보안, 사생활 침해 등의 이슈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기술입니다.*



*블록체인은 부동산 목록을 정리해 놓은 대장과 비슷한 데이터베이스로 사건, 약속(계약), 특허, 권리증, 그 밖의 다른 영구적 기록들을 아우른다. 모든 블록체인은 해당 시리즈의 기원에서부터 거래가 이루어지는 그 시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수학적으로 암호화돼 기록되고, 각 기록은 탈중앙화의 인터넷 노드들로 분산되고 공개된다. 전문가에 따르면 블록체인의 보안은 구글과 같은 시스템이 갖는 보안 취약성을 상쇄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블록체인에 활용되는 공개키 암호 방식Public Key Cryptography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신원증명이라는 모순적으로 보이는 목표를 조정해준다. 보통 암호 대부분은 대칭적이다. 동일한 키key가 메시지를 암호화하고 또 동시에 그 암호를 푼다. 어떤 사람이 그 키를 수령자에게 개인적으로 직접 전달할 때는 문제가 안되지만 인터넷 경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거래에 의존하므로 이 키를 인터넷이라는 통로를 통해 전달할 때는 사실상 보안에 매우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개방과 공유의 경제에서는 더욱 그 노출 및 피해 위험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공개키와 개인키를 비대칭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즉 공개키는 메시지를 암호화하지만 이 암호를 풀 수 없도록 하고 개인키로만 그 암호를 풀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블록체인은 개인키로 완료될 수 있는 거래의 주소를 공개키에 의존한다. 일련의 기술을 활용하면 우리는 개인적인 자료 노출 위험을 피하면서도 안전하게 공개된 곳에서 신뢰할 수 있는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좋은 열망의 개인화는 경영자의 초개인성이 기업의 성장 내러티브와 당대 사회문화와 상호작용해 나타나기도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는 2008년 은퇴 후 환경 자선사업가로 변신했습니다. 한때 실리콘밸리에서 때로는 악랄하기 까지한 사업수완으로 ‘실리콘 밸리의 악마(Demon of Sillicon Valley)’로까지 불리던 그는 은퇴이후에는 어찌 보면 은퇴이전 기업을 운영하며 추구한 방향과는 상반된(컴퓨터 산업은 기본적으로 탄소 에너지 배출이 많다) 기후/환경, 빈곤, 질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열망을 갖고 대규모 자산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와 그의 아내(지금은 안타깝게도 갈라섰습니다..)가 설립한 빌앤멀린다 게이츠(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재단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약 65조원을 기부, 투자하며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던 사회 문제의 혁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최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발표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Jeff Bezos 역시 기존의 열망에서 한발 물러나 기후, 우주, 언론 등과 같은 새로운 분야에 새로운 열망을 쏟기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이 책은 ‘좋고 나쁨’, ‘옳고 그름’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여러분의 고민과 어려움을 말끔히 해소시켜주는 만병통치약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는 글입니다. 지금 바로 예를 든 것처럼 새로운 경영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지속가능한 성장 패턴을 만들어 내려 하거나 이미 어느정도 그 패턴을 구현한, 성공한 기업과 조직 마저도 그 안에서 다시 수많은 그림자와 모순, 갈등, 어려움을 낳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우리가 보이려하고 또 말하려 하는 것은 그저 조직의 생존과 내적, 외적 성장의 관점에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고민과 이에 대해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철학적, 실용적 아이디어를 복합적인 맥락에서 제시하는 것입니다. 사례가 있다면 이는 그들의 내러티브 안에서 보여지는 찰나의 ‘스냅샷’일 뿐이며 모든 것이 근본적인 ‘정답’이자 정밀한 ‘규칙’으로 박제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우리는 일련의 고 맥락 정보를 참고해 스스로가 갖는 고유의 ‘좋은 열망’을 찾아내는 것에 써야 합니다. 성공한 열망을 피상적으로 따라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조직이, 그리고 내가 스스로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실재하는 문제를 찾아야 합니다. 그 다채로운 열망이 모여 협력, 경쟁하며 혁신의 온도를 높이고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한 문제 앞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 줄 것입니다. 물론 당연히 또다른 문제가 어김없이 또 붉어질 것이기에 궁극적으로 우리는 그 무수한 반복의 과정 앞에서 겸허해야 합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조직의 열망이 지금보다는 좀 더 ‘옳은 방향과 태도로 다양해지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눈에 세계는 물론 여전히 매우 ‘다양한’ 열망을 갖고 있지만, 최근 들어 그 열망은 자칫 의도치 않게 파괴적이고 진보의 흐름을 되돌리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일례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빅데이터에 기반해 인공지능을 서비스하는 기업들은 재무적 성장 관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잘하고 있지만 그 성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짜뉴스의 확산’ 및 ‘정치적 양극화’, ‘혐오’문화의 확산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한 책임을 요구받고, 강한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기술의 측면에서 인간은 더할 나위 없이 잘해오고 있지만, 어쩌면 ‘인간 본연의 성숙’과 ‘실천적 지혜’의 측면에서 인간은 여전히 서투른 측면이 많습니다. 결국 ‘성공’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그것에 대한 좀 더 ‘옳음’을 고민하는 ‘다양성’을 바랍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갈수록 변화가 가속화되는 현실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다뤘습니다. 그런데 철학자 한병철은 이 ‘가속화’ 현상 자체를 숙고해볼 것을 권합니다.


 "오늘날 닥쳐온 시간의 위기는 가속화가 아니다. 가속화 그 자체가 파괴적인 것은 아니다. 가속화된 세포의 성장도 유기체 전체의 경제를 따르는 동안은 대단히 유의미한 것이다. 악마적 양상을 띠는 것은 모든 유의미한 목적의 틀을 넘어서 자기 목적이 되어버린 가속화 과정이다. 그러한 가속화 속에서 진행되는 성장은 성장이 아니라 종양이다. 본래 가속화란 일정한 목표를 향해 진행되는 과정을 전제한다. 오늘날 가속화로 느껴지는 현상은 사실은 급속한 엔트로피의 증대일 뿐이다. 사물은 그 속에서 정신없이 휘돌며 걷잡을 수 없이 증식하고 이로써 시스템을 포화상태로 몰아가는 질식시킬 것 같은 거대한 더미가 형성된다."


부족한 우리가 굳이 이 세계, 현실에서 비판적으로 문제 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욕망을 위한 욕망’, ‘기하급수적 성장 그 자체를 위한 성장’등과 같이 어떤 옳음에 대한 목적성을 잃어버린 세력이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이는 그 자체로 ‘자극적’이기 때문에 신중히 옳은 목적을 고민하고 진지한 태도로 획일화된 세상적인 성공의 의미를 재정의 하려는 조직의 출현과 확산을 결과적으로 제한하고 맙니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것이 혹시 그저 ‘종양과 같은 더미’로서의 기업 도시는 아닐까요?


 주주가치, 이익을 위해 ‘돈’에 초점을 맞춘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의할 필요는 없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생할 수 있는 ‘성공’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재정의’할 수 있을까요? 


그랬을 때 우리는 여전히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요?


무조건 개방하고 공유하는 철학이 옳은 비전인가요? 


과잉 커뮤니케이션, 과잉 정보, 과잉 가시성이 가져다주는 피로와 자기 착취적인 부작용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짧은 그림 소설 ‘꽃들에게 희망을’은 스트라이프(Stripe·줄무늬 애벌레)와 옐로우(Yellow·노랑 애벌레)가 주인공입니다. 알에서 깨어나 애벌레가 된 이들은 풀잎을 먹으며 자랍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삶에 뭔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길을 떠납니다. 둘은 하늘을 향해 치솟은 어떤 기둥의 밑동에서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서로 짓밟으며 위로 올라가려는 애벌레들이 모여 기둥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상대를 짓밟아야 합니다. 옐로우와 스트라이프는 기둥을 조금 올라가다 회의감을 느끼고 내려와 지상에서 사랑을 나누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스트라이프는 이내 만족하지 못합니다. 스트라이프는 옐로우를 버리고 다시 기둥을 기어오르기 시작합니다. 다른 목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둥 위에는 뭔가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는 전쟁 같은 경쟁을 딛고 정상에 오릅니다. 하지만 그 정상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지독한 허망함을 느낄 무렵 그는 황홀한 나비를 목격합니다. 그리고 이내 알아챕니다. 그가 ‘옐로우’라는 것을. 그는 그 길로 기둥을 내려옵니다. 내려오면서 다른 애벌레들에게 정상엔 아무것도 없다 진실을 말하지만, 다른 애벌레들은 믿지 않습니다. 설령 그게 사실이더라도 이제는 어쩔 수 없다고 애벌레들은 말합니다. ‘스트라이프’는 기둥을 내려와 ‘옐로우’의 도움으로 고치를 만듭니다. 그리고 비로소 나비가 됩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또 다른 거대한 애벌레 기둥에서 허우적 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거기에서 나와 전혀 다른 형태의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이를 정의 내릴 수 있지는 않을까요? 성공에 관한한, 기업은 좀 더 다양하고 옳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용기와 실천, 지혜가 여전히 우리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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