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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Feb 19. 2024

(2) 미술시장 돌아보기:
그리고 온고지신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고로 역사는 반복될까?

지난 시간에 이어 이 길고 긴 미술시장의 이야기를 읽으러 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다소 재미없을 수 있지만, 이 글을 지금도 읽고 있는 분이라면 한국 미술시장에 관심이 있고 나아가 애정하는 마음이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번 글 역시 분량이 상당할 것 같은데, 끝까지 함께해 주시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이 글이 반복되는 과거와 변화하는 상황을 바라보며 보다 현명한 대처와 판단을 내리는데 조그마한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1차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의 경우 이제 막 글로벌 미술시장에 한국 작가가 진출하고, 글로벌 시장에 글로벌 시장이 한국에 대해 인지한 시기였다. 아울러 이제 막 태동한 온라인 시장은 정착을 위한 과도기적 단계를 밟고 있을 시기였기에 본격적인 시장의 성장이 어려웠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수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내 짧은 식견으로 볼 때 현재 국내 미술시장이 과거와 다른 가장 큰 이유는 4가지를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1. 온라인 미술 거래의 보편화
2. 글로벌 미술 갤러리 및 아트페어의 한국진출
3. 미술에 대한 보편적 인식의 변화
4. 기술(Tech)+금융(Finance)


1. 온라인 미술 거래의 보편화: 인터넷 전성시대

이제는 주민등록증을 때기 위해 동사무소를 가는 비율보다는 인터넷으로 발급받는 시대이자 생선회와 과일마저 핸드폰으로 주문해서 먹는 것이 일상이 된 바야흐로 온라인 시장의 전성기다. 미술 역시 이런 시대의 흐름에 맞춰 온라인 미술품 판매가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고, 옥션 역시 오프라인 경매만큼 온라인 경매의 운영에 힘을 주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국내 온라인 경매는 2007년 1월 24일 케이옥션이 처음으로 온라인 경매를 시작했고, 이후 서울옥션이 이어 온라인 경매를 시작해 이제는 보편화되어 중소 옥션사들의 경우에는 오프라인 경매보다 온라인 경매를 통해 경매를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국내 최초로 온라인 경매를 선보인 케이옥션의 경우 2016년 10월 25일 마감된 위클리 온라인 경매를 시작해 매주 마감되는 위클리 온라인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매주 무려 100~200점이 매주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업계 종사자로 케이옥션 직원들의 노고에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미술시장의 한 축인 옥션의 온라인 거래는 위와 같이 시작되어 보편화되었다면, 갤러리와 아트페어는 어떻게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을까? 사실 갤러리의 경우 옥션에서 온라인 경매에 열을 올릴 때 먼발치에서 너무 많은 그림이 유통되는 것에 반대할 뿐, 직접적인 온라인 미술품 판매를 준비하진 않았다. 하지만, 1차 ‘단국 이래 최대 호황’ 시기에 시작된 거대한 시대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었으니.. 갤러리와 아트페어들이 본격적으로 온라인을 활용해 미술품을 거래하게 된 것은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 2차 ‘단국 이래 최대 호황’이 종료된 2020년이다. 2020년,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거리를 두게 만들어 서로를 격리시킨 시기로, 대면 판매 위주로 흘러간 미술시장 그중에서도 갤러리들과 아트페어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갤러리가 준비했던 전시는 취소되었으며, 아트페어는 페어장을 준비했지만 단 한 명의 컬렉터를 초대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이렇게 대면 거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갤러리와 아트페어들은 One-Line Viewing Room 등의 비대면 미술품 판매 시도가 일어나며 온라인 옥경매를 경험하지 못했던 기존 시장참여자부터 신규 참여자까지 강제적으로 온라인 미술품 구매의 경험을 하게 만들었다. 이 일련의 강제적인 변화는 미술품의 온라인 거래가 보편화시키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미술품의 정보와 미술계소식을 모아두는 서비스를 했던 Artsy의 경우 해당 기간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며 미술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다가왔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01019_0001203031&cID=10701&pID=10700

https://magazine.hankyung.com/money/article/202211289191c


2. 글로벌 미술 갤러리 및 아트페어의 한국진출: 외세의 침입이 될 것인가, 새로운 글로벌 미술 허브로의 도약이 될 것인가?


2021년 국내 미술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글로벌 미술시장에 큰 충격을 가져왔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력한 미술시장 옆에 작은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은 강력한 자국시장의 성장과 글로벌 페어에 참여해 활발한 활동을 한 갤러리와 컬렉터들로 인해 1차 ‘단군 이래 최대 호황’ 시기에 이룩한 시장의 인지 정도를 넘어 한국의 미술시장의 잠재력을 글로벌 미술계에 강력하게 각인시켰다. 코로나19 기간 국내에 갇혀 있던 컬렉터들은 해외방문이 풀리자마자 개최된 글로벌 아트페어에 달려가 공격적인 미술품 구매를 진행했다. 국내 갤러리들은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아트페어를 통해 소개함과 동시에 국내 아트페어에 다채로운 해외 작가들을 소개해 국내 미술시장의 시장성을 글로벌 미술시장에 각인시켰다. 이렇게 갤러리와 컬렉터 아트페어를 통해 확장된 국내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은 거래기록이 오픈된 옥션사의 공격적인 성장을 통해 글로벌 갤러리와 아트페어의 한국 진출에 확신을 더했을 것으로 보인다.

https://news.heraldcorp.com/view.php?ud=20230612000412

이로 인해 국내에 들어온 갤러리는 미술계에서 내로라하는 거대 글로벌 갤러리들로 뉴욕을 중심으로 글로벌 체인을 확장하고 있는 글로벌 Top5 갤러리 중 하나인 페이스를 필두로 리만 머핀, 타데우스 로팍 등의 갤러리가 한남동에 자리 잡았다(물론 시점의 차이는 있다). 페이스 갤러리에 이어 글로벌 Top5 갤러리 중 하나인 영국의 화이트큐브와 더불어 글래드스톤, 탕컨템퍼러리아트가 청담동에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글로벌 아트페어에서나 만날 수 있던 대형 갤러리들이 이제는 한국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by. Paris+ par Art Basel

더욱이 아트바젤(Art Basel)과 함께 글로벌 아트페어를 양분하는 프리즈(Frieze)의 국내 진출은 단순히 한국 미술시장의 잠재력을 넘어 글로벌 미술시장의 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홍콩은 지정학적 이슈로 인해 글로벌 자산들이 빠져나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술시장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비록 아직 아트바젤은 홍콩에 미래를 보았다고 이야기하지만, 아트바젤이 싱가포르와 일본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급속도로 성장한 프리즈는 글로벌 Top3 아트페어에서 프랑스의 피악을 제치고 글로벌 아트페어 시장을 양분하는 모양새를 만들며, 아시아권 진출의 교두보를 한국으로 결정했다. 양강구도를 넘어 아트페어 Top1을 결정하기 위해 두 아트페어 운영사가 치열한 접전을 치르는 지금, 아시아 미술시장은 패권 전쟁의 격전지가 되어 뜨거운 경합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20902_0002000847&cID=10701&pID=10700


물론, 이 패권 전쟁에서 승리를 하는 것은 비단 두 아트페어 운영사의 득이 아니라 아트페어가 열리는 소속 국가에 큰 영향을 줄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싱가포르는 세제혜택과 자산가들이 풍부한 자신들의 장점을 내세우고 있고, 일본의 경우 도쿄를 중심으로 파격적인 지원정책을 통해 아트바젤 유치에 힘을 쓰고 있다. 반면, 프리즈가 있는 한국의 경우 국가보다는 일반 기업과 미술계만이 집중하는 모양새라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 현재, 수많은 기업체가 프리즈의 후광효과를 누리고자 후원사를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있고 그동안 아트페어와는 거리를 두고 있던 국·공·사립 미술관이 프리즈 기간에 함께 전시를 열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괄목상대할 상황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미술시장 허브를 위한 국가단위의 지원이 없는 현재의 모습은 여전히 앞 길이 멀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만든다. 아트페어와 미술관, 그리고 미술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원론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논해보자.


3. 미술에 대한 보편적 인식의 변화: 일상에 녹아든 Art와 오픈런

출처: 조선일보/한경진기자님

2020년부터 시작된 미술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의 변화는 예술의 문턱을 낮춰 우리의 삶을 파고들었다. 미술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관심은 풍선효과로 아트상품, 굿즈, 포스터 등 다양한 관련 상품의 제작과 판매로 이어져 또 다른 시장을 만들어 냈다. 특히, 동아시아권을 휩쓴 캐릭터류의 작업들은 많은 팬덤을 만들어 냈고, 피규어부터 상품까지 귀엽고 재미있는 상품들이 탄생해 연일 솔드아웃을 기록했다. 순식간에 많은 관심을 모아낸 이런 상품들은 나이키 신발 구매를 위한 드로우(Draw)를 활용해 젊은 층의 관심을 집중을 가속화했으며, 이런 상품마저 매진되다 보니 2차 시장에서 거래가 되며 판매가를 훌쩍 넘어 거래되는 현상마저 나타나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런 기현상은 갤러리 오프닝에도 일어났는데, 애플의 아이폰 출시일이나 나이키 한정판 발매일 등에서나 볼 수 있던 오픈런 현상이 갤러리 오프닝날에 일어나 대중들과 업계 종사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1/09/03/GXNAC5VR4FGXXJLZUNND7UXET4/?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이런 대중들의 관심은 전시 관람까지 이어져 그간 볼 수 없었던 전시 관람을 위한 웨이팅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슬프지만, 그간 박물관, 미술관 등의 전시 관람은 다소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었던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갤러리의 전시는 유료 전시인지를 물어보는 이들의 질문이 더 많았을 정도로 갤러리는 대중들에게 너무나 먼 존재였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한 사회는 이런 대중들의 무관심을 180도 바꿔 놓았다. 먼저 '박물관과 미술관의 전시 관람은 해외여행을 가서나 방문하는 공간이 되어 많은 이들이 국내에서도 안 가는 미술관을 해외만 가면 간다'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관람 인원 제한은 우리 사회에 사전예약과 웨이팅을 자연스러운 문화로 만들어냈고 박물관 미술관 역시 그 문화에 수혜를 받았다. 특히, SNS를 활용이 보편화된 시대에 박물관 미술관은 사진을 통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적합한 공간으로 많은 이들의 셀피 장소에 선정되어 더 많은 붐을 이뤄 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박물관 미술관은 더 많은 관람객 유치를 위해 어린이 박물관 등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전 연령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가했으며, 그 결과 주말에는 입장을 위해 1시간 이상 대기하는 일이 일상이 된 핫플레이스로 거듭났다.


박물관 미술관에서 시작된 전시관람 열풍은 갤러리로도 이어졌는데, 단순히 자산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되던 갤러리가 화면과 지면을 넘어 가질 수 없지만 널리 알려진 스타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공간이자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동시대 작가들의 전시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며 대중들의 방문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일례로 지난 1월 6일 종료된 페이스 갤러리의 코헤이 나와 개인전에는 오프닝부터 북새통을 이뤘고, 전시기간 동안 총 4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전시관람을 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국내 전시관람 문화는 대중들이 가진 힘과 저력을 보여주었고, 이제는 경제규모만이 아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한 발짝 다가간 것 같아 너무나도 기쁘고 반가운 변화이다. 이렇게 시작된 변화는 앞으로 미술계에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 같다.

https://monthly.chosun.com/client/mdaily/daily_view.asp?idx=18867&Newsnumb=20231218867




분명히 네 가지의 이유를 들었지만 왜 3번째 이유에서 끝났을까?

그렇다. 분량 조절에 실패했다. 이 애매한 분량으로 글을 줄이는 이유는 마지막 키워드를 작성 중 '과연 이 긴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싹트며 어쩔 수 없이 이 미술시장 돌아보기를 한번 더 연장해 마무리하려 한다. 게다가 마지막 챕터는 아무래도 꽤나 중요한 내용이기에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싶다. 아무튼, 여기까지 먼 길을 달려오셨으니 마지막 내용까지 함께 완주해 주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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