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을 돌이켜보면 한 해를 아우를 수 있는 사자성어는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할 수 있다. 블루칩 작가들의 연이은 신고가 경신, 중견작가와 신진작가의 판매 호실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국내 갤러리의 해외진출, 국내 작가들의 해외시장 개척 등 미술시장은 전반적으로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성적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커져버린 기대감과 희망은 불안을 야기했고 모두가 알다시피 그 불안은 결국 현실이 되었다. 2007년을 마무리하는 3부에서는 미술시장이 신뢰를 잃어가고 이미지가 훼손되는 3가지 사건을 미술계의 시각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그럼 시작해 보자.
먼저 필자가 조사한 내역을 토대로 2007년의 주요 키워드를 뽑아봤다.
<2007 미술시장 핫 키워드>
1. 미술시장 호황과 거품론
2. 아트테크 관련 기사 다수 등장
3. 아트펀드, 대세 투자 자리 잡나?
4. 경매시장의 성장 및 다수의 경매사 등장
5. 갤러리와 옥션의 갈등 심화
6. 중국미술 & 해외 미술품 관심 증가
7. 블루칩 작가에 이은 신진작가 관심 증가
8. 신정아
9.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 행복한 눈물
10. 빨래터 위작시비
8. 신정아 사태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이었던 신정아는 예일대학교 박사학위를 위조한 사실이 밝혀지며 미술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파장을 만들어냈다. 그는 금호미술관 알바를 시작으로 이후 금호미술관 큐레이터, 성곡미술관 학예실장, 동국대학교 미술사 조교수, 광주비엔날레 디렉터 등 미술계 요직을 겸했다. 문제는 그녀가 이렇게 미술계의 요직에 앉을 수 있던 것이 허위학력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금호미술관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간 시점부터 그는 캔자스 대학교 졸업이라는 거짓말을 했고 이후 예일대 박사과정이라는 거짓말을 통해 앞서 언급한 요직들을 꽤 차고 들어가 수많은 선량한 이들의 기회를 훔쳤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00487697?sid=102
하지만, 허위학력으로 시작된 이력이 알려지며 미술계 종사자들에게는 허무함과 허탈함을, 미술계를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미술계가 가진 시스템의 허술함과 불투명함, 권력형 비리 등 온갖 좋지 못한 이미지만을 각인시키고 말았다. 더욱이 그녀의 이러한 학력위조로 인해 오랜 기간 미술계에서 실력을 갈고닦던 많은 이들과 자신의 실력으로 요직을 차지한 선량한 이들의 노력 모두가 부정당하며, 미술계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을 경험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7/0000066086?sid=115
신정아 사건의 종지부는 불륜과 권력형 비리로 매듭지어졌지만, 이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신정아는 미술계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그를 통해 미술계는 그간 쌓아 올린 신뢰를 잃었으며, 큐레이터들의 이미지는 바닥까지 떨어졌으며, 미술품 매입이 권력자들을 위한 수단으로 이미지가 각인되어 대중들에게 미술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40964.html
9.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
2007년 10월, 삼성의 법무팀이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정의구현사제단을 통해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폭로했다. 자세한 내용은 당시 기사 등을 참고하시길 바라고, 이 글에서는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하여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미술계와 관련된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당시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조성 의혹 폭로로 시작된 조사 과정에서 김용철 변호사는 홍라희 여사가 서미갤러리를 통해 구입했다고 주장하며 미술품 구매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작품 리스트에는 당시 국내에서 상상할 수 없던 세계적인 현대미술 대가들의 고가 작품들이 다수를 차지했고, 그중에서도 언론이 주목한 것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었다. 당시 716만 달러에 육박하는 작품이 이건희 회장 집에 걸려있다고 보도했다. 삼성 측에서는 해명자료를 통해 ‘행복한 눈물’은 홍라희 여사가 갤러리에 다시 돌려줬다는 해명을 했고, 서미갤러리는 목록에 있던 작품들이 모두 다른 컬렉터가 샀다고 이야기했다.
비자금과 관련해서는 자세히 아는 바도 없고, 지식이 미천하기에 넘어가고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해당 사건을 통해 미술품의 거래와 미술시장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되었다는 점이다. 그간 미술품 거래는 폐쇄적인 환경에서 이뤄졌으며, 가격에 대해서도 공개된 바가 없었기에 미술품 거래는 짬짬이 거래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2005년부터 시작된 호황장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미술품에 관심을 가지며 미술품 구매를 경험해 보다 투명한 시장이 형성되던 시점에 일어난 해당 사건은 미술시장이 건전화되는 시점에 굉장한 악재로 다가왔다. 특히, 이 사건을 통해 미술품이 탈세 혹은 비자금의 온상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되었으며, 이후 미술품 구매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아졌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1835746?sid=103
신정아 사건에 이어 터진 삼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미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최고조로 이끌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검찰은 삼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조사하며 그 상징을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로 타깃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작품의 행방과 수장 히스토리, 구매절차 등 모든 방면에 대한 이야기가 상세히 언론에 오르내리게 되었고, 해당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이끌게 되었다. 검찰의 이러한 전략을 통해 국내에서 미술품 구매를 하는 사람들을 보는 시선은 권력가 혹은 재력가의 탈세의 수단이자 그들만의 폐쇄된 커뮤니티로 치부되며 미술시장의 대중화가 무르익던 그간의 분위기에 찬물이 뿌려졌다. 이로 인해 미술시장의 대중화는 이로부터 14년 후인 2021년에 이르러서야 다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10. 빨래터 위작시비
이렇게 악재들이 쌓이기 시작한 2007년도 후반, 미술계를 강타하고 이후 국내 위작사건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빨래터’ 위작시비가 터지게 된다. 이 위작시비는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황평우 위원장이 2006년 서울옥션에서 낙찰된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에 대한 위작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시작된다. 이 위작시비의 결말과 과정은 2008년에서 보다 깊게 다루기에 간단하게 언급하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맛보기로 이야기하자면, ‘빨래터’ 위작시비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2005년부터 시작된 호황장을 이끈 박수근, 이중섭 화백에 대한 위작시비의 끝이 되는 사건으로 미술시장에서 위작시비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볼 수 있는 예시가 되면서도 이후에 등장하는 수많은 크고 작은 위작시비들의 서막 같은 이야기기에 2008년에 보다 심층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0213572?sid=103
우리는 3부를 전으로는 줄 곳 끝없이 상승하는 미술시장을 지켜봤다. 하지만, 3부부터 시작되는 침체 및 하락은 모두가 열광한 호황장이 끝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기에 상승장 못지않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길고 지루할 수 있는 시리즈를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미리 2008년 글이 다소 늦어질 수 있음에 양해의 말씀드린다. 그럼, 준비가 되는대로 빠른 시일 내에 찾아뵐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음 이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