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침체의 서막이 열린 2008년의 마지막이 시작되었다. (상)과 달리 다소 어둡고 슬픈 이야기들로 가득한 이번 회차의 이야기는 다소 개인적인 의견과 얕은 식견으로 인해 부정확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수 있음을 양해해 주시길 바라며, 2008년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글을 시작하기 앞서 필자가 뽑은 2008년 미술시장 최대 이슈 Top10은 다음과 같다.
<2008 미술시장 핫 키워드>
1. 격변하는 국내 미술시장
2. 호황기를 유지하는 듯했던 글로벌 미술시장
3. 아트테크&미술강좌 붐
4. 경매사 신설
5. 작품가격 책 출간
6. 서울옥션 상장 및 홍콩진출
7. 삼성 비자금 사태, 행복한 눈물
8. 미술품 위작과 감정
9. 해외미술품 선호현상 증가
10. 양도세
7. 삼성 비자금 사태, 행복한 눈물
2007년 말부터 시작되어 대한민국을 흔든 삼성 비자금 사태는 본격적으로 비자금과 미술품을 연결 지어 비자금이 아니라 비자금이 흘러간 미술품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그중에서도 작품 가격이 높고 대중들의 관심을 받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은 단연코 삼성 비자금 사태를 대변하는 작품이 되어 연일 매스컴을 오르내렸으며,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달리 에버랜드 창고가 아닌 서미갤러리에서 발견되어 비자금 사태는 미스터리로 빠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찌 되던 삼성 비자금특검이 마무리되며, 비자금으로 시작해 미술품에 관심이 쏠린 해당 특검은 결국 이건희 회장의 대국민 사과 및 사퇴로 이어져 마무리되었다.
https://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8012380541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25989
이 사건으로 인해 대중들에게 미술품은 탈세 및 비자금의 온상이자 있는 사람들의 그들만의 리그라는 편견이 확실하게 자리 잡은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후 특검이나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경우 검찰의 파란 박스 안에 가득 들어있는 서류와 더불어 큰 그림이 압수수색처에서 나오는 모습은 매스컴을 통해 노출되는 단골 컷이 되어버렸다. 물론, 실제 비자금으로 인해 잘못된 부분과 더불어 미술품 거래의 이슈가 있었다면 물론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지만서도 미술품 자체와 미술시장 자체가 이런 선입견에 갇혀버린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게다가,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특검을 통해 큰 손들이 미술품 구매를 꺼려하기 시작해 고가의 작품거래가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미술시장의 침체속도는 더욱 가팔라졌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02054153?sid=102
8. 미술품 위작과 감정
2007년 말 재기된 빨래터의 위작시비는 그간 쌓여왔던 미술품 위작과 감정에 대한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먼저 빨래터를 보면, 연초부터 많은 기사를 쏟아내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먼저 2008년 1월 4일 진행된 재감정이 진행된 이후 1월 9일에 진행된 2차 감정을 두고 공개감정 여부와 ‘과학감정’으로 유명한 최명윤 명지대 교수의 불참으로 인해 큰 파문을 만들었다. 이후 화랑주들이 주축으로 당대 국내 최대 감정기구였던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는 다시금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위작시비를 제기했던 ‘아트레이드’는 감정방식 등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렇게 미술계에서 이슈를 만들어낸 빨래터 관련 이슈는 결국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가 서울대에 의뢰해 과학감정을 진행했고, 이 결과를 명지대 최명윤 교수가 반박하며 결국 법정싸움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빨래터 위작시비는 수많은 의혹들을 만들어내며 결국 연내 해결이 되지 않고 기나긴 싸움의 시작을 시작했다.
https://www.fnnews.com/news/200801071707473318?t=y
https://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8010974701
https://www.mk.co.kr/news/culture/4355972
https://www.fnnews.com/news/200801210849418604?t=y
미술계가 늘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위험은 진품여부일 것이다. 국내를 보면 고가의 작품들이 거래가 되며,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이 안목감정에 치중되어 있어 늘 불안할 따름이다. 이런 현실을 조금 더 짚어 보자면, 진위여부에 대한 리스크와 부수적인 이유로 인해 미술품 거래는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를 통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딜러들은 자신들의 고객 노출을 꺼려하고, 작품을 매입하는 고객 역시 자신의 신상을 노출하는데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앞서 언급한 미술품에 대한 대중들의 선입견과 미술품 구매가 세무조사 등을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으로 인해 미술품 소장여부를 밝히는 것을 꺼려하는 문화가 고착화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떻게 미술품을 거래할까?
해외의 경우 미술품 거래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작품의 거래이력이다. 그렇기에 대형 경매사라던지, 갤러리, 딜러 등과 거래를 하게 되면, 작품의 거래이력이 담긴 Fact Sheet 등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 거래이력은 이 작품이 작가로부터 제작되어 지금 현재의 소장자까지 소유권이 변경되는 일종의 등기부등본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해외의 작품의 거래이력 확인과 검증에 열을 올려 위작의 가능성을 낮춘다. 또한, 해외의 대가들의 경우 이를 연구하는 학자와 전문 감정사들이 즐비해 감정에 대한 풍부한 인력풀로 안목감정과 과학감정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국내는 작품의 거래이력을 밝히지 않는 여러 이유들로 인해 이와 같은 방식의 거래이력 확인과 검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짧은 미술시장의 역사로 인해 국내 작가들에 대한 전문가의 수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https://www.gokams.or.kr/01_news/notice_view.aspx?Idx=3654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국내 미술계가 선택한 것은 국내 대가들의 아카이빙 사업이다. 이를 주도한 것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예술경영지원센터로 현재 작고한 원로작가들을 중심으로 아카이빙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당장 큰 실효는 없어 보일지 몰라도 시간이 쌓이고 다양한 작가들의 카탈로그레조네가 정확하게 만들어진다면, 적어도 대가들의 작품에 대한 위작이슈는 대폭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9. 해외미술품 선호현상 증가
이러나저러나, 위작과 관련된 이슈와 더불어 국내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가격에 대한 저항으로 인해 컬랙터들의 눈이 해외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2007년 기준 미술품 수입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당시 활발하게 활동하던 해외 작가들의 작품들이 국내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미술에 비해 당시 저평가 되었다는 평을 받은 일본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거 수입되기 시작했고 그 대표 작가는 야요이 쿠사마와 요시토모 나라였다. 물론 이런 해외 미술품 선호현상 역시 시장이 점차 어려워지기 시작한 2008년 5월 이미 전년 대비 동기간 미술품 통관규모가 10% 줄어들었으며, 유통이 점차 어려워진 2008년 하반기에는 더욱더 큰 폭으로 해외 미술품 수입이 줄어들었다.
https://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8012441911
https://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8020354131
https://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8033055301
10. 양도세
이렇게 좋은 소식보다는 다소 슬픈 소식들이 많았던 2008년 미술계를 돌아보며 필자가 선택한 가장 강력한 소식은 미술품에 대한 양도세 부과 검토이다. 2008년 5월 당시 재정부는 그간 호황을 겪은 미술시장에 대해 서화, 골동품 등의 거래에 있어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과세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검토는 미술품 관련 세제 개편안에 포함되어 2010년 시행될 예정으로 개편안이 나오게 된다. 당시 미술계는 당대 네이버의 매출보다도 작은 시장의 거래규모와 최근 어려워진 미술시장의 상황에 맞지 않는 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한다. 이로 인해 결국 다소 유예가 되어 2013년부터 시작된 양도세는 현재까지 이어져 자리 잡게 된다.
https://www.joseilbo.com/news/htmls/2008/05/2008050169574.html
https://news.mt.co.kr/mtview.php?no=2008082917502480261&outlink=1&ref=https%3A%2F%2Fsearch.naver.com
http://sportsworldi.segye.com/newsView/20080930004863
호황 후에는 세수확보를 위해 이를 지켜보던 정부의 주판이 움직이기 마련이다. 물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양도세와 같은 정당하면서도 어느 정도 미술시장의 진입자를 배려한 정책은 타당하다고 본다. 하지만, 2021년 호황을 지켜본 정부는 세수확보를 위해 다시금 새로운 과세정책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대 새로운 정책은 바로 ‘추급권’이다. 정부는 ‘추급권’을 도입하는 것이 작가들을 위한 것이라고 홍보하고 이야기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그들이 이야기하는 작가들을 위함이 아니라 세수확보 등 다른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7042651i
먼저 정부는 추급권을 이야기하며, 대다수의 작가들이 미술시장의 성장의 혜택을 못 받고 있고, 작품가격 상승에 작가는 소외되어 있다고 이야기하며, 이런 추급권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추급권이 적용되어 작가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려면 결국 작품이 2차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 이 이야기는 결국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돈을 벌지 못하는 대다수의 작가들을 위함이 아니라 수많은 작가 중 2차 거래가 가능한 일부 작가들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추급권은 작가들을 위한 정책은 아니다. 또한, 추급권이 현재 적용되는 국가는 EU의 일부국가와 호주 정도이고, 미국의 경우 극소수의 주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이야기하기엔 글로벌 미술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Top2인 미국과 중국이 제외된 정책이니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더욱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기 위해선 우리의 처지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시장규모와 여건이 성립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 현재 국내 미술계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시장의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새로운 세수 확보를 위한 추급권보다는, 시장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해 보인다.
그간 늘 시장이 성장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던 시리즈와 달리 2008년을 쓰며 확연히 줄어든 미술시장 관련 기사와 침체된 내용을 보며 자료를 조사하며 글을 작성하는 필자 역시 다소 글을 쓰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미술시장 돌아보기를 시작한 지 벌써 반년 가까이 정도 시간이 흘렀다. 이 시리즈는 생각 보다 자료를 조사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작성에도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담기게 되었다. 이런 말을 써도 될지, 주제넘은 발언이나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이 아닐지, 올바른 판단에서 나온 의견인지 등 필자 스스로의 한계와 역량을 다소 엿볼 수 있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 사실 2005년을 시작해 2010년까지 약 6년간의 시장을 돌아보며 상승과 하락의 한 사이클을 다뤄보고자 했으나, 2008년부터 시작된 국내 미술시장의 장기침체를 떠올리면, 생각보다 지난한 작업과 동시에 필자의 얕은 지식으로 인해 제대로 된 의견 피력이 안될 것 같아 미술시장 돌아보기 시리즈를 해당 회차를 끝으로 당분간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동안 재미없을 수 있고 지루했던 이 시리즈를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 말씀을 드리며 다음에는 조금 더 시의 적절한 콘텐츠로 찾아뵙도록 하겠다. 그럼 다음 이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