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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자 Aug 24. 2018

만두 (饅頭)

포근포근 레시피#2

우리 집에서는 겨울이 되면 만두소를 아주 많이! 자주! 만들곤 했다.

아빠가 만두를 엄청 좋아해서도 있었지만, 내가 하루 한 끼 꼭 만두를 챙겨 먹을 정도로 만두를 많이 × ∞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많이 좋아하지만 매일 먹는 정도는 아니네... 반성! 만두야 미안!) 그러니 우리 집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두소를 만들어야만 했다. 만두소는 큰 통에 넣어서 냉장고 속에 보관했다가 조금씩 꺼내어 썼는데, 만두소로 만두를 빚기도 했지만 나는 속을 그대로 퍼먹거나 볶음밥을 해먹기도 했다! (생고기가 들어가지 않기에 가능한 시나리오! 확장성이 대단했다고 자부한다.) 


아빠가 재료를 사 오면 가족 모두가 분담해서 만두소를 만들고, 도란도란 둘러앉아 만두를 빚었다.

만두소를 만든 날 저녁은 무조건 만둣국이었다. 매주 그렇게 먹는데도 질리지 않았다. 일상이었다. 



만두이야기 01

첫 번째 만두이야기는 라자냐편과 이어진다. 나는 heather에게 땡스기빙데이 초대에 보답하고자 한국음식 만드는 법을 알려주기로 했다. 그녀에게 궁금한 한국음식이 뭐가 있느냐 물었는데 만두 얘기를 꺼냈다. 살고 있는 아파트 상가에 만두가게가 있는데 맛있게 먹고 있다고, 만드는 법이 궁금하다고 했다.


이 정도면 만두랑 나는 운명이 아닐까! 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날부터 만두 만드는 날까지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요리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사실과 그게 외국인이라는 알 수 없는 사명감에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레시피와 재료들을 준비했다. 다행히 만두데이는 성공적이었고, 내 친구들과 heather친구들 모두가 모여 만두를 빚고 맛있게 먹었다. 같이 음식을 만들고 먹는다는 건 엄청 기쁜 경험이구나! 생각했었다. 그게 나의 첫 번째 만두파티였다.



만두이야기 02

두 번째 만두이야기는 새해 첫날에 시작되었다. 신정 기념으로 친구들과 친구 집에서 이것저것 만들어먹고 영화도 보고 낮잠도 자기로 했는데, 새해 첫날이니 만두도 빚어먹자는 얘기가 나왔다. 친구들은 내 만두 사랑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고, 나에게 만두 지휘권을 주었다! 너무 행복했다. 김치만두만 한다고 하니, 고기가 없다고 슬퍼해서 고기만두도 따로 준비해줬다.


우리 집 스타일대로 하려면 포실포실하게 모든 재료를 물기 없이 짜내야 해서 만드는 동안 친구들이 조금 귀찮아하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완성된 만두를 먹어보고는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려서 1년에 한 번씩 만두 타임이라는 이름으로 (줄여서 만탐) 정기적인 만두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많이도 빚었다.



기쁨을 나누는 음식

만두타임 결성 이후로 용기를 얻은 나는 기회가 되면 좋아하는 친구를 초대해서 만두를 만들자고 한다. 너는 나의 정말 좋은 친구야! 하는 나름의 표현을 만두로 하는거다. (친구들은 알까?) 우리 가족의 일상에서 시작된 만두는 나에게 함께 요리하고 먹는 즐거움을 알려줬다. 그리고 좋아함을 표현하는 나만의 호감 전달법이 되었다.


피날레는 군만두와 비빔만두로 했다! 느끼할 수도 있으니 레몬사와를 만들어 함께 먹었다.






포근포근 레시피 #2
만두 (饅頭)

할머니 비법으로 만든 우리 집 만두소에는 몇 가지 법칙이 있는데 1. 김치 만두소만 만든다.  2. 김치, 두부, 당면 등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만 고기는 들어가지 않는다.  3. 모든 속재료는 물기 없이 포실포실하게 짜내야 한다. 등이 있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팁은 모든 속재료를 물기 없이 포실포실하게 짜내는 거다! 그리고 고기가 안 들어가는 대신 두부를 듬뿍 넣어준다는 것도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재료

신김치, 두부, 당면, 숙주, 부추, 고추

소금, 설탕, 후추, 다시다, 깨, 간장,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만두소 만들기

1. 신김치는 잘게 다져 물기 없이 포실포실하게 국물을 짜낸다.

2. 두부는 으깨어 면포에 짜낸다. 짜냈을 때 엄청 포실해야 함!

3. 당면은 익혀서 꺼내어 찬물에 식혔다가 체에 밭쳐 꼬들하게 식으면 잘게 썰어준다.

4. 숙주는 살짝 데쳐내고 잘게 다진 후 물기 없이 짜낸다.

5. 부추, 고추는 잘게 종종 썬다.

6. 큰 볼에 모든 재료를 넣는다.

7. 소금, 설탕, 후추, 다시다, 깨, 간장,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을 넣고 재료를 섞는다.


포근포근 스타일

사실 나는 만두소를 그냥 퍼먹는 걸 좋아한다. 이건 만두소에 고기가 안 들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

만두소는 냉장고에서 꺼내어 그릇에 덜어 차가운 채로 먹는다.

부드러운 걸 원하면 계란 푼 것을 살짝 넣기도 하는데 나는 그냥 먹는 게 더 좋다!

두부랑 채소만 들어있기 때문에 속이 편하고, 많이 먹어도 부담이 없다!

만두소는 참기름 두르고 볶다가 밥 넣고 양념 조금 더 해서 볶음밥 해도 맛있고,

라면 끓일 때 한 두 스푼 넣으면 더 풍부한 라면을 맛볼 수도 있다!

곁들이는 간장소스는 쫑쫑 썬 파의 흰 부분을 엄청 많이 넣는 게 포인트! 다진 고추와 마늘도 넣는다.

채소와 간장의 비율을 거의 비슷하게 하고 만두 위에 소스를 머금은 채소를 올려먹으면 엄청나게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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