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알고리즘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액션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콘텐츠는 내가 정말 좋아해서 보는 것인가? 아니면 알고리즘이 무심코 던져준 것을 지나가다 우연히 맞게 된 비처럼 맞게 되는 것일까?
무한한 콘텐츠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좋아요'를 누른다.
내용이 너무 '좋아요'라서 누르기도 하지만,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에 무심코 누르기도 한다.
콘텐츠를 만든 수고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미에서 누른 '좋아요'. 하지만 그 동의가 모여서 알고리즘에게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는 콘텐츠가 더 많은 표를 받도록 한다. 어떤 콘텐츠는 '좋아요'와 '구독'을 부탁하지 않는 것이 더 어울리는 경우도 있음에도 수익성을 위해서 유튜버들은 외친다.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 떠내려가던 우리는 이제 플랫폼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우리가 뺏기고 있는 우리의 시간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좋아요'를 멈추고 '선택'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세상의 콘텐츠는 현실 세계를 거울처럼 비춘다. 진실과 지식, 기쁨과 충만함이 있는 반면 그 반대편에 있는 거짓과 단순 쾌락, 고통과 혐오도 함께 있다. 어떤 원리인지 알면서 나의 시간을 뺏기는 것은 별로다. 내가 어떤 콘텐츠를 소비할 것인지, 어떤 디지털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의식적으로 고르기로 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구독했다. 뉴스레터, 유튜브 채널, 인스타그램 피드까지. 그중 대부분은 우리가 진심으로 선택한 게 아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콘텐츠 속에 무심코 눌러온 좋아요와 팔로우, 구독. 기준을 정해서 정리 작업을 한다. 진짜 관심 있는 카테고리 2~3개만 남기고 모두 구독을 취소해 나간다.
예를 들어 음악, 디자인, IT 가지 카테고리 이외의 콘텐츠는 진정한 관심사가 아니기에 과감히 구독을 취소한다. 내 관심사 카테고리라 하더라도 유사한 채널 중 나랑 가장 맞는 채널만 남기고 구독취소한다. 구독 목록이 가벼워질수록 기분도 가벼워진다. 이것은 단순 구독 취소가 아니라 내 디지털 삶의 환경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예전에는 '괜찮다' 싶은 수준이라면 좋아요를 눌렀다. 하지만 기준을 조금 높일 필요가 있다. 낮은 기준이라면 대부분 "좋아요"표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나중에 또 보고 싶을 정도로 좋은가?"
"친구에게 공유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가?"
"나의 필요를 확실히 충족시켜 주었는가?"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좋아요"를 클릭한다. 아니면 누르지 않는다.
구독채널을 정리한 것처럼 기존 좋아요 목록도 정리한다. 이는 사용자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다. '좋아요'는 내가 플랫폼 알고리즘에게 보내는 핵심 정보다. 플랫폼 입장에서도 더 가치 있는 콘텐츠, 더 사용자에게 맞는 콘텐츠를 추천할 수 있다. (그리고 콘텐츠 생산자들은 좋아요와 구독하기를 부탁할 필요가 줄어든다.)
그동안 별로인 콘텐츠에 '관심 없음'버튼은 거의 누르지 않았다. 그냥 넘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넘어가면 알고리즘은 '중박'으로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별로인 콘텐츠, 시간낭비인 콘텐츠는 확실히 내 피드에서 사라져 주어야 한다. 내 시간 3초를 다음에 또 빼앗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울타리 치는 작업은 틈틈이 진행할 수 있다.
- 먼저 유튜브 등 피드 형태의 홈화면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보기 싫은 영상에 '관심 없어요'를 클릭한다.
- 피드를 넘기다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댓글 작성 유도하는 등의 시간낭비로 느껴지는 콘텐츠는 '그만 보기'를 클릭한다.
-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을 정해놓고 종료 5분 전에는 구독 목록 중 하나를 추방시킨다.
내가 머무르고 싶은 디지털 세상의 울타리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좋아요'를 누르며 살아간다. 무심코 누른 '좋아요'는 알고리즘이 나에게 콘텐츠를 '무심코' 추천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니 이제 '좋아요'대신 잘 '선택하기'를 실천하자.
어떤 채널 속에서 살 것인지, 어떤 콘텐츠에 감탄할 것인지 어떤 정보에는 선을 그을 것인지 적극적으로 정하자. 내가 원하는 콘텐츠 속에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정성스럽게 길들이는 기술을 익히자.
시간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정글 같은 콘텐츠 플랫폼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본기이다.
혹시 여러분은 '좋아요' 대신 어떤 선택을 하고 있나요? 무심코 넘기는 피드 속에서 여러분만의 기준이나 실천 요령이 있다면 댓글로 나누어 주세요.
누군가의 '선택하는 방식'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디지털을 더 잘 살아가는 좋은 안내서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