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에 취하기 전, 정체성에 취하기

자가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접속하기

by 라파

Jun 1. 2025

당신은 지금 자가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진입했습니다.

환영합니다, 유저님.

당신은 지금 '보통 사람'의 일상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시뮬레이션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정체성의 대부분은 당신이 선택하지 않은 환경에 의해 자동으로 생성되고 있습니다. 추천 알고리즘, 반복되는 루틴, 편향된 정보, 자기도 모르게 누른 좋아요와 구독.

정체성은 바깥에서 안으로 만들어집니다.

우리는 종종 정체성은 '내 안에서 솟아나는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심리학, 행동경제학, 인지과학, 그리고 현실 속에서 수많은 실험들은 사람이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음악에 따라 감정의 기본값이 달라진다.

- 자주 클릭한 영상이 내 세계관을 좁힌다.

- 함께 대화하는 사람이 바뀌면 내 말투도 같이 바뀐다.

- 구글 검색창의 자동완성이 내 질문의 방향을 정한다.

정체성은 '내가 자주 노출된 것'들의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정체성은 설정하는 것입니다.

정체성이 환경에 의해 변화한다면,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온라인과 오프라인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알고리즘이 정한 추천 목록과 홈화면에 깔린 앱 아이콘은 출퇴근시간 동안 나의 시간을 결정짓고 그 시간은 쌓여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영향을 줍니다.

정체성에 대한 원리를 인식한 지금 이 순간.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정보에 휘둘리는 소비자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디자인하는 하드유저!

캐릭터를 생성합니다 : 당신 자신입니다.

이 게임에서 유일한 목적은 단 하나.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

지금부터 당신은 자가 세뇌 시스템을 실행하게 됩니다. 그 첫 단계는 당신을 롤플레잉 캐릭터 시트로 만들어 봅시다. 저를 스스로 관찰하여 적어보았습니다. (저를 알고 계신 분은 제가 스스로를 잘 파악했는지 보시고 알려주세요.)

[캐릭터명] 라파

[클래스] 탱커형 전사

[힘] ★★★★☆ (가방이 무거워도 잘 못 느낌)

[민첩] ★★☆ ☆☆(동작이 느린 편)

[지능] ★★★☆☆ (복잡한 걸 연결해서 보기 좋아함)

[지혜] ★★★☆☆ (조언은 해도 내 인생엔 잘 못 씀)

[체력] ★★★★★ (늘 뭔가 함)

[스킬]

- 업무역량 : 디자인, 화면개발, 테스트, 프레젠테이션, 설명

- 표현역량 : 직관, 상상, 시각화, 언어화, 맞장구

- 기타 역량 : 밥 잘 먹기, 스트릿댄스, 비트박스, 기타 연주, 작곡, 작사

[가치관]

- 기버가 되기를 추구했지만 최근 기브 앤 테이크로 많이 기울었다. 기버의 속성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한 줄 백그라운드]

- 그는 늘 뭔가 하고 있는 에너지 있는 자이며 재미와 의미를 추구한다.

[앞으로의 운명]

- 본인의 부지런함을 잘 활용하여 여가시간에 지속적으로 연구와 발상과 표현하는 활동을 하여 사람들이 스스로가 우주 자체임을 깨닫고 삶을 즐거운 소풍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일부 역할을 하게 된다.

스스로를 묘사하는 연습

이 캐릭터 시트는 그 어떤 설문지 보다 솔직하고 유쾌합니다. 왜냐하면, 이 시트는 분석이 아니라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정체성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입니다. 당신은 이미 당신만의 클래스와 스킬 셋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메뉴를 눌러보지 않아 놓치고 있는 것이 있을 뿐입니다.

제시된 형식보다 자신에게 맞는 더 좋은 표현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인드맵을 그려도 되고, 캐릭터 콘셉트 이미지처럼 그릴 수도 있습니다. 수치화하여 스탯카드를 만들거나 일기처럼 써 내려가는 방식도 좋은 방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캐릭터'를 당신 스스로 그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