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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영감 구독

창작은 갑자기 번개처럼 떨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by 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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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은 결국 '쌓인 것들'의 발효다.

나도 모르게 쌓여온 데이터가 결합되는 순간이 스파크처럼 보인다.


사람을 Input과 Output이 복잡한 하나의 알고리즘이라고 생각해 보자.

'여름'이라는 키워드를 Input으로 주었을 때 어떤 사람은 더워서 싫다고 반응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냉면이나 아이스크림처럼 시원한 맛의 감각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워터밤 페스티벌 같이 인상이 강하게 남은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특정 Input에 대한 Output은 과거 그 사람이 접한 데이터에 의해 달라진다. 다시 생각해 보면 만약 우리가 Input 되는 데이터를 잘 관리할 수 있다면 그리고 Output의 방향성을 잘 관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강화시킬 수 있다.


좋은 Input은 저절로 쌓이지 않는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능력은 따라 하는 능력이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가 어떤 정보 속에 있느냐에 따라 우리는 달라진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의 파도를 맞으며 지낸다. 그렇지만 매일 수많은 창작물을 만들지는 않는다. 창작을 위해서는 Input 되는 자극을 잘 고를 필요가 있다. 특히 Input이 반복되는 '구독'을 영감을 주는 방향으로 잘 관리해야 한다.


Inspiration 구독

디지털 시대의 디지털 미디어는 훌륭한 Input Data다.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세계, 사람, 사건, 감정을 만들어준다. 실 세계에서 주지 못하는 느낌과 깨달음을 준다. 게다가 너무나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나? 거의 공짜에 가까운 비용으로 미디어를 시청할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는 나의 개인적 경험과 결합되어 새로운 영감이 되기도 한다.


시간과 공간, 사람과 경험은 몰입형 구독 콘텐츠다. 유튜브채널이나 넷플릭스만 구독의 대상이 아니다. 일상에서의 시간과 공간, 만나는 사람과 경험 모두 구독의 대상이다.

훌륭한 Input Data를 제공한다.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다니다 보니 선택권이 없는 떠내려가는 느낌을 많이 받지만,

사실 우리에겐 선택권이 있다. 어떤 시간을 어떤 공간에서 보낼지 선택해 보자.

매주 만나는 친구, 경청하고 리액션이 몸에 밴 사람, 이따금 이상한 질문을 던져주는 친구.

만나는 사람과 나눈 대화는 다른 미디어보다 더 선명하게 남는다.

경험의 변화를 주자. 늘 지하철을 탔다면 오늘은 버스를 타보자. 늘 친구를 만났다면 오늘은 혼자 시간을 보내보자.


Output 발행

Input이 있었고, 재미와 감동을 느꼈다면. 잠시나마 심심함과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하지만 창작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창작. 즉 Output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감상평을 말로 표현해도 좋다. 글로 적어도 좋다.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서 표현할 수도 있다.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멜로디를 흥얼 거릴 수도 있다.


새로운 Input이 되기에 Output은 가치 있다.

아웃풋의 첫 감상자는 본인이다. 즉시 새로운 Input이 생긴 샘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아웃풋을 잘 모아두자. 그렇게 하면 이 기록은 미래의 나를 위한 Input이 된다. 심지어 '별론데?'라는 반응일지라도 이 Output은 가치 있다. 부족함을 알게 했고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는 것.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 자체가 메시지이다. 그리고 나중에 훌륭해진 Output과 비교해 보면 과거의 부족하다고 느꼈던 Output도 그 당시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하나의 작품이 된다.


오늘 Input을 선택해서 3분 동안 섭취하자.

그리고 30초간 Output을 만들어보자.

짜파게티 라면을 끓이는 시간 정도면 우리는 우리의 창작 알고리즘을 1회 학습시킬 수 있다.

혹시 모르지 않나? 이 알고리즘 관점의 창작 강화학습 활동이 여러분의 새로운 취미가 될지.

나아가서 여러분을 훌륭한 창작자로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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