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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이기는 컨셉 도출법

하우투 스몰 브랜딩 - 2. 컨셉

양재동에 위치한 회사를 다닐 때였다. 야근이나 밤샘 근무라도 할라치면 근처 코스트코에서 직원들과 함께 장을 보았다. 거대한 치즈 케잌과 크로와상, 토핑이 흘러 넘치는 피자와 푸짐한 초밥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 풍요로움이 바로 미국 생활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향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한참이 지난 후였다. 그러나 그 특유의 이질감은 화장실의 변기 크기와 물 내리는 소리에서도, 푸드 코트의 핫도그와 조각 피자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코스코는 누군가에게 바로 '미국' 그 자체였을 것이다.


월마트 같은 내노라 하는 전 세계의 마트 브랜드들이 줄줄이 철수할 때도 코스트코는 견고했다. 이마트가 아무리 거대한 트레이더스를 만들었어도 코스트코의 풍요로움을 가져올 수는 없었다. 명확하고 선명한 컨셉 때문이었다. 모두가 초코파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는 법원 판결이 내려졌을 때 오리온은 '정'이라는 컨셉을 들고 나와 시장을 평정했다. 아마도 한국인만이 느낄 수 있을 이 컨셉은 공감이라는 과정을 통해 지금도 소비되고 있다. 실체가 없는 단어지만 우리는 안다. 어린 시절의 할머니에게서, 군대의 고참에게서, 아이들의 조막만한 손에서 전해지는 그 정이라는 감정을 말이다.


컨셉이 필요한 이유는 차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없이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칠 수 있는 치트키이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생수들 가운데 삼다수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주 시장에서 참이슬이 압도적인 선택을 받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로 '한방' 화장품 시장을 선점하자 LG 생건은 '궁중'이라는 컨셉으로 맞받아쳐 최후의(적어도 지금까지는) 승자가 되었다. 컨셉은 그저 낭만적인 단어가 아니다. 경쟁자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강력한, 그럼에도 결코 따라할 수 없는 비장의 무기다.


현대 카드는 금융 시장에서는 골리앗이 아닌 다윗이었다. 하지만 '컬처'라는 컨셉을 선점하기 위해 돈이 되기는 커녕 돈 쓰는 이벤트와 프로모션을 쉬지 않았다. 수퍼 콘서트, 수퍼 매치로 앞서가는 문화인에 필요한 경험을 끊이지 않고 제공했다. 디자인과 음식, 여행과 음악을 모티브로 한 라이브러리를 오픈했다. 힙하고 핫한 문화 정보를 '다이브'란 앱에 모두 담았다. 이제 우리는 현대 카드를 여느 금융 기업으로 여기지 않는다. 뭘 좀 아는 문화인의 표상으로, 트렌드를 앞서가는 프론티어로 기억한다.


만약 내가 스몰 스텝이라는 책을 '습관'에 관한 책으로 포지셔닝 했다면 지금처럼 9쇄나 찍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 대신 나는 이 책을 '나답게' 살기 원하는 사람들의 니즈에 맞춘 퍼스널 브랜딩 솔루션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그리고 이를 담는 컨셉을 비범함이 아닌 '평범함'에 맞추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쓰여진 서문에 어느 평범한 직장인이 어떻게 자신을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당신 역시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것이 그 치열한 자기계발서 시장에서 스몰 스텝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면 이 컨셉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가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의 '본질'을 재해석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내가 브랜딩에 참여한 칫솔 브랜드는 '좋은 칫솔은 어떤 칫솔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의사들로부터 답을 얻었다. 그것은 제때 교체하는 칫솔이 가장 좋다는 평범한 대답이었다. 그 다음으로 우리가 한 일은 어떻게 하면 제 때 칫솔을 교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었다. 그래서 제품에 '월' 표시를 새겼다. '월간칫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인 기업이 만든 이 브랜드는 무려 30만 개 이상 팔려나갔다.


시대의 필요를 읽었다면 이제 거울을 보자.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나만의 그릇을 빚어 보자. 그 고민의 깊이 만큼 컨셉은 정교해진다. 질문이 오래될 수록 컨셉의 맛은 깊어진다. 나는 '나답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 '스몰 스텝'이라는 나만의 답을 찾았다. 그렇다면 세상에 던지고 싶은 당신의 질문은 무엇인가? 수많은 경쟁자들과 다른 어떤 답을 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는 사람은 결코 좋은 브랜드를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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