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아들이 회사에 간다면 절대 가서는 안될 곳으로 기독교 기업을 꼽을 것 같다. 내가 크리스천인 관계로 난 대부분 기독교 회사를 다녔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독교 회사를 폄훼하거나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인간은 경험의 동물인 만큼 종교와 경영이 어설프게 섞이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녔던 회사 중 한 곳은 팀장급 이상은 월요일 새벽 기도회에 참여해야 했다. 월급 주고 다니는 회사에서 종교 행사를 강제하는 이유도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그러면서도 월급에는 온갖 꼼수를 넣어 7년 가까이 다녔음에도 퇴직금이 고작 천 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반년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엇는데 기본급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갖 수당으로 월급을 대신했기 때문이었다. 술은 절대 마시지 않으면서도 십계명은 쉽게 생각하는 기독교인 사장님들을 나는 너무 많이 만났다.
심지어 어떤 회사는 리더가 종교적 열광에 휩싸이면서 일반 기업이 아닌 신앙 공동체임을 천명한 적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독교 회사임을 천명하고 나서 일어난 일인만큼 선택의 자유를 주었다는 정도였을까. 그래서 나는 기독교 경영이라든가, 크리스천 기업인이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게 되었는데 그건 신앙과 경영을 필요에 따라 연결했다가 끊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만 말하고보면 개신교에 관한 개인적인 감정을 토로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기업데 결국은 신념과 가치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꼭 한 번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기업의 가치관은 보편타당한 것이어야 하는데 종교가 개입하면 이런 한계를 가뿐하게 넘어버린다. 하나님의 뜻이란게 믿는 사람들에게나 절대적이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강요할 순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한 마디로 사랑의 종교다. 그런데 많은 기독교 기업들이 율법과 규율을 내세우며 신앙을 일종의 가스라이팅의 도구로 사용하는 모습을 너무도 많이 보았다. 예수님은 사실 그 율법을 사랑으로 파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온 분이다. 그러니 신앙을 볼모로 기업이 요구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을 요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반기독교적인 것이다. 문제는 그런 기업이 아직도 이 따엥 너무도, 너무도,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