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1 댓글 1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내 마음 속 괴물에게

며칠 전 일입니다. 커피숍 키오스크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데 헬멧을 쓴, 배달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말없이 내 앞에 서는 겁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배달이 아니라 자기 마실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이더군요. 순간 놀라서 황급히 내 순서라고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아마 그 표정이 사랑스럽진 않았을 거에요. 그런데 그 친구?가 돌아서더니 내 눈빛을 보고 이러더군요. '좋게 말하지, 왜 동태눈을 하고 바라보느냐'고요. 이런 경우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대응하셨을까요?


물론 저는 한 성깔 하는 못된 사람인지라 길길이 날뛰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못할 행동을 했다곤 생각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말입니다. 돌이켜보니 내 눈빛, 어쩌면 그게 문제였을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실은 은근히 맺히고 쌓인게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걸 어떻에 여기서 일일이 다 말하겠습니까.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라구요. 하지만 가끔씩 제 눈빛을 만드는 제 마음에 스스로 놀랄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그게 괴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내 마음 깊은 속의 분노가 그 눈빛을 통해 어쩌면 누군가에 가 닿을거란 공포를 느낄 때도 있습니다.


저는 몹시 예민한 편입니다. 작은 소음에도, 누군가의 무례함도 잘 견디지 못합니다. 그땐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 그 믿음에 의심을 갖게 됐습니다. 커피숍 그분, 제가 있는 줄 모르고 커피 줄을 섰을 수도 있잖아요. 좀 더 다정하게 내가 먼저라고 얘기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럴 때마다 있는 힘껏 나의 분노를 눈빛에 담아낸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조금 더 부드러워져야 할텐데, 그걸 못하고 있습니다.


혹시 저처럼 세상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해는 한다고, 하지만 세상 모두를 미워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최근에도 무지 힘든 일이 있었습니다. 타인에게 말을 못할 만큼 분노했고, 또 부끄러운 이유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말 밤 잠들기 전, 나 스스로에게 고백을 합니다. 내 속의 괴물에게 좀 더 친절해지고 싶다고, 그래서 내 눈빛을 보고 당황해서 욕하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란다고.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 그런 제가 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길 바란다고, 조심스럽게 부탁을 드려도 괜찮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스노우볼; 조금 더의 용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