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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화 Jul 12. 2022

동생의 향기

향기를 보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봄은 다른 해와 비교했을 때 너무나 작정을 하고 꽃놀이를 나갔다. 이제는 전국구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벚꽃 명소가 된 집 근처 공원에 언제 갈 건지 며칠 전부터 계획을 짰다. 이제 네 살이 되어 잘 걷고, 말귀도 잘 알아듣고 대화도 가능한 우리 아들과 처음 같이 하는 벚꽃 구경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벚꽃구경 전에는 가족탕에 가서 뜨끈한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었고 밥도 온 가족이 좋아하는 샤부샤부를 배부르게 먹었다.


 공원에는 흐드러지게 절정을 이룬 고운 분홍빛 벚꽃과 꽃놀이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샛노란 유채꽃과 벚꽃이 가득한 공원을 배경으로 작정하고 꽃놀이를 나간 만큼 인증샷도 엄청나게 찍었다. 그리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있는 동생에게 엄마와 둘이 찍은 사진을 보냈다. 동생은 바쁜지 내가 보낸 사진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우리가 꽃놀이를 다녀오고 일주일쯤 후 그리고 동생이 떠나기 며칠 전,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와 밤에 벚꽃구경을 가서 찍은 사진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업데이트되었다. 늘 일하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던 동생인지라 머리 식히며 남들 다하는 꽃놀이 우리 동생도 즐기는구나 여유를 가지는구나 싶어서 마음이 놓였다. 꽃놀이를 즐기는 동생은 벚꽃의 분홍빛과 잘 어우러지는 파스텔톤의 하늘색 남방 안에 하얀색 티셔츠를 입었고, 조금 연한 색 청바지에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날 동생이 봄 청년 느낌이 물씬 나는 옷을 입고 찍었던 사진 중 하나가 동생의 영정사진이 되었다. 장례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 동생이 입던 옷 한 벌을 챙겨서 왔는데 바로 그 옷이었다. 최근 입었던 옷들이어서 얼굴을 파묻으면 동생의 향기가 진하게 남아있어서 마치 동생을 끌어안고 있는 것 같았다.


 동생이 떠난 지 세 달이 다 되어 간다. 그 사이 덥고 습한 계절이 왔다. 매 달 앞자리 숫자가 바뀔 때마다 또 한 달이 지났고, 동생은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그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며칠 전 동생이 마지막으로 입었던 옷을 껴안으니 아직 희미하게 동생의 향기가 남아있었다. 이건 무슨 향수 냄새일까. 예전부터 동생에게 나던 그 냄새 그대로인데 체취인 건가. 모르겠다. 그냥 이 향기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영하 작가님이 부산에서 열린 소설 '작별인사'관련 행사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미래에 과학기술이 더 발전되면 향기를 보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 말을 듣는데 동생의 옷을 끌어안았을 때 나던 그 향기가 기억이 났다. 아직은 시간이 별로 흐르지 않아서 내가 그 향기를 기억할 수 있는 건가 싶었다. 시간이 세월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지나고 나면 그 옷에서 더 이상 동생의 향기를 맡을 수 없을 텐데. 그때도 나는 그 향기를 기억해낼 수 있을까. 아마 아니겠지. 정말 향기를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이 발명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동생이 떠났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도 않고, 동생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것도 실감 나지 않는다. 좀 이상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 그런데 동생의 옷을 끌어안고 있으면 그 아이가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어떻게 없을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든다.


 향기로 너를 안아볼 수 있는 시간이 오래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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