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벌써 다음주면 기말시험 기간이다.
사실, 지난 1,2학 차 때는 시험과목이며 암기할 것이 많아
시험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히 심했었다.
그 압박감의 원인은
아마도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나의 기억력 때문인데,
이건 뭐랄까.
내용을 억지로 밀어넣는 기분으로 암기를 하더라도
그 내용이 다시 튕겨져 나가는 기분이 들고
심지어 모래사장에 글을 쓴 건지
얼마 안 있어 돌아보면
암기한 내용이 희미해져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험기간마다
예전만큼 산뜻하게 외워지지 않으니 참으로 속상하고,
이러다 시험 못 치는 거 아닌가 싶어 걱정과 불안이 한가득이 되곤 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할 때,
공부하고 암기하는 것이 힘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불안할 정도로 힘든 적은 없었는데...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걸까.
나이가 들수록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특히 암기는 고통 그 자체다.
대학원에는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더러 계시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면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셨다.
그분들도 하시는 말씀이
내용이 아무리 어려워도, 그럭저럭, 어떻게든, 이해는 하겠는데
암기하라고 하면 너무 자신이 없다는 거다.
분명 암기를 했는데도 뒤돌아서면 또 잊어버리기를 반복하니
그래서 시험기간이 너무 힘들다고.
그래서 어떤 분은 암기해야 할 내용을 녹음해 두었다가
설거지나 청소할 때, 틈이 날 때마다 들으신다고.
또 어떤 분은 입에 붙지 않는 심리학 용어들을
일상 틈틈이 반복해서 중얼중얼 하신다 하셨는데,
식구들이 그 내용을 너무 자주 듣게 되어
본인말고 식구들이 다 외울 지경이라며 서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모두들 예전과 달라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걸 하시는 걸 보면서
모두 비슷하구나 싶어 용기와 힘이 되었다.
있을 때보다 없을 때, 소중함을 더 알게 된다고
나는 지금 조금이라도 있는 이 기억력을 소중히 붙잡고
시간을 쪼개 틈이 날 때마다 책상에 앉는다.
오랜 시간 앉게 되면 몸에 무리가 오기도 하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진득이 오래 앉아있을 시간이 많이 없기도 하여
남들보다 조금 일찍 준비를 시작해서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공부하고 외우는 전략(?)을 사용한다.
남들이 2번 보면 외워지는 것이라면
나는 4번은 보자는 생각으로
조금 여유 있게 시험을 준비해야
암기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
여전히 공부가 힘들고 시험기간은 고통스럽지만,
이 기간이 끝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나는 오늘도 책상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