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일에는 운이 7, 재주가 3이라는 뜻으로,
자신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중요하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근데... 나이가 들었다는 뜻일까..
살면 살수록
이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참 깊게 와닿으면서,
이 말만큼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나의 노력 덕분에
대학교도 가고, 직장도 구하고...
그 많은 일들을 해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생각했고,
노력했는데도 안되면 남을 원망하거나 사회를 탓했다.
그런데,
인생은 내가 그것을 원한다고,
그것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고
늘 일관되게 그것을 주지 않는다.
나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노력하는 그때 마주하는 '시절인연'인 것이다.
모든 농부는 풍성한 열매를 바라고 씨앗을 뿌린다.
하지만, 하늘에서 해와 비, 바람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씨앗이 싹트고 자랄 수 있는
적당한 온도와 물, 공기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농부는 결코 풍성한 열매를 거둘 수 없다.
아무리 풍성한 열매를 원하고
그것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하더라도
시절인연이 맞지 않으면,
풍성한 열매는 내 것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것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남을 탓하고 세상을 원망하는 것은
이러한 삶의 원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에 집착하고, 좁은 시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옛 조상들도 이러한 인생의 원리를 알았던 것 같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 하늘의 영역을
'운'이라는 단어로 표현했으니
여기서 '운'은 요행이 아니라,
시절인연이 빚어내는 놀라운 힘을 일컫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요 근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 때문에
며칠을 불안해했다.
부탁한 일을 기한 내에 해주지 않으면,
원하는 일을 할 수 없을까 봐 걱정되어서다.
그런데, 문득
부탁을 들어주고 아니고는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탁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부탁을 받아주는 건 그 사람의 일이다.
부탁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아닌 대로 그건 그 사람의 뜻, 시절인연의 결과인 것이다.
그리고, 부탁을 받아주지 않는 것이
나에게 치명타가 되어 돌아올지 아닐지
그것 또한 모르기도 하고...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홀가분해져서
기다림이 좀 더 수월해졌는데..
결국 내 부탁은 받아들여졌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원하는 대로 된 것이
해피엔딩인지 아닌지 알 수 없기에,
또 그저 담담히 부탁을 수락한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내 할 일을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것.
내맘대로 돼야 된다는 고집이
생각에, 인간관계에
힘을 주고 경직되게 만든다는 것.
운칠기삼.
인생의 원리를 안다면,
내 생각도, 인간관계에도 힘을 빼고
좀 더 편안하게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오늘따라 이 말이
편안한 인생을 살 수 있게 하는
조용한 주문처럼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