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하게 되면 경력이 오래된 상담가 선배님분께
상담에 대한 슈퍼비전을 받는다.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내가 했던 상담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몇 번의 상담과 몇 번의 슈퍼비전을 거치면서
개인적으로 비슷하게 지적받는 한 가지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불안에 관한 것이었다.
사실 처음 지적받았을 때,
알아차리고 개선해 나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어쩐 일인지 처음엔 그 말이 대수롭지 않게 들리다가
자꾸만 비슷한 지점에서 걸려 넘어지다 보니
그제야 그곳에 있던 돌멩이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내 안의 돌멩이를 찬찬히 들여다본 계기는
최근 시작한 상담에서 만난 내담자 덕분이었다.
이상하게 그 내담자만 보면 화가 나고 분해서
상담이 제대로 되지를 않았는데,
알고 봤더니 그분이 나의 불안을 자꾸만 자극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상되는 틀 안에서
안정적으로 상담이 이뤄지길 바라는 내 맘과 다르게
그분의 돌발행동과 질문에
내가 짜두었던 상담의 흐름이 여지없이 무너졌고
그게 화로 표현되었던 것이다.
알고 봤더니 나의 불안은 생각보다 강도가 꽤 컸고,
오래되었으며 그만큼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장악하고 있었다.
불안하지 않기 위해 미리 예상하고 준비한 덕분에
다른 사람들에겐 착실한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비교적 안정된 삶을 사는 사람 같지만,
안정감 안에서 또 다른 미래를 걱정하며
전전긍긍 불안해하는 것이 진짜 내 모습이었다.
슈퍼비전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건..
그 내담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었고,
내담자로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이었다.
아무 문제없는 내담자를 두고
불안요소를 과장하여 생각하고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초조하고 긴장하며 불안해하다
속으로 화까지 내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사실을 사실대로 보지 못했던 건,
나의 불안이 내 눈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니,
일상에서 괴로운 일이 생긴다는 건 어쩌면...
내 좁은 시야에 묵은 감정의 찌꺼기가 덕지덕지 묻어
제대로 사실을 사실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참 재밌는 건
이런 사실을 알고 난 후 그분을 마주하니,
예전에 그 분만 보면 일어났던
화들이 이젠 잠잠해졌다는 거다.
사람의 마음이란 건
일어났다 사라지는 무상한 것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불안이 나를 잠식할 때,
'내가 또 불안에 잠식당했구나'
'내가 보고 생각하는 게 사실과 다를 수 있겠다'
이렇게만 알아도...
좀 더 의연하게 불안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