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파가 시작되어 눈이 오던 어느 날. 눈 사진을 찍고 싶어서 집 옥상 계단을 오르내리다 미끄러져서 계단에 허리를 삐끗했다. 순간 허리가 미친 듯이 아팠다. 바로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다행히도 뼈는 무사했다. 의사 선생님은 근육이 놀라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최소 일주일간 운동 금지와 무리한 활동을 하지 말라는 처방을 받았다.
2. 평일이라 당일에는 외근 일정이 잡혀있었다. 하지만 움직일 때마다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파서 도저히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갑작스레 오후 반차를 내고 하루종일 누워있어야 했다. 그날 저녁에는 운동 PT가 잡혀있었는데 PT쌤에게 연락해서 PT도 취소하고 일주일 동안 운동 정지를 할 수밖에 없었다.
3.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순간의 판단 미스가 빚어낸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괜히 사진을 찍고 싶다고 난리만 치지 않았더라도, 눈이 쌓인 계단을 조심히만 내려갔더라도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테다.
4.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약기운 때문인지 하루종일 자고 일어났더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다음날 즐겁게 일을 하고 어느덧 저녁이 됐다. 보통 저녁이면 운동 PT를 받거나, 헬스장에 갈 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헬스장에 왔다 갔다 하는 시간 포함해서 대략 하루에 3시간의 시간을 운동하는 데에만 썼었다. 그날은 딱히 할 게 없어 지인들에게 연락하고 유튜브를 보면서 빈둥거리는 시간을 보냈다.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더니 긍정의 기운을 담은 응원의 메시지들이 내게 전달되었다. 평소 부정적인 생각을 주로 하는 나에게 긍정의 메시지가 더해졌다. 어쩌면 건강해지려고 했던 운동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되었던 것은 아닌지. 일상의 루틴이 일종의 강박이 되었던 것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5. 주말에는 재활 차원에서 지인들과 걸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고, 커피숍에서 이야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래간만에 여유로운 주말이었다. 주말만 되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주말이다. 그렇게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아마도 매일매일 운동하는 일상만 계속했더라면 절대로 알지 못했을 것 같다. 더 이상 전전긍긍하지 않기로 했다. 무언가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거니까. 그리고 새로운 관점으로 맞이하는 새로운 한 주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6. 어느 날 지인과 등산을 갔을 때 지인이 내게 해준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지인은 내게 글을 잘 읽고 있다고 하며 '이전에 비해 글이 많이 가벼워지고 긍정의 메시지가 더해졌다'라고 했다. 평소 글을 쓰면서도 그런 관점으로 생각해보지는 않아서 그 내용을 곱씹어봤다. 나 또한 주기적으로 글을 쓰면서도 (부정의 정서가 비록 긍정의 정서까지는 가지 못하더라도) 부정의 정서가 약간은 씻겨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글을 퇴고하며 생각이 정리된다. 글을 발행하며 해당 글에 대한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생각을 훌훌 털어버리기로 했다. 지근거리에 이렇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