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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 May 19. 2024

엄마는 '나'를 잘 알아야 한다.

엄마라는 존재로 성장해가는 과정, '불안'과 싸우기

 23년 7월에 예쁜 딸과 만난 나, 요즘 나는 엄마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되면서 처음 겪어보는 낯선 경험들을 하고 있다. 그 과정가운데 다루기가 가장 어려운 것이 나의 '불안'이다. 

 어떤 불안함이냐면 '아기를 키울 때 이렇게 하는게 맞나?'하는 모호함이다. 핵가족화된 사회에 살면서 나는 그동안 아기를 많이 접할 기회도 없었고, 누가 키우는 것을 가까이에서 본적도 없다. 그런데 23년 7월 13일, 그날부터 내가 평생 잘 알지도 못했던 아기라는 존재의 엄마가 되어 한 생명을 키워내야하는 역할이 주어진 것이다.


 불안의 내용들은 어떻게 보면 정말 사소한 것들인데 예를 들면 '아기가 지금 배고파하는게 맞나?', '졸려하는게 맞나?'부터 시작해서 '소화를 잘 못시키는 것 같은데 이걸 계속 먹여도 되나?'와 같은 것들이다. 정확히 말하면 아기의 신체적 욕구를 정확히 읽어낸게 맞는가 하는 것도 확신이 없고 그래서 불안하고 어렵다. '혹시 내가 잘못 이해해서 아기가 너무 배불러서 배가 아파지면 어쩌지?'하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불안감은 아기가 울면 더욱 극대화 되는데 아기 울음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아기가 울면 그게 그렇게 안쓰럽고 아파보이고 슬퍼보인다. 아기 울음이 달래지지 않으면 등줄기로 식은땀이 쭉 흐르고 나까지 심장이 쿵쾅거린다.  왜 나는 이렇게 불안해하고 확신이 없을까? 고민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는데 사실 이건 우리 엄마가 나를 양육했던 방식, 그리고 동시에 내 안에 완벽주의, 인정욕구와도 닿아있는 것이었다. 먼저 엄마가 나를 어떻게 키웠나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내 엄마도 늘 딸들이 먼저인 엄마였다. 자기의 욕구를 희생하면서 딸들에게 다 맞춰주는 사람이었고 그 영향으로 나는 중학생 때까지도 초반까지도 엄마가 나를 씻겨주고, 물도 떠다달라고 하면 다 떠다주는 못되고 철없는 딸이었다. 근데 나는 그게 잘못된 건지도 몰랐고 그냥 너무 당연한거라서 엄마가 안해주면 짜증부터 냈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이없다. 내 딸이 저런다면 떽 하고 혼낼만한 일이다. 엄마 또한 우리의 짜증과 투정을 늘 본인이 해결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무언가를 우리에게 해주면서도 늘 걱정하고 불안해했다. '그건 너가 해야하는 거야, 엄마는 여기까지야'하는 것을 나에게 보여준적이 없어서 나도 태연하게 아기의 울음을 달래는 법을  모르는 것 같았다. (엄마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 키우느라 너무 고생 많았다. 미안해.)


 그리고 다른 이유로는 내 완벽주의와 인정욕구가 있다. 먼저 나의 경우, 완벽주의가 어떻게 발현되는가하면 지금 아기에게 가장 효율적이고 좋은 선택을 해서 미래에 최상의 결과를 낳아야한다는 비현실적인 생각으로 나타난다. 즉, 추후에 일어날 예측불가한 상황을 현재의 내가 통제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적이지 않은게 어떻게 인간이라는 존재가 현재에서 미래를 정확하게 통제할 수 있겠나. 예를 들면, 아기의 졸린 사인을 아주 정확하게 읽어서 아기를 재워야 아기가 안피곤하고 컨디션이 좋아지는 최상의 결과를 낳는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것을 잘하면 아기에게도, 남편,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도 유능한 엄마, 좋은 엄마라고 인정받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런데 이러한 완벽주의와 인정욕구는 아기를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또한 오히려 아기를 더 피곤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아기가 지금 즐겁게 모빌을 보고있다. 그리고 나는 그 옆에서 아기를 놀아주려고 함께 앉아있다. 이 와중에도 완벽주의적 성향은 '지금 아기가 깬지 1시간 30분이 지나가는데 이때는 원래 졸린 때라고 하는데, 지금 조금 졸려보이네. 빨리 재워야 수유시간이 밀리지 않겠다. 아기도 피곤하면 더 못잔다는데 밤잠에도 영향이 가면 어쩌지..?'라는 생각 회로를 빠르게 돌려버린다. 아기가 어떻든 그냥 일단 재우러 데리고간다. 그러면 결국 아기는 더 크게 울게 된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피곤한 생각들이다. 이러고 24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지치겠는가? 아기도 힘들고 나도 힘들게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도 이 생각을 끊어내는 것이 쉽지가 않다.


 조급함과 불안함이 이렇게 육아에 방해가 되는지 몰랐다. 그동안에는 내 시간, 노력을 통제해서 성적도, 체중도 성공적으로 관리하며 주변에서 칭찬도 인정도 많이 받았다. 그렇지만 아기라는 존재는 나와 다른 존재이고 예측 불가능한 대상이다. 아기의 내외부 환경 또한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 그리고 어떠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최악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아기도 나도 그러한 예외적인 상황들을 다루어갈 능력이 있을 것이다. 태연함을 키우고 조급함과 불안함을 내려놓는 것이 필요한 순간이다. 아기를 키운다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마주하며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내 안에 일어나는 감정들은 내 것이기 때문에 나를 잘 알아야한다. 아기는 그저 자신의 성장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 아기가 의도한 것은 하나도 없다. 아마 우리 아기가 조금 더 예민하고 잠이 없는 기질이기에 더 힘든 부분이 있겠지만 그러한 아기를 존재 자체로 인정해주고 필요한 것을 제공할 수 있으려면 내 마음밭도 잘 가꾸어야 한다. 엄마로써 오늘도 한발짝 성장해 가기를 바라며 이 힘든 시간들도 잘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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